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이지윤 기자] 윤석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은행과 3대 국책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가운데 2곳 수장(首長) 거취는 확정됐다. 한국은행에는 이창용 전 IMF(국제통화기금) 국장이 신임 총재로 취임했고,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자진 사임했다.
이제 남은 곳은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다. 윤종원(62) 기업은행장과 방문규(60) 수출입은행장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윤종원 기업은행장,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정책 방향에 따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물로 국책은행장들이 교체돼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정치색이 강했던 수장들을 중심으로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으로의 이동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윤 행장은 거시경제와 실물, 금융정책, 국제 무대를 두루 아우른 정책 전문가인 데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일했던 경력이 있어 경제 악재가 겹친 새 정부가 필요로 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보수·진보 정부에서 두루 중용돼 여소야대 대립 구도를 협치로 전환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전략을 현실화하기에 적합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윤종원 행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에서 일했고,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역임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 ‘친문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무조정실장 임명이 현실화할 경우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경제 관료로 인정받을 전망이다.
윤 행장은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행정고시(27회)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윤종원 행장은 기업은행 수장으로 임명될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조와 갈등을 빚으며 임명 27일만에 첫 출근할 수 있었다.
윤종원 은행장의 이동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가 윤종원 행장의 첫 국무조정실장 이동에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22일 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2500억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 윤 행장이 도덕성과 리더십에 결함을 보여줬다"며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임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전체 판매액 중 914억원이 환매 정지됐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원장 제청에 앞서 청와대와의 교감이 이뤄진다.
윤행장의 거취와 관련,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임명이 아직 공식 확정이 된 사안이 아니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10월 말 임기만료 유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오는 10월 말 임기 만료까지 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아있는 임기가 약 5개월에 불과하고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비교적 정치적 성향이 옅다는 점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방 행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10월부터 수출입은행 은행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그동안 특별한 정치색을 나타낼 인사이동이 없었고 업계 안팎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방 행장의 그간의 성과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방 행장은 수출입기업의 코로나19 극복을 지원하고, 친환경 및 신재생 에너지와 디지털 등 신성장산업 분야를 적극 육성했다.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조선업과 항공업에도 각각 자금을 투입해 회복을 도왔다. 또, 10년간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등의 산업에 60조원을 지원하고,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엔 21조4000억원을 공급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과 중개금융기관이 실시간으로 대출 가능여부와 심사진행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해외온렌딩 디지털 플랫폼'을 가동해 호평을 받았다.
방문규 행장의 거취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은 “방문규 행장의 임기 종료가 10월 말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며 이와 관련해 회사 내에서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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