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럭스맨 인터뷰] 워렌 버핏 인터뷰한 이민주 버핏연구소장, 『CEO는 최고의 유망 직업』
작성자 | hankook990 | 작성일 | 2016-09-04 08:30 | 조회 | 3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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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I.H.S 버핏연구소장 | `지금까지 없던 세상` 정진기 언론문화상 수상…CEO는 여전히 최고의 유망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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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02 17:25. 매일경제 럭스맨 박지훈 기자
40억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점심 한 끼 하는 권리에 낙찰된 가격이다.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귀신처럼 찾아내 투자하는 버핏의 능력은 많은 이들의 관심거리다. 버핏과 식사하는 동안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 무엇일까? 투자 철학? 경영전략? 조금 더 솔직해지자. 버핏의 다음 투자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애석하게도 40억원에 권리를 낙찰받은 이름 모를 사업가는 버핏과 점심을 함께하며 ‘다음 투자처’를 제외한 모든 질문을 할 혜택을 갖는다. ‘귀하신 몸’ 워런 버핏을 국내 언론에 처음 소개한 이는 바로 이민주 IHS 버핏연구소장이다. 지난 2007년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국내 최초로 워런 버핏을 인터뷰한 이 소장은 2차례나 버핏을 만나 ‘다음 투자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질문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 소장은 버핏의 가치투자를 연구해 교육하는 지금의 IHS 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Q. 버핏과의 만남과 그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A. 미국에서 MBA를 마칠 무렵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버핏을 만나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행사장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기다려서 어렵사리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착한 미국 아저씨 인상의 버핏을 만나 던진 첫 질문은 ‘포스코 주식을 매입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였지요. 기자로서 궁금한 질문이었습니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대한제분을 매입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외에 매입한 주식이 있나요?’였습니다.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도 한번 (주식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웃음). 역시 노코멘트를 하더군요.
Q.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다음날 공식행사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기업경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사람을 고르는 능력이라고 답하더군요. 다시 ‘어떻게 알 수 있나’라 물었더니 눈빛을 보면 안다더군요(웃음).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해가 부족했는지 다시 묻더군요. 그래서 다시 ‘토지가 작고 환율 등 외부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에서 가치투자가 가능할 것이라 보느냐’고 물었더니 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제게 반문하더군요. ‘벨류 인베스트가 아니라면 논(Non) 벨류 인베스트를 해야 합니까?’
Q. 버핏을 맞닥뜨린 이틀간의 경험으로 삶이 많이 바뀌신 듯합니다.
A.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네요. 결국 저도 창업을 해서 CEO가 됐는데 상당히 외로운 직업이더군요. 남들 보기에는 좋은 직업 같은데 철저하게 을(乙)이 됩니다. 가치투자와 교육에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 증권사와 미팅을 가지다 보면 많이 체감하게 되더군요. 어느 정도 성공하기 전 또는 그 후에도 읍소를 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후배님은 좋은 언론사 그만두지 말고 열심히 다니소.(웃음)
Q. 몇 년째 보내고 계신 이메일 매거진이 상당히 인기라고 하던데요? 투자 종목도 넣어두시는지?
A. 처음에 지인들을 중심으로 보내기 시작해서 지금은 3만5000명으로 독자가 늘어났습니다. 볼 때마다 제 생각을 해주겠지 하는 가정하에 열심히 보내고 있는 거죠.(웃음) 투자 이야기는 물론 일상에서 느낀 에세이 등을 ‘행복한 투자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2010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버핏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릴리즈하는데 직원들에게 가입하게 만드시는 회장님들도 생기더라구요. 스스로 사명감도 생기고 책도 더 열심히 읽게 돼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 40대 중반에 회사를 나와 창업하기가 힘드셨을 것 같은데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A. 지금은 못할 것 같은데 당시 MBA를 마쳤고 경영을 안다고 생각했죠. 워런 버핏을 국내에서 처음 만났던 것도 큰 프리미엄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국내에 가치투자 개념이 피어오를 때라 사명감도 있었죠. 1인 기업으로 가치투자에 대한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오판이었고 가시밭길을 걸었죠.(웃음)
‘버핏 전문가’라는 별칭을 얻으며 오랜 기간 가치투자 전도사로 활동했던 이 소장은 지난해 돌연 저서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 책은 ‘산업의 미래’이자 나아가 ‘직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그는 집필 이유로 “가치투자는 기업분석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가장 넓게 외연을 확장하면 사람 사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관심으로, 앞으로 사회, 기업, 그리고 직업이 어떻게 변해갈지가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 책으로 이 소장은 제34회 정진기 언론문화상 수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고용 사회(Employee society)의 몰락부터 1970년대 이후 신기술의 등장으로 붕괴되는 과정을 다룬 <지금까지 없는 세상>은 분명 이 소장의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2015년 9월 출간돼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올해 말 중국 구이저우 출판사(Guizhou Pel ple’s Publishing House)에 의해 중국어판도 출간될 예정이다.
