투자 칼럼

기업 분석에 사용되는 우아한 수학 식

작성자 윤진기 명예교수 작성일 2022-05-14 16:26 조회 185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데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수학 식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1 그런데 막상 가치 평가에 적용하려고 해보면 잘 들어맞지 않아서 실망하거나 던져버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학 식들은 복잡한 요소들로 구성된 모호한 기업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하여 유명해진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는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써서 수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필자는 젊었을 때 그의 소박하고 특별한 이야기에 매료된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수학에서 최고의 찬사는 ‘아름답다(Beautiful)’ 라는 것이다. 그는 수학이 아름다운 이유를 수학이 장엄하리만큼 순수하며, 최상의 예술만이 제시할 수 있는 엄격한 완벽함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영국의 수학자 버드란트 러셀(B. A. W. Russell)의 수학의 미덕에 관한 말을 인용하여 멋지게 설명하고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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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히로나카 헤이스케 저, 방승양 역, 『학문의 즐거움』 (1993)
http://www.yes24.com/

 

수학의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수학 식은 대부분 완벽하지 않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성공은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절대 PER공식을 창안한 한 비탈리 카스넬슨(Vitaliy N. Katsnelson)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업 가치 평가에 사용되는 공식의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를 언급하고 있다. 귀담아 들어 둘 만하다.

“우리는 복잡한 것을 설명해주는 우아한 방정식을 사랑한다. 금융전공 학부생 시절, 나는 (현실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푹 빠져 있었다. 포트폴리오 이론에서는 단순하고 우아한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 Capital Asset Pricing Model) 방정식에 사용되는 한 개의 숫자 베타(Beta)가 투자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 최소한 그 이론에서는 말이다. …… 그러나 실제 투자의 세계에서 현실은 이론과 매우 다르다. 베타를 예로 들어보자. 개별 안전 수준에서 베타는 많은 편차를 갖고 있어 위험 측정이나 수익률 예측 수단으로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베타는 종종 우연한 일치만 나타낼 뿐이다. 베타는 과거에 대해서 말해주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베타는 불안정하며 해당 회사의 리스크가 전혀 변하지 않아도 베타 수치는 몇 개월 만에 크게 변할 수 있다.”3

CAPM은 노벨상을 받은 공식으로4 지금도 기업 가치뿐만 아니라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의 계산에도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응용되고 있다. 현대 재무학의 토대가 되고 있는 이 공식에 대하여, IMA(Investment Management Associates, Inc.)에서 CEO를 맡고 있으며, Forbes로부터 “The New Benjamin Graham” 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카스넬슨이 현실에 적용해보니 왔다갔다하는 베타 때문에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카스넬슨이 말하는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는 수학 식에 사용되는 변수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사용하지만, 그 수학 식에 사용되는 변수들의 임의성 때문에 계산 결과가 분석하려고 하는 대상의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의미로 읽힌다.5

비록 수학 식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서는 금융시장의 깊이 있는 이론에 한발짝도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해도, 골치 아픈 것은 학자들이나 이론가들에게 맡겨 놓고,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없은 수학 식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또 나아가 그 수학 식을 활용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더 지혜롭다.

사실 CAPM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 가치 평가에 사용되는 수학 식은 현실에서 수학적 정확성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다만 수학 식을 사용하기 위해서 투자자나 분석가들은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명확한 수치로 계량화하여 계산하게 되는데, (계산 결과의 정확성보다는)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해당 기업과 소속 산업, 그리고 시장의 변화하는 사정들을 보다 자세히 (계산을 해보지 않는 투자자들보다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투자자나 분석가들이 사용하는 수학 식은 그들이 기업 가치의 진실에 보다 더 가깝게 가도록 인도해 준다. 그래서 기업 분석에 적용되는 수학 식은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말하는 수학적 완벽함에는 이르지 못해도 여전히 우아하다.6

투자자들이 기업 분석에 사용되는 수학 식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수학 식이 가지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문제점과 결함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수학 식이 가지고 있는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당연하다. 그 수학 식이 노벨상을 받은 CAPM이든, PER이든, 절대 PER이든, EV/EBITDA이든, PEG이든, 아니면 10년 후의 예상 주가를 계산하는 것이든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수학 식을 가지고 기업과 시장을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보이게 된다.

원래 투자의 세계는 불확실한 것이다. 특히 기업 가치 평가는 가정의 천국에서 이루어진다. 현실은 대부분 가정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기업 분석에 사용되는 수학 식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는 장미에 있는 가시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가시가 있는 것을 보면 그것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우리는 가시가 있다고 장미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주석]
1. 여기서 ‘수학 식”은 ‘수식’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수식(數式, mathematical expression)은 수학 표기와, 수학 기호를 사용하여 수학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수식에는 등식(equality), 부등식(inequality), 논리식(formula), 방정식(equation)과 같은 것들이 포함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위키백과 ‘수식’ 설명 참조. (2022.05.11. 검색).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학 공식’이라는 용어도 수학 식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사용한다.
2. 히로나카 헤이스케 저, 방승양 역, 『학문의 즐거움』, 김영사, 1993, 102~103면.
3. 비탈리 카스넬슨 저, 김상우 역, 『타이밍에 강한 가치투자 전략: 적극적 가치투자』(Active Value Investing), 부크홀릭, 2009, 202~203면. 게다가 베타는 계산하는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자세한 것은 같은 책, 203~204면 참조.
4.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e)는 CAPM으로 위험을 척도로 하여 가치를 계산하는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기발한 이론을 정립하여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는데, 재미 있는 것은 그의 논문이 학술지에 처음 제출됐을 때는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무언가를 처음 시도하는 것은 역시 모험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고난과 행운이 교차한다.
5. 이 용어는 수학계에서 정의된 개념이 아니고, 순수 수학을 하시는 분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주식투자를 할 때는 사업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학문적 공식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맞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많다고 해서 주식투자를 잘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 분석에 사용되는 수학 공식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필자가 보기로는 수학 공식은 사업에 대한 지식을 투자의 지식으로 바꾸어 주는 계기를 제공한다. 사람에 따라 어떤 공식을 선호하는지, 또는 그 공식을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자신이 그 공식을 아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이른바 메타인지의 정도)에 따라 수학 공식이 개별적인 투자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달라진다. 사업에 대한 지식과 수학 공식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으며, 수학 공식이 가지고 있는 수학적 정확성의 오류를 사업에 대한 지식으로 보충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기업 분석에서 대략 수학 공식 30%, 사업의 미래 전망에 대한 사람의 판단 70% 정도의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세상사를 숫자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가 밸류에이션에 관련된 수학 공식에 부여하는 가중치가 너무 인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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