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첫걸음

사드 보복 해제 앞둔 아모레 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성과와 과제

작성자 김승범 기자 작성일 2018-03-10 10:46 조회 140

[버핏연구소=김승범 기자] 서경배(55 사진) 아모레 퍼시픽 회장은 1997년 오너 2세로 이 회사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대표이사 사장으로 16년, 대표이사 회장으로 6년을 보냈다.

당시 아모레 퍼시픽은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었다. 창업자인 부친의 뜻에 따라 화장품 본업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작정한 그는 본업 외 계열사들을 과감하고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했다. 덕분에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도 비껴갔고, 이후 화장품에 집중해 글로벌 7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수입자유화 여파로 화장품이 사양산업 취급을 받을 때였다. 

 

서경배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 서진 제공=아모레 퍼시픽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을 향했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결국  그것이 지금의 아모레 퍼시픽을 만들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창업했지만 20년 전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회고했다. “태평양 너머를 꿈꾼 창업정신을 계승하자”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도 강조했다.

그가 20년간 이뤄낸 경영성과는 적지 않다. 

우선 매출은 약 10배로 증가했다. 20년 전 6462억원에서 6조6976억원이 됐다. 영업이익은 522억원에서 1조828억원으로 약 21배로 늘었다. 수출은 94억원에서 1조6968억원으로 약 181배로 성장했다. 현재 14개국에서 19개 해외법인을 운영하며 해외 매장만 3200개를 둔 명실상부한 글로벌 뷰티 회사로 탈바꿈했다. 해외매출 비중은 25%를 상회한다. 빅히트한 설화수는 2015년 국내 뷰티 단일 브랜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엔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했다. 중화권ㆍ아세안ㆍ미주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폈고, 최근엔 중동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서경배 22

 

또,한국 화장품회사 최초로 ‘글로벌 톱10’ 뷰티기업(매출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17위, 2015년 14위, 2016년 12위에 이어 올해는 단숨에 7위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화장품 경영에 일가를 이룬 서 회장에 대한 커다란 보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뷰티ㆍ패션 전문 매체인 WWD(Women’s Wear Daily)는 매년 ‘세계 100대 뷰티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아모레는 지난해 약 55억 달러(국내 공시기준 6조6976억원)의 매출로 4월 14일(미국 시간) 순위 발표에서 카오, LVMH (루이뷔통모에헤네시), 코티, 샤넬 등 쟁쟁한 회사들을 제치고 7위에 올랐다.
WWD는 설화수ㆍ라네즈ㆍ마몽드ㆍ이니스프리ㆍ에뛰드 등 아모레 대표 브랜드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한류 바람을 탄 K뷰티의 위상을 재확인해준 셈. 서 회장은 “차별화된 브랜드와 제품,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개발, 현지화 노력 덕분에 해외에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소비자에게 아시안 뷰티의 가치를 전해 ‘원대한 기업(Great Compan y)’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세 경영 시동 

자신의 경영 철학을 담은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는 책도 출간했다. 11월경 서울 용산의 옛 사옥 부지에 지상 22층, 지하 7층 규모의 통합 신사옥을 완공해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용인 기반시설 조성에 163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20년까지 연구시설인 ‘성지관’과 ‘미지움’을 확장해 뷰티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해 서 회장의 장녀 민정(26)씨가 아모레퍼시픽 오산뷰티사업장 평사원으로 입사해 3세 승계 준비를 구체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미 코넬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경험을 쌓았다. 서성환 선대 회장으로부터 이어져온 ‘품질 제일주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생산 부문에서 먼저 근무를 시작했다는 것. 글로벌 화장품 사업에서 일가를 이룬 서 회장이 사업과 3세 승계 등에서 어떤 전략을 펼지 주목된다.

서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18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 선장 취임 20주년을 뜻 깊게 맞았다.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병중이던 아버지(고故 서성환 창업자)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20년 만에 회사를 글로벌 7위 뷰티기업으로 키워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는 50대 중반 나이에 화장품 회사 CEO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유명세를 탄 인물이 됐다. 그동안의 실적과 성취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다.

 

사드로 중국 사업 타격

 

하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여파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속을 태우고 있다. 중국 사업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순풍에 돛 단 것 같았던 그의 경영 항로에 불쑥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셈이다. 그동안 화장품 사업을 하느라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그도 최근의 사드 악재가 고통스럽긴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3월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배동현 아모레 대표가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사드 이슈와 관련해 서 회장의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회사가)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사드) 이슈가 터져 (서 회장도) 고민이 많다”고 답변한 것. 

한때 황금주라 불리며 약진했던 아모레퍼시픽 주식가치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식은 지난해 시가총액 4위에 오르는 등 잘나가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10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주가는 지난해 7월 7일 44만3000원에 달했으나 10개월 만인 올 4월 26일 29만500원(종가)으로 34.5%나 떨어졌다. 40만원 전후의 목표주가를 30만원 초반대로 내리겠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서 회장 개인도 한때 국내 주식부자 1~2위를 다툴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서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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