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롯데건설, 여전히 유동성 살얼음판...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
  • 김인식
  • 등록 2023-04-14 16:39:22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더밸류뉴스=김인식 기자] "롯데건설,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네요. 급한 불은 껐지만 1000억원대 단기차입금 만기가 수시로 도래하고 있습니다. 박현철 대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여전히 시험대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 롯데건설 사태의 원인은 롯데건설과는 아무 관계없어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ABCP채권 미상환 선언'이 출발점이지요. 한국 자본시장이 왜 디스카운트받는지를 새삼 깨닫게해주네요."

지난달 31일 공시된 '2022년 롯데건설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본 어느 재무 전문가의 진단이다. 

지난해 말 한국 자본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 사태로 롯데건설이 얼마나 휘청거렸는지를 보여주는 '2022년 롯데건설 사업보고서'가 최근 공시됐다. 이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건설은 물론이고 롯데건설의 최대주주(44.00%) 롯데케미칼, 나아가 롯데그룹 전체가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사투'(死鬪)를 벌였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지난해 12월 초 박현철 대표이사의 취임 전후로 급박했던 재무 현황도 나와 있다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문양'(왼쪽)과 프랑스 파리 개선문. 

◆레고랜드 사태로 3조(兆)대 '어음 상환' 리스크 터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한해 동안 차입금 4조4606억원을 조달했다. 평소 2조원대 차입금을 조달하던 것에 비해 2.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이하 K-IFRS 별도). 차입금의 대부분은 지난해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신청을 선언하면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조달됐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둔촌주공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만기가 도래한 3조원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를 갚아야 했다. 둔촌주공PF의 ABCP는 평소대로라면 차환(借換·빌려서 갚는 것)하면 됐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다급해진 롯데건설이 손을 벌린 상대는 우선 롯데계열사들이었다. 앞서 롯데건설은 사채(corporate bond) 발행도 검토했으나 15% 고금리에도 수요 미달로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모기업에 해당하는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했다. 이자율은 6.39%, 상환일은 올해 1월 18일이다. 이밖에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3000억원(이자율 7.55%. 상환일 2023년 2월8일), 우리홈쇼핑(상호명 롯데홈쇼핑)으로부터 1000억원(이자율 7.65%. 상환일 2023년 2월 9일)을 조달했다. 이것도 모자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782억원을 조달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곳은 롯데케미칼, 호텔롯데였다. 

이를 통해 롯데건설은 지난해 10~11월의 단 2개월만에 롯데계열사들로부터 1조원 가량을 긴급 조달했다. 

 

◆20% 고금리에도 자금조달... '급한 불' 막아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유동성을 진화하기에는 부족했다. 롯데계열사들의 참여로 조달된 금액은 1조원 가량인데 필요한 자금은 3조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롯데건설은 돈을 조달할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자금을 빌려주는 상대방이 증권사이건, 공제조합이건, 은행이건 가리지 않았다. 이자율이 10%를 넘어도 개의치 않았다. 

 

롯데건설은 KB증권으로부터 단기CP(commercial paper·기업어음) 1000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무려 12%였고, 만기는 지난해 11월23일이었다. 키움증권으로부터 금리 10%의 단기CP 1000억원도 조달했다. 만기일은 올해 1월 4일이다. 이밖에 하나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 1500억원(금리 7.42%. 만기 올해 1월24일), 우리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 1500억원(금리 6.66%. 만기 2023년 3월31일)을 조달했다. 부동산 개발사 더시티로부터는 무려 20.90% 고금리에 차입금 38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건설의 단기차입금 내역. [자료=롯데건설 2022년 사업보고서]

이들 증권사, 은행으로부터 긴급히 조달한 자금은 2조3500억원대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물산이 지급보증에 참여했고 롯데건설은 담보를 제공했다. 롯데계열사들로부터 1조원, 외부에서 2조3500억원을 합쳐 약 3조3500억원이 조달되면서 롯데건설은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그래프=더밸류뉴스]

◆여전히 살얼음판... 현금성자산 5700억인데 매달 3000억 가량 빠져나가  

그렇지만 롯데건설은 여전히 유동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롯데건설의 현금성자산은 5711억원이다. 전년동기(3455억원) 대비 65.29% 증가했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재무 안정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우선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이 2조8884억원으로 매달 2400억원이 만기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롯데건설은 판관비로 매달 650억원 가량을 지출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매달 현금 3000억원 가량이 빠져 나가는데 보유 현금은 앞서 언급한대로 5711억원이다. 유동성 리스크가 아직도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원가(재료비, 노무비, 경비) 5조원대(월평균 4200억원 가량)는 제외돼 있다. 

