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과연 돈 버는 가치투자자는 더욱 희소해 질 것인가? (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20-09-19 08:08:42
  • 수정 2024-02-12 18:56:08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시대가 바뀌니 가치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 같다. 게리 미슈리스(Gary Mishuris)는 세상이 바뀌면서 과거 가치투자가 효과적이었던 4가지 이유 중 2가지가 변해서 통계적으로 싼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전통적인 가치투자는 과거보다는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게리 미슈리스는 2016년에 설립된 장기 내재가치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투자회사인 Silver Ring Value Partners의 경영 파트너 겸 최고 투자 책임자이다. 그는 투자회사에서만 잔뼈가 굵어서 투자에 대한 안목이 보통이 아니다.


자료: Gary Mishuris, 구글 이미지

그는 지난 20년 전까지만 해도 통계적으로 싼 주식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보의 비효율성(Informational Inefficiency)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치투자가 통했지만, 정보의 비효율성은 첨단 컴퓨터와 잘 정리된 금융 데이터베이스의 확산으로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의 진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금융데이터의 확산으로 누구라도 쉽게 저평가된 주식에 접근할 수 있고, 그것이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면 더 빨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어서 옛날처럼 주가 상승을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가 두 번째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말하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최근 문제를 미래에 너무 과도하게 투영하는 경향이 있는 행동편향(Behavioral Biases)에 대한 언급은 다소 모호하다.***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필자는 투자자들의 행동편향은 미래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가치투자’라는 매력적인 개념을 접한 후에 줄곧 고민한 문제가 성장투자와 가치투자를 굳이 구분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게리 미슈리스가 언급하는 것처럼 성장투자를 가치투자에 대립시켜 이해한다면 성장기업에는 가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성장기업에도 가치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투자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가치투자를 기업의 가치에 기초해서 행하는 모든 투자를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전통적인 가치투자뿐만 아니라 성장투자도 가치투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굳이 전통적 가치투자와 성장투자의 차이가 있다면, 전통적 가치투자는 객관적인 현재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가치를 평가하고, 성장투자는 주관적인 미래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가치를 평가하는 정도일 뿐이다. 양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미래가치를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접근 방법이 다소 다를 뿐이다.


투자는 원래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하여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살펴 본 대부분 투자업계 구루들의 관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투자공부의 알파와 오메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리 미슈리스가 전통적 가치투자의 대안으로 내재가치투자(intrinsic value investing)을 제시하고, 성공적인 내재가치투자는 합리적인 미래 전망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 가치투자 역시 미래가치를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고, 금융데이터의 확산으로 누구라도 쉽게 저평가된 주식에 접근할 수 있으며, 그것이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면 더 빨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어서 옛날처럼 주가 상승을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안전을 선호하는 전통적 가치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쉽게 소외받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석]

* Gary Mishuris, "How Can We be Sure That Value Investing Will Continue to Work?" 2020.07.17,
https://www.valuewalk.com/2020/07/how-can-we-be-sure-that-value-investing-will-continue-to-work/
** 위의 글.
*** 자세한 내용은 위의 글 참조.
**** 예컨대,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의 이론에 따라 시가총액이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의 67% 정도의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시가총액이 적어도 소박하게 순운전자본 정도는 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회계 장부나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업 환경을 살펴보아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으면 시가총액이 아무리 순운전자본을 밑돌아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앞의 글. 내재가치투자(intrinsic value investing)는 이미 대부분의 전문투자자들이 실제로 투자에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sunhwa771@naver.com

'버핏연구소'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삼양바이오팜 분할 출범, 삼양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되고 경영 효율성↑ 삼양홀딩스에서 삼양바이오팜이 인적분할되면서 삼양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로 색깔이 선명해지고 그룹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양홀딩스가 의약바이오 부문을 인적분할해 지난 1일 삼양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이 분할은 의약바이오사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환경에 ...
  2. NI스틸, 건축자재주 저PER 1위... 6.38배 NI스틸(대표이사 이창환. 008260)이 11월 건축자재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NI스틸이 11월 건축자재주 PER 6.38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한일현대시멘트(006390)(6.63), 노루홀딩스(000320)(6.64), 삼표시멘트(038500)(6.8)가 뒤를 이었다.NI스틸은 지난 3분기 매출액 652억원, 영업이익 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15.81%, 영업...
  3. [버핏 리포트]DL이앤씨, 영업이익 예상 수준...수익성 리스크 완화 시 가치 부각 기대 - 메리츠 메리츠증권이 7일 DL이앤씨(375500)에 대해 매출 및 수익성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안정적인 방어주, 가치주로서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만3000원을 '유지'했다. DL이앤씨의 전일종가는 3만9900원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DL이앤씨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16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추...
  4. [버핏 리포트] 롯데웰푸드, 코코아 가격 하락 시작…인도 법인 성장까지 더해져 마진 반등 본격화 - 한국 한국투자증권은 21일 롯데웰푸드(280360)에 대해 글로벌 코코아 가격이 톤당 5000달러 아래로 내려오며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내수·해외 가격 인상 효과가 더해지면서 4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 17만원을 제시했다. 롯데웰푸드의 전일 종가는 12만3700원이다.강은..
  5. [버핏 리포트] 아모레퍼시픽, 북미·유럽 고성장 지속…에스트라 매출 급증 -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7일 아모레퍼시픽(090430)에 대해 “라네즈의 미국·유럽 호실적이 이어지고, 미국 신규 론칭 브랜드 에스트라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5만2000원을 유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6일 종가는 11만8600원이다.이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