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누적 적자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실직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조선업체들의 저가 수주 공세가 이어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국내 조선업계가 연료소비효율과 내구성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산 선박의 가격은 국산보다 5∼20% 저렴하다. 기술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중국 조선업체들과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업의 유동성 위기는 중소형 조선업체들에만 국한됐으나, 이제는 조선 빅3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에서 고용한 조선·해양 분야 인력은 2014년 20만 4,635명에서 지난해 19만 5,000여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청 조선사의 1·2차 협력사들도 5,000여명 줄인 점을 감안하면 임시·일용직을 포함해 지난해에만 조선업종에서 1만 5,000여명이 일터를 잃은 셈이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아온 국내 조선사들은 호황기 시절에 인력을 대폭으로 늘려왔다. 2000년 7만 9,000여명 수준이었던 조선·해운의 일자리는 2002년 9만 4,000여명, 2007년 14만 3,000여명에서 2013년에는 18만 3,022명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심각한 일감 부족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선박 수주 실적은 더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업체들의 선박 수주 실적은 2001년 4분기(9척 16만 5,000CGT) 이후 약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 23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8척(17만 1,000CGT)에 그쳤다.
이는 앞으로 1∼2년치 일감에 불과해 수주 부진이 지속되면 문을 닫는 조선소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부장급 본사 직원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하며 인력 30%을 정리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 1,300여명을 감축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임원 30% 이상 감축하고, 임직원들의 수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최근 울산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안은 우선 현대중공업의 전체 인원인 2만 7,000여명 중 10% 이상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식으로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적 구조조정 대상 인원이 3,000명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선업 구조조정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업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야당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정부발 기업 구조조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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