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칼럼

프랑스 포도원 샤또의 상속세에 대한 오해(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9 11:06 조회 166

프랑스 포도원 샤또의 상속세에 대한 오해

 

20180709110925

<자료: https://hbr.org/2017/05/why-germany-still-has-so-many-middle-class-manufacturing-jobs>

 

포도원을 프랑스에서는 샤또(château)라고도 하는데, 작은 샤또들은 가족단위로 운영된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그 주인이 사망하고 상속세를 내려면 샤또를 팔아야 세금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20년 전에 10억 원에 산 샤또가 20배가 뛰어 200억 원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상속 대상이 토지인 경우, 대략 우리 돈으로 1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45%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200억 원-1억 원)×0.45=89.5억 원

 

나라마다 세금을 계산하는데 여러 가지 가감하는 항목이 많아서 위의 계산이 정확한 것은 물론 아니다. 위와 같이 대략 계산해 보면 89.5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포도원에서 나온 포도주를 팔아서 마련하기에는 너무 큰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샤또의 소유주가 사망하더라도, 그 자식들은 한 해 수확물을 판 돈으로 상속세를 충분히 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상속세를 내려면 보통 그 샤또의 10년치 이상의 매출액이 필요하다. 결국 상속세를 내려면 자식들은 정든 샤또를 팔아야 한다.

 

2012년에 작은 샤또인 쥬브레-샹베르탱(Gevrey-Chambertin)은 중국 투자자에게 팔렸는데, 이 새 중국인 주인은 비싼 값에 사들인 샤또를 기존 주인 못지않은 정성으로 기존 전통을 지켜가며 예전보다 더 애정을 가지고 돌보아 품질 좋은 포도주를 계속 생산하고 있어서 포도주 애호가들은 주인이 누구인가는 상관없이 여전히 좋은 포도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례를 이유로 상속세를 높여 주인을 바꾸는 게 부의 세습을 막아서 좋다는 주장이 통하고, 급기야 기업의 경우에도 동일한 이유로 기업이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기업은 포도밭과 다르다.

 

손톱깎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창립자가 사망하면서 1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상속자들은 가업을 포기하고 회사 지분을 팔아야 했다. 부의 세습을 막았다고 기뻐할 일인지 의문이 없지 않다.

 

사람들은 독일에는 강소기업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1307개나 되는데 우리는 도대체 왜 23개밖에 안 되느냐고 난리다. 전 세계 2734개인 히든챔피언 중 독일 기업이 48%다. Hermann Simon은 세제혜택이 독일 히든챔피언 성공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분석한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상속세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은 최고 65%(=기본세율 50%+최대주주 프리미엄 15%)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상속세율이 30%이지만, 기업상속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상자가 직계이면 30%, 직계가 아니면 50%이며, 사업승계 후 5년 동안에 사업과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85%를 공제해주고, 7년 동안 유지하면 100% 다 빼준다. 독일에는 잘되는 기업은 가업을 승계하고 그 노하우를 자식들이 계속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최근 우리도 이런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도입했지만 너무 많은 제한을 두어 거의 쓸모가 없어 보인다.

 

포도밭과는 다르게, 기업이 외국인에게 팔려나가면, 외국인들은 쌍용자동차처럼 핵심 기술만 빼가고 나머지는 팔아버릴 수도 있고, 론스타처럼 애써 모아둔 돈을 순식간에 가지고 가버릴 수도 있다. 또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처럼 국내에서 코 묻은 돈까지 벌어서 높은 배당으로(2017년도 국민은행의 배당성향은 23.15%였다) 국부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국민은행은 85%, 하나금융지주는 81.2%의 지분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예 본사를 옮겨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을 수도 있고, 자국에 도움이 된다면 기술만 가져가고 회사는 몇 년 후에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다. 프랑스 샤또가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외국인에게 팔려도 국가가 계속 세금을 받으며 국민들이 좋은 포도주를 계속 마실 수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샤또의 사례를 가지고 기업의 상속세율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 Hermann Simon, “Why Germany Still Has So Many Middle-Class Manufacturing Jobs”, Harvard Biz Review, MAY 02, 2017,

https://hbr.org/2017/05/why-germany-still-has-so-many-middle-class-manufacturing-jobs (2017.07.07.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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