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워렌 버핏 최고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3-03-01 22:03:09
  • 수정 2024-07-10 10:18:34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주식투자로 1993년과 2008년에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던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이 이끄는 투자목적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는 1964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9.8%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총 3,787,464%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24,708% 오른 미국 S&P500지수를 대략 150배 웃돌았다.1 


거의 4백만 %에 육박하는 그의 놀라운 수익률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가치투자의 황홀함과 경이로운 가치투자의 전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투자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버핏은 주주서한을 제외하고는 직접 투자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없다고 하는데, 시중에는 버핏의 이름을 걸고 팔리는 투자서적이 적지 않다. 이런 책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우려와는 달리 내건 이름에 걸맞게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버핏의 투자원칙을 배워서 투자를 해보고 싶어도 버핏의 투자원칙이라고 주장하는 투자의 지침들이 저마다 달라서 어느 원칙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해야 투자수익이 속 시원하게 나올지 알기가 쉽지 않다. 


연구 본성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한 사안에 직면하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며, 복잡한 사안을 핵심만 남기는 단순한 방법으로 단순화를 시도해 본다. 이런 엉뚱한 접근 방법은 대체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수학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자유를 준다” 2 는 수학자의 스토리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만약에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처럼 “투자에 대한 워렌 버핏의 최고의 가르침은 무엇인가?”하고 문제를 단순화시켜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버핏의 최고의 가르침은 그가 투자에 활용한 가장 중요한 투자원칙 속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언뜻 생각해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버핏의 주식투자 제1원칙과 제2원칙은 그 대답이 아닌 것 같다.3 지나치게 원론적이어서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로는 여러 가지 버핏의 투자원칙 중에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 존 (strike zone) 을 만든다” 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고 중요하다. 가히 최고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워렌 버핏. [이미지=구글]

워렌 버핏이 자신의 방 벽에 테드 윌리엄스 (Ted Williams) 의 《타격의 과학》 (The Science of Hitting) 의 표지를 붙여 놓고 그의 가르침을 되새겼으며, 틈만 나면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 예찬론을 늘어놓곤 했다고 하니4 필자의 판단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닐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타격에 대한 나의 첫번째 원칙은 좋은 공을 골라서 치는 것이다”라고 한다.5 그의 책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 그림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77개로 촘촘히 나누어져 있고, 그 중에 4할대 (0.400) 스트라이크 존은 3개뿐이다. 그 주위에 3할 9푼대 (0.390) 존이 8개나 있지만,6 성공적인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이 3개뿐인 4할대 존으로 들어오는 경우에 타격을 한다는 것이다.

 

 

자료 : 테드 월리엄스 저, 김은식 역 『타격의 과학』 (2011)

http://www.yes24.com/


“나는 구석구석을 찔러오는 애매한 공을 때려내는 ‘위대한 타자’보다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세 개의 공 중에서 한 개만 때려내는 ‘좋은 타자’가 낫다고 말했었다. 투수들은 타자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공 한 개쯤 던지는 실수를 언제든 할 수 있다”7 라는 테드 윌리엄스의 말에 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생각과 기다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야구 선수나 투자자는 모두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을 때 공을 치거나 자금을 배팅해야 타율과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이 들어오면 맞출 확률이 최고로 높아질 것이다. 


원래 워렌 버핏이 장기투자자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은 장기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단기투자자도 얼마든지 스트라이크 존을 활용할 수 있다. 단기투자자도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나 실패한 경험을 잘 관찰하고 이것을 기록하여 워렌 버핏이 말하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찾아낼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장기투자자만큼 크게 수익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단기투자자도 영원히 잃지 않는 투자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연히 장기투자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버핏처럼 스트라이크 존 사진을 벽에 걸어 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것을 자랑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면 그의 투자는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PEG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 연구에 재미를 붙인 필자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서 PEG를 이용해서 특정 주식의 스트라이크 존을 찾을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국내 상장기업의 빅데이터에 묻혀 사는 덕분에 PEG와 특정 주식의 스트라이크 존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쌓여가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당신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투자자들은 절대로 주식투자에 큰돈을 걸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석]
1.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보고서, 2022, https://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letters.html (2023.02.28. 검색)
2. 이에 관해서는 김재경, “Vol.6 [수학자의 연구 노트]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유”, 나의 삶 나의 수학, 기초과학연구원 뉴스센터, 2021.07.12,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1022/selectBoardArticle.do?nttId=20246&pageIndex=1&searchCnd=&searchWrd= (2023.02.26. 검색) 참조. 필자는 나이가 들수록 수학하는 사람이 귀하게 여겨진다. 아마도 “수학이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 인 것 같다.
3. 널리 알려진 워렌 버핏 주식투자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절대 돈을 잃지 마라 (Rule1. Never lose money)”, “제2원칙. 첫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 (Rule2. Never forget rule 1)”
4. 테드 윌리엄스 · 존 언더우드(John Underwood) 저, 김은식 역, 《타격의 과학》 (The Science of Hitting), 이상미디어, 2019, 해제 15면 및 지은이 소개. 표지에는 저자가 ‘테드 윌리엄스’로만 표시되어 있는데, 이 책의 서지사항에는 존 언더우드와 공동으로 집필한 것으로 되어 있다.
5. 위의 책, 96면.
6. 위의 책, 97면.
7. 위의 책, 67면.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help@nextmobile.kr

'버핏연구소'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슈 체크] 통신, 이번 실적 시즌엔 겁날 게 없어 하나증권 김홍식. 2025년 4월 25일.5월 8일 LG유플러스, 9일 KT, 12일 SKT가 2025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통신 3사 모두 전년동기비 영업이익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인건비 감소 효과가 두드러질 KT와 영업비용 감축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LGU+의 실적 호전이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실적 우려가 컸던 SKT 역시 컨센서스를 상회..
  2. 다우기술, 증권주 저PBR 1위... 0.34배 다우기술(대표이사 황병우. 023590)이 5월 증권주 저PB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우기술이 5월 증권주 PBR 0.34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다우데이타(032190)(0.36), 교보증권(030610)(0.37), 코리아에셋투자증권(190650)(0.42)가 뒤를 이었다.다우기술은 지난 4분기 매출액 3조7364억원, 영업이익 19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매출..
  3. [알립니다] '대한민국 재계 지도' 출간 기념 포럼(6/12∙목) 개최...이채원 의장 기조강연 다음 달 3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장'(한국 주식 시장)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 드디어 꿈틀대기 시작할까요? 아니면 여전히 소외된 장으로 남을까요? 또, 한국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장과 한국 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첫 포럼이 열립니다. '가치투자 키맨'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이 ...
  4. [버핏 리포트] 스튜디오드래곤, 1분기 실적은 부진…상저하고 흐름 기대-NH NH투자증권은 9일 스튜디오드래곤(253450)에 대해 1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하반기 실적이 올라갈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2000원을 유지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전일종가는 5만800원이다.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1분기 매출액 1338억원(YoY -30%) 및 영업이익 43억원( YoY -80%)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고 밝혔다.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
  5. [버핏리포트] 유한양행, 1Q 부진에도 연간 로열티 ‘324억’ 기대…“하반기 이벤트 주목” - NH NH투자증권이 9일 유한양행(000100)에 대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하회했으나 연간 라즈클루제 로열티가 320억원으로 추정돼 분기별 우상향하며 기업가치가 성장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6만원으로 유지했다. 유한양행의 전일종가는 10만9800원이다.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1분기 로열티 매출을 26억...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