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진 두 장이 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똑같은 장소를 13년의 시차를 두고 찍은 사진이다. 왼쪽은 1900년 4월 미국 뉴욕의 부활절 아침 거리 풍경이고, 오른쪽은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똑같은 장소 풍경이다.
1900년 4월 부활절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풍경(왼쪽)과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같은 장소 풍경. [사진=구글].
왼쪽 사진의 거리는 온통 마차(馬車)로 채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빨간 네모 표시된 부분의 딱 한대만 자동차이다. 구체적으로, 헨리 포드의 포드 자동차 회사가 생산한 '포드 T'이다.
당시 대다수 뉴요커들은 '휘발유를 잔뜩 싣고 다니며 이를 연소시켜 움직이는 교통수단 - 우리는 이를 '(내연기관) 자동차'(Automobile)라고 부른다 - 이 마차를 대체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자동차는 마차보다 느렸고 잦은 고장으로 도로에서 지체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오른쪽 사진을 보자. 13년이 지난 1913년 4월 부활절 아침의 똑같은 장소이다. 마차는 온데간데 없고 온통 '포드 T'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불과 10여년만에 세상이 천지개벽한 것이다.
◆ 전기차 시대, 눈 앞에 성큼
마차와 자동차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이 전기차(Electric Vehicle)가 초래할 변화를 생각해볼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일찌감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돼왔지만 주행거리, 충전소, 가격의 3대 걸림돌 때문에 그간 대중화가 지연돼왔다. 그런데 이 세가지 걸림돌이 최근들어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
이제 테슬라의 모델S P100D는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도 남는다(서울-부산은 450㎞이고, 테슬라의 1회 충전 거리는 572㎞이다). 또, 정부 보조금이 늘고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전기차 구매가격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전기차 충전소도 우리 주변에서 속속 목격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국내 등록된 친환경차가 약 116만 대를 기록해 전년의 8만 2000대 보다 약 41%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중 겨우 4.7%를 차지하고 있지만 등록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그만큼 친환경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 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등장
전기차는 그런데 알고보면 새롭지 않다. 알고보면 전기차의 역사는 내연기관차보다 오래됐다.
최초의 전기차는 1824년 헝가리의 아노이스 제드릭(Ányos Jedlik)이 전기모터를 자동차에 적용했던 것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 차는 자동차라고 하기엔 어딘가 좀 많이 투박하고 조악했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1800년대 초부터 몇몇의 발명가들은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고, 영국의 로버트 앤더슨(Robert Anderson)은 1832년 최초의 전기 마차를 개발했다. 또,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Gaston Planté)은 운송수단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충전식 납축전지를 발명하면서 전기 동력원 개발이 활발해졌다. 가스통 플랑의 이름을 딴 플랑테 전지(납축전지)는 지금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후 1884년 영국의 토마스 파커는 축전지를 활용해 재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하며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였고, 덕분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최초의 전기차가 됐다. 전기차에 대한 연구는 발전을 거듭해, 1899년 벨기에의 카밀 제나치(Camille Jenatzy)는 'La Jamais Contente(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개발해 처음으로 100km/h 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다만 자동차 앞뒤로 500kg에달하는 배터리를 장착하다 보니 최대 시속은 35km에 불과했으며, 배터리를 완전 충전하는 데에만 7시간이 걸렸다.
[1913년에 만들어진 Edison의 전기차와 배터리 (출처:에디슨과학박물관)]
이렇게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된 전기차는 1900년대 초까지 호황을 누렸으며, 실제로 1900년대 미국 도로 위의 3분의 1 이상이 전기차 였다. 당시 전기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냄새와 소음이 적었으며, 크랭크를 돌려야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시동을 켜는 게 훨씬 편리했다. 이런 이유들로 전기차는 당시 상류층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일명 ‘마담차’라고 불리기도 했다.
◆ 충전의 번거로움, 주행 거리의 한계 등 극복중
그런데 전기차는 갑자기 도로에서 사라졌다. 대신 내연기관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유가 뭘까?
앞서 언급한대로 충전의 번거로움, 주행거리의 한계 등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와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도 원래는 값싼 전기차를 만들려고 했으나 이같은 걸림돌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연기관으로 관심을 돌렸다.
결정적으로 1920년대 텍사스 원유 발견과 함께 가솔린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1913년 포드가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량생산 하면서 전기차는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잃게 됐다.
그렇지만 1980년대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됐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기차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 차량 개발에 뛰어들었고, 2000년대 들어 전기차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번거로운 충전, 무거운 배터리 무게, 짧은 주행거리들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시대의 대세이다. 머지 않아 전기차가 도로를 가득 채우고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 차량. [사진=테슬라]
투자자라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차(2차전지 포함) 관련주 가운데 안정적인 수혜 기업은 어디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일 것이다. 참고한 글 : 삼성SDI 이메일 레터 '전기차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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