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지난 달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이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3위 광고사인 퍼블리시스에 지분 30%를 공개 매수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또 최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기업을 재편하면서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광고업계는 향후 광고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제일기획의 거취는 그 상징성은 물론 침체된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광고업계의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한화, 포스코 그룹이 계열 광고회사를 매각한 이후 삼성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마저 매각설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최근 광고 계열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추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 개편과 광고업계의 새로운 활로 모색 등 두 가지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일기획을 예로 들어보면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삼성은 이미 계열사를 묶어 매각하는 빅딜을 두 차례나 성사시켰다. 2014년 11월 한화 그룹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방위산업),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석유화학) 등 4개사를 1조 9,000억원에 팔았다. 이어 2015년 10월에는 롯데그룹에 삼성 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의 케미컬 사업부문 등 4개사를 3조원에 매각했다. 삼성그룹은 전자·금융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광고 부문까지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기획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퍼블리시스는 미국, 유렵에 비해 약했던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여기고 있고, 삼성의 광고 대행 물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제일기획을 눈여겨보고 있다. 제일기획 역시 글로벌 순위 3위인 퍼블리시스를 활용해 해외 비계열 광고주를 확보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광고회사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회사 생존 전략으로 연결시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오리콤이 한컴을 인수한 것도 이런 성장 전략의 일환이었다. 취급액 기준 8위였던 오리콤은 한컴과 합하면서 단숨에 5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스포츠나 국가 행사와 같은 BTL(Below The Line) 광고에 특화된 한컴을 흡수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 오리콤의 전략이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M&A 움직임이 더 활발해 질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광고시장에서는 지금도 M&A를 통한 합종연횡이 일고 있다”며 “제일기획 뿐 아니라 다른 그룹의 광고계열사도 언제나 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인수합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도 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국내 광고회사들은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M&A를 통해 국내 광고업계가 크게 얻을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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