Q. 고용이 몰락한 사회에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조언해 주실 점이 있다면?
A. 저도 회사를 나오면서 창업하는 과정에 분노를 많이 느꼈어요. 대상은 초중고, 대학과정을 마치는 동안 창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은 제도권 교육에 관해섭니다. 현재의 제도권 교육은 철저하게 고용 사회에 적합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거든요. 하다못해 법인 설립도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발로 뛰며 관공서를 10군데나 돌아다녔는데도 힘들더군요. 개인이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거든요. 반드시 창업스쿨을 통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필수코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돈 든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치킨집 하나를 하더라도 반드시 (창업교육기관) 거쳐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기존 40~50대는 노후를 공포에 가깝게 느끼는 게 현실입니다. 금융 교육 관련 사업을 하시는 입장에서 노후 대비는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A.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60대 이후에 준비를 조금씩 해 나가야지요. 연금이나 보험은 기본이고, 출판을 통해 작가로서 활동을 한다든지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좋습니다.
Q. 자녀에 대한 투자도 과도하다고 하셨는데요.
A. 제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가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과거 같으면 뜯어말렸겠지만 재능을 발견해 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많이 보이지 않아서(웃음) 학원에 열심히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자녀들에게 돈을 과도하게 들이고 부모가 부양받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단순히 좋은 대학을 나왔다거나 막대한 돈을 들여 유학을 보냈다고 성공하는 시대도 지난 셈이죠. 특화된 분야를 전문적으로 키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서 고용 사회의 파괴와 신기술의 빠른 발달로 생산 수단이 분배돼 창업(창작)자가 갈수록 대우받는 시대가 왔다고 하셨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창업자 또는 창작자들 사이에는 승자독식이 벌어질 것이라 하시며 대치될 수 있는 의견을 내셨어요?
A. 맞습니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1등이면 먹고 살았잖아요. 지금은 신기술의 발달로 경쟁이 글로벌 단위로 벌어지게 됐습니다. 창업(창작)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만 큰 성공의 기회는 극소수에게만 주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면 국가별·지역별로 성공할 아이템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동네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죠. 아파트 단지 내에 독(과)점하고 있는 세탁소는 지리적인 요인으로 자본 창출의 기회를 찾은 셈이죠. 독창성과 좋은 서비스를 갖춘 창업(창작)자가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노린 케이스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CEO는 최고의 유망 직업이다’라고 하셨는데 사실 국내는 CEO들의 평균 임기가 지나치게 짧아 ‘파리 목숨’에 비유되기도 하는 환경이라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과거에 오너의 입김이 강력하던 시절이 점차 지나가고 있습니다. CEO는 불확실한 정보 환경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실패하면 회사가 날아갈 수 있죠. 상당히 어려운 직업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제 상황일수록 CEO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오너와의 스킨십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많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습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처럼 장기간 회사를 경영하고 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CEO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Q.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환경에 능력 있는 CEO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A. 첫째는 업무 능력, 두 번째는 소통·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업무 능력의 비중은 딱 30% 정도라고 봅니다. 인간관계가 아직도 중요하죠. 그러나 두 가지 다 잘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통찰력(Insight)이 필수입니다.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부족하다면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독서 외에 MBA 등의 교육을 통해 길러 나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Q. 고용 사회의 몰락과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혼란한 환경입니다. 불확실성 높은 산업군이나 기업에 근무하는 비즈니스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A. 개인적으로는 비극이 아닐 수 없죠.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는 환경에 마차나 채찍을 만드는 산업에 근무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잖아요. 구본형 씨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책의 첫 장에 침몰하는 배에 있는 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밖에 없다고 했어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결단을 내린 후 창업과 재취업의 기로에 놓일 수 있을 텐데 가치투자 전문가로서 미래사회에 비전 있는 좋은 기업(Good Company)을 판별하는 기준을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A.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을 둘 다 해야 합니다. 재무 분석은 기본이며 이외에 기업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각을 키워야 하겠죠. 정성적 분석 중에 임직원의 기업문화와 유능한 CEO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분식회계를 저지르지 않을 기업이라면 CEO와 오너의 청렴성과 도덕성 등을 파악해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안정적인 경영실적 외에 CEO 및 기업의 비전과 리스크 등을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Q. 청년들은 물론 비즈니스맨들 역시 빅컴퍼니(Big Company)보다 굿컴퍼니(Good Company)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하셨습니다.
A.조금의 수고만 들이면 사실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잡(Job)을 찾아 연결해주는 사이트들도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어요. 한 기업은 실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평가를 날것 그대로 올리고 있더라고요. 사풍과 임직원 교육 등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굿컴퍼니라고 하면 핵심 역량이 임직원과 구성원들의 능력에 좌우되는 기업을 유망한 기업이라 할 수 있겠죠.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기업이 조직원의 창의성과 성장성을 좌우하고, 콘텐츠 생산이 본업인 매일경제 같은 언론사도 기자가 없으면 지탱되기 힘든 것처럼요.
Q.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 역시 고용 사회의 몰락과 세상의 변화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A. 30년 뒤에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 국민들에게 돈을 그냥 나눠주는 실험이 글로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잖아요. 글로벌 IT기업인 구글도 이러한 방식에 동의를 하고 있고요. 상상하기 힘들었던 제도적 실험이 펼쳐지고 있지만 향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제한되어 있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교육 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고용 사회 테두리 안에서, 일반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창업·금융·재무·테크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