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저유가 직격탄을 맞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산하 부처와 국영기업들이 발주 예정이거나 이미 발주한 공공 사업 계약액을 최소 5% 이상 강제로 깎기로 결정했다. 저유가로 재정에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중동국가들도 이런 방법으로 공공 공사비 절감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내 건설사 수주와 수익성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살만 국왕 명의로 각 부 장관과 국영기업에 보낸 공문을 통해 “예산절감을 위해 아직 공사금 지불이 완료되지 않은 공공계약 금액을 최소 5% 이상 깎으라”고 요구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공문에는 “예산삭감은 강제조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발주 예정인 공사 대금을 줄이고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공사금액도 재협상을 통해 삭감하라는 주문이다. 정부기관에 조달하는 기자재 등 물자를 비롯해 아람코(최대 석유국영기업)와 같은 공기업들이 발주한 각종 건설공사들도 공사대금 조정에 포함된다. 공문은 또 향후 발주할 정부조달 계약과 공공공사의 경우, 공사 규모·금액에 상관없이 재무장관 검토·승인 없이는 진행하지 말것을 명시했다.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3,670억 리얄(114조 3,8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우디 건국 8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국내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저유가로 쪼그라든 사우디 건설시장이 더욱 위축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와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신규공사의 경우, 계약단가가 낮아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고 기존 계약의 경우, 남은 공사비가 삭감돼 공기·공사품질 등과 관련한 불만이 커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주요 해외시장인 중동에서 새로운 이익 실현 장소로 꼽으며 진출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가 발주하는 「라스 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의 입찰에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이 참여하기 위해 사전심사(PQ)를 모두 통과한 바 있다.
당초 아람코는 지난 2013년 11월 라스 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의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지난해 1분기로 일정을 연기했고, 이후 국제유가 추락으로 사우디가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 입찰을 연기했다.
사우디 아람코와 같은 대형 발주처는 국내 건설사들이 다음 사업을 고려하면 이래 저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이번 뉴스로 인해 주가가 많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GS건설은 전일대비 1,750원(6.26%) 하락한 26,200원에 마감했다. 대림건설은 4,500원(5.29%) 하락한 80,600원에 마감했고, 대우건설은 310원(4.96%) 하락한 5,940원에 마감했다. 현대건설 같은 경우에는 건설주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했다. 전일대비 3,550원(8.91%) 하락한 36,3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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