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馬雲·52)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8일 중국 재계의 최대 이너 서클인 중국기업가클럽의 신임 주석에 취임했다. 그는 이날 “부자 순위를 선정하지 말아 달라”며 “최고 부자(首富)는 가장 먼저 책임을 짊어지는(負·부)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 회장은 “나는 누가 또 최고 갑부가 됐는지 보는 게 가장 두렵다”며 “부자 순위는 사회 발전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반(反)부자 심리만 조장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 기업가는 어떻게 하면 사회와 세계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가는 최고 부자(首富)를 추구해선 안 되고 먼저 책임질 것(首負)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기업가클럽은 회원사 연간 매출액 총합이 3조 위안(약 536조원)에 이른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67조6708억 위안)의 4.4% 수준이다. 전임 주석인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명예회장의 권유로 주석에 오른 마 회장은 이날 매체 간담회에서 “기업은 돈·정부·세계·미래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돈과 기업의 관계에 대해 마 회장은 “기업가의 돈은 사회와 국가가 맡긴 책임”이라며 “진정한 기업가라면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돈이 아닌 도덕·가치관·사회적 책임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 대해서는 “뇌물, 임금 체불, 탈세, 지적재산권 침해를 해선 안 된다”며 네 가지 불가론을 펼쳤다. 이어 “기업가는 경제와 사회 발전의 과학자”라고 했다.
중국 기업가는 세계와의 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 공장 몇 개 세운다고 세계화가 아니다. 영어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헨리 키신저(전 미국 국무장관)는 중국어를 몰랐고, 마오쩌둥(毛澤東) 주석도 영어를 못했지만 큰일을 해냈다. 해외로 원정 가는 게 아니라 세계와 융합하고, 세계 경제 성장에 참여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다.”
끝으로 기업은 과거와 미래의 관계도 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개방 30여 년의 성과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중국 경제와 기업은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가집단은 신념을 갖고 과거에 감사하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미래에 대한 경외심이 충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촨즈 전임 주석은 이날 “마윈 회장은 민간 외교 대사”라고 치켜세우며 “기업가는 올바른 비즈니스 기풍을 세우고 납세 의무 준수, 취업 확대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윈 회장의 이날 발언은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거처)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알리바바 그룹은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중국인의 주머니를 털어 큰돈을 벌었으면서 뉴욕 증시 투자자의 배를 불려놓았다”는 지탄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씁쓸해했다는 소문도 전해졌다. 그해 7월 시 주석의 방한 당시 서울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 사진이 중국에서 마윈이 편집된 채 보도되자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얻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출처: 중앙일보] 마윈 “최고 부자는 가장 먼저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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