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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투자 대가들] 「투자 대가 된 하버드대 수학 교수」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회장
  • 이민주
  • 등록 2018-03-01 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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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있는 투자 대가들의 투자 기법을 정리해보는  '세계의 투자 대가들'을 연재합니다. 이들의 투자 기법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개인사를 거쳐 이같은 기법을 채택하게 됐는지, 시사점을 무엇인지를 정리해봅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 설립자. 전 대표

제임스 사이먼스(James Harris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회장은 미국에서 41번째로 돈이 많은 인물이다. 포브스는 2014년 사이먼스의 재산이 74억달러로 미국에서 41번째 부호라고 발표했다. '20세기 최고 펀드 매니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28위. 110억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사무실을 둔 사모 투자 회사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2014년 미국 하원은 미국의 대표적 헤지펀드 매니저 다섯명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는데, 사이먼스가 조지 소로스 바로 옆 자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사이먼스가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이먼스의 또 다른 옆자리에는 존 폴슨 폴슨&컴퍼니 회장이 있고. 한 사람 건너편에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된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의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다섯명이 한 자리에 모인 보기 드문 행사여서인지,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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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LLC 대표.존 A 폴슨

폴슨&컴퍼니 회장, 필립 팔콘 하빈저 캐피털파트너스 대표,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 사진=블룸버그.

 

사진속의 사이먼스는 시골 마을의 아저씨같은 인상을 풍기는데, 그러다 보니 옆자리의 조지 소로스의 중량감이 사이먼스를 압도하는 듯하다. 그런데 투자 실력은 두 사람이 막상막하이다.

조지 소로스와 달리 사이먼스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의 자리에 서게 된걸까?

흥미롭게도, 올해 나이 80세인 사이먼스는 마흔살에 투자 업계에 뛰어들기 전까지 대학의 수학 교수로 일했다. 그는 한때 미국 국방부에서 암호 해독가(code cracker)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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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사이먼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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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사이먼스 르내상스 테크놀로지스 회장.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출생 : 193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출생

경력 : 1958년 MIT 수학과 졸업, 1962년 UC버클리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 취득 /   1961-64 랭커스터대,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 1978년 투자 펀드 업무 시작 / 1982년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스 설립. 현재 회장 /  2004년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 연봉 2위(6억7000만달러) / 2005년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 연봉 1위(15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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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의 어느 날, 그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어떤 변화를 해야 한다는 충동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의 나이 마흔의 일이었다. 펀드 업계에서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투자가로서의 삶은 처음부터 대성공을 거둔다. 암호 해독가, 통계학자,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를 고용해 투자를 시작했는데,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미국 금융전문지 알파매거진에 따르면 사이먼스는 2005년에 연봉 15억달러로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연봉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조지 소로스는 8억 4,000만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그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9년부터 2006년까지 17년간 연평균 3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메달리온 펀드는 1999년이후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돈을 굴려달라는 요청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메달리온 펀드는 1993년 돈이 필요한 만큼 조달되자 더이상의 자금을 받아들이는 것을 중지한다. 메달리온 펀드는 현재 폐쇄적인 펀드로 운영되고 있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의 지분의 25-50% 가량을 사이먼스가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사이먼스는 어떤 투자 방법을 구사하고 있는걸까?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 회사는 콩을 비롯한 상품에서부터 프랑스 정부 채권까지 투자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또, 이 투자회사는 유동성(liquidity)이 낮은 것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 말고 더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이렇게 이 회사에 대해 알려진 게 제한적인 이유는 사이먼스가 자신의 투자 방법을 극비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 내부에서도 투자 방법을 아는 사람은 사이먼스를 포함해도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투자 전문지는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시카고상품거래소 등에 비밀 도청기를 설치해 두었으며,여기서 얻은 비밀 감청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이먼스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신들의 투자법에 관해 이런저런 추측 기사를 하는 것을 접하면 폭소를 터뜨린다고 한다. 2003년에 이 투자회사는 전직 연구원 두명이 투자 기밀에 관련해 회사 규정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투자법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을 한 적은 있다. 사이먼스는 "월스트리트에 있는 대부분의 퀀트 투자자들은 정작 중요한 데이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추측과 이론에 의존해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이 통계적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차익거래란 쉽게 말해 어떤 물건이 A시장에서는 1만원에 팔리고, B시장에서는 1만 5,000원에 팔리고 있다면, A시장에서 이 물건을 구입해 B시장에 내다 팔아 5,000원의 차익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A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대신에 빌린 다음에, 이 물건을 B시장에 되팔아 A시장에 갚는 방법을 쓴다. 자기 돈을 쓰지 않고도 5,00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차익거래의 성패는 차익거래의 기회를 남보다 빨리 포착하는데 달려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무수히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차익거래 기회는 오래 가지 못하며 금방 사라진다. 돈이 땅에 떨어져 있으면 순식간에 누군가가 달려들어 낚아 채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학 교수 출신인 그는 차익거래를 남보다 빨리 알아내는 데 강점이 있다. 그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학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러 시장에서의 증권, 파생상품, 외환상품 등 여러 자산의 가격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서면 곧바로 차익거래에 들어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수학, 공학 분야의 전문가 200여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사이먼스가 회장으로 있는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시스템 프로그래머와 데이터 관리자를 모집한다고 나와있다. 이 투자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버는지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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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임직원 모집 공고문. 이미지 출저 :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그는 알고리즘, 데이터 마이닝, 대기행렬모형 같은 퀀트(Quant) 지식을 활용해 다른 투자가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퀀트 강의를 들어본 분이라면 수학과 통계학이 투자에 활용되면 얼마나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알 것이다. 그가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인 투자 업계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강점인 수학적 분석법을 차익거래에 활용하면 다른 사람 보다 먼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확신한 때문으로 보인다.

차익거래가 사이먼스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한가지 더 있다. 차익거래에서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라든가, 회계 재무 같은 경영학적 지식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차익거래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가 이해될 것이다. 어떤 물건의 가격이 A시장에서는 얼마이고, B시장에서는 얼마라고 명확히 나와 있으므로 이것을 비교하기만 하면 됩니다.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가가 어떤 투자 상품이 향후에 얼마나 오르거나 내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차익거래는 오로지 가격의 차이만 확인하면 된다. 
사이먼스는 자신이 개발한 수학 모델을 활용해 어떤 상품이 여기저기에서 얼마나 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가격의 차이만 벌어져 있으면 투자 기회가 되기 때문에, 그 대상이 주식이든, 곡물이든, 원자재이든 게의치 않는다.

워렌 버핏은 누구도 따라 오기 어려운 통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향후 미래를 가늠해 수익을 내고 있다.
모두가 버핏 만큼의 통찰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워할 이유가 있을까? 사이먼스가 만약 워렌 버핏의 통찰력을 부러워해서, 버핏의 투자법을 따라 하려 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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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억만장자가 된 사이먼스는 기부와 사회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는 사이먼스파운데이션을 설립해 - 그의 부인 메릴린 사이먼스가 회장으로 있다 -  수학, 과학 등 기초분야의 학문을 지원하고 있다. 수학 교수로 평생을 지냈다면 불가능했을 봉사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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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사이먼스(왼쪽)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회장과 부인 메릴린 사이먼스.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제임스사이먼스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자신에게 맞는 도구와 방법을 찾는 것이 투자 성공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hankook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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