롯데건설측은 “4월 현재 유동화 시장이 정상화돼 PF관련 상당 부분이 해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실적이 양호한 터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건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롯데건설 사업보고서]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이 얻은 상처는 깊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어느 주식투자 사이트에는 "롯데케미칼이 (소액) 주주를 돈 빼내는 '빨대'로 보고 있다. 이번 유증(유상증자)은 롯데케미칼 본업과 무관하며 이 정도면 배임(背任)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롯데케미칼은 관종(관심종목) 삭제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유증 예정 발행가가 13만인데(14일 현재 18만2900원)인데, 롯데케미칼 주가가 외국인의 강력 매수로 바닥 찍고 불타오르는 것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재계 5위' 롯데그룹 한때 흔들... 고금리 이자부담↑

롯데그룹은 레고랜드 사태가 아니었다면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약 1만3000평)를 3조원 가량에 매각해 자금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하면 롯데칠성은 이자율 8%를 받아 이자수입이 생기고 롯데건설도 고금리 이자로 자금 조달할 필요가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레고랜드 사태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2018년 12월 취임해 4년째 장수하며 롯데건설 실적을 개선해온 하석주 대표가 한순간 물러났고 그 자리에는 '40년 롯데맨’ 박현철 부회장이 긴급투입됐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진=롯데건설]

피해자는 롯데그룹, 주식시장 참여자들 뿐만이 아니다. 강원도는 앞으로 민간 기업의 자금을 받아 개발사업을 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게 됐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8위를 기록한 한국의 대표 건설사로 한국 건설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을 갖고 있고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했다. 

이런 국내 대표 건설사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언'으로 존폐 기로에 설 뻔 했고 재계 5위 롯데그룹이 한때 휘청거렸다. 롯데그룹이 흔들렸다는 것은 한국 경제 전체가 한때나마 흔들렸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

ihs_buffett@naver.com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핏 리포트] 포스코인터내셔널, 밸류업 지수 종목 편입…투자 매력도↑-대신 대신증권이 27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에 대해 종합상사 중 유일하게 밸류업 지수 종목으로 편입됐고, 향후 유의미한 연기금 자금 가능성이 열렸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7만6000원을 유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일 종가는 5만6500원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3분..
  2. [버핏 리포트] LG전자, 가전 생태계 확장으로 B2B 사업구조 변화...양호 실적 기대 -KB KB증권이 27일 LG전자(066570)에 대해 향후 B2B 중심의 사업구조 변화, 플랫폼 기반의 신규 사업 확대, LG그룹의 LG전자 지분 확대 등 기업가지 제고에 따른 이익 증가가 실적에 긍정적이라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4만원을 제시했다. LG전자의 전일 종가는 10만7900원이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3분기 실적을 매출액 22조3000억원(QoQ...
  3. 우리넷, 통신장비주 저PER 1위... 2.39배 우리넷(대표이사 김광수. 115440)이 9월 통신장비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넷은 9월 통신장비주 PER 2.39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삼지전자(037460)(2.88), 쏠리드(050890)(5.8), 유비쿼스(264450)(6.04)가 뒤를 이었다.우리넷은 지난 2분기 매출액 409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66%, 542.86% 증가..
  4. [버핏 리포트]LG디스플레이, 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계약 체결...내년 1Q 재무구조↑-삼성 삼성증권이 27일 LG디스플레이(034220)에 대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계약이 체결되며 2025년 1분기 중 2조원 규모의 현금 유입이 가시화 됐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 1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LG디스플레이의 전일 종가는 1만1720원이다.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격 계열이 체결됐다"며 "총 매...
  5. [버핏 리포트]삼성SDI, 완성차社 폼팩터 다각화 & 사업부 매각 통한 이익률 개선에 주목-대신 대신증권이 11일 삼성SDI(006400)에 대해 소형전지에서의 부진은 중대형 전지에서 일부 상쇄될 전망이며 편광필름 사업부 매각에 따른 영업 이익률 개선과 완성차 업체의 폼팩터 확장 계획에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4만원을 유지했다. 삼성SDI의 전일 종가는 36만9500원이다.최태용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3..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