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최근 원유공급 과잉에 따른 우유재고가 남아돌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재고량은 지난 2013년 9만2677만톤에서 2014년 23만2572톤으로 2003년 이후 11년 만에 20만톤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역시 25만276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이렇게 우유재고가 남아돌게 된 이유는 출산율 감소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우유에 대한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유업계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고가 우유업계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산 원유가 수요·공급과 관계없이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정하는 탓에 우유 판매가도 일정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우유업체가 일정 쿼터 이상의 원유를 가공용으로 매입할 때는 국내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국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약 420억원으로, 평년 150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우유업계가 불황과 재고 증가로 인한 침체기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우유업계는 점유율 BIG3 업체를 중심으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유업 BIG3 업체는 매일유업, 남양유업과 빙그레 등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실적을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기업은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 5,422억원과 영업이익 364억원, 당기순이익 2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6.51%, 26.90%, 8.86% 증가했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액 1조 2,150만원, 영업이익 201억원, 당기순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은 이른바 2013년 「갑질 논란」으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이후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액은 5.5%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 1만 6100.5% 증가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반면, 빙그레의 지난해 실적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매출액 7,99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 당기순이익 24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2.4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 34.14% 감소했다.
▶적극적인 사업 확장 중인 매일유업, 꾸준히 증가하는 매출
매일유업은 2012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 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매출액 5천억원이 늘었다. 이렇게 매출액이 빠르게 증가한 가장 큰 이유로 신제품, 신규 시장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재고 증가로 침체기에 접어든 유제품 시장에서 매일유업은 사업 다각화를 진행한 것이다.
매일유업은 약 17개의 계열회사를 통해 외식사업(크리스탈제이드)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커피전문점 「폴바셋」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폴바셋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일유업의 계열사인 엠즈씨드 주식회사는 폴바셋을 운영하고 있는데, 커피전문점 풀바셋은 인기가 높아지며 2014년 37개 매장서 지난해 70여개로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매일유업은 2020년까지 전체 매장 수 200개 돌파, 연간 매출 1,700억원 달성이라는 청사진 밝혔다.
또한 매일유업은 최근 흰 우유 사업 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저지방 우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04년 우유시장에서 저지방우유의 점유율은 4%에 그쳤지만, 지난해 21%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증권의 김승 애널리스트는 『유기농 우유, 분유, 치즈, 커피음료 등 고마진 제품의 매출 성장이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하면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3,875억원, 영업이익은 142.7% 오른 97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 원유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시유부문은 매출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브랜드 리뉴얼 영향으로 중국 분유 수출액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바나나맛 우유」에만 매달리는 빙그레
매일유업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신제품 개발이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과 반대로, 빙그레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주력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나 「메로나」 등 일부 매출 효자상품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타나고 있다.
빙그레는 보수적인 경영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연결기준 매출액 7,99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 당기순이익 2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49%, 24%, 34.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매일유업이 2.4%, 빙그레가 3.9%로 빙그레의 수익성이 매일유업보다는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빙그레의 영업이익률이 9.6%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내리막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빙그레가 사업 확대에 소극적인 것은 과거 구조조정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빙그레는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시작해 베이커리 사업은 삼립식품에 넘겼고, 2000년대 들어서는 편의점 사업권을 매각하고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라면사업까지 정리했다. 지난 2013년에는 웅진식품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조심스러운 행보 덕분에 빙그레의 부채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빙그레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매출과 손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기존 사업 역량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해외사업 활성화를 통해 다시금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의 한국희 애널리스트는 『빙그레의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58억원과 2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 2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빙과 및 유음료 업계 전반의 성장 정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재정비가 이루어져야 하며, 원가 압력도 제거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남양유업, 「갑질논란」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
지난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 일명 ‘갑질 논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남양유업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1억 3,0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1조 2,150억 5,000만원으로 5.5% 늘었고, 순이익은 266억 3,000만원으로 1만6110.5% 증가했다. 아직 정상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조금씩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다.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2년 영업이익은 637억 3,000만원, 매출액은 1조 3,650억 2,000만원, 순이익은 610억 7,000만원이었다.
남양유업은 매출 증가와 원가율 하락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공장 효율성을 높이고 판관비 등 제반 비용을 줄이며 긴축 재정에 돌입해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인 원가율을 낮췄다. 또 원유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분유, 치즈, 컵커피 등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여기에 발효유, 컵커피, 저지방우유 등 다양한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의 근본적인 사업 영역은 우유다. 우유의 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우유 시장 침체가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을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해당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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