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외 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 저하를 겪었던 한화솔루션이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행복 회로'를 가동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부터 3조2000억원 규모의 북미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구축 사업 '솔라 허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해 성과를 보일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의 또 다른 한축인 화학(케미칼)부문은 시황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최근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의 북미 태양광 사업의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노믹스'의 재출현 가능성이 급부상하며 태양관 사업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 지난해 태양광 밸류체인 공급 과잉... 북미 증설로 빠른 대처
한화솔루션은 지난 2020년 국내 석유화학 'BIG 4(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이하 4개 기업)'에 해당하는 한화케미칼과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이 합병하며 출범했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석유화학 불황으로 적자 늪에 빠져 신음하는 타 기업들과 달리 한화솔루션은 발 빠른 사업 다각화로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증권가 컨센서스(애널리스트 전망치 평균)에 따라 연간 매출 12조9440억원, 영업이익 72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비 각 5.2%, 24.9% 감소한 실적이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이같은 성장 둔화는 케미칼 부문에 이어 큐셀 부문 역시 마찬가지로 부진했던 영향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2022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태양광 밸류체인 공급 과잉은 한화솔루션에게 큰 위협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지체없이 북미 시장 공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월 조지아주 돌턴 지역의 모듈 공장 생산 능력을 기존 1.7GW에서 5.1GW로 확장하고, 조지아주 카터스빌에는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 단지를 건설해 미국 내 생산능력을 올해 8.4G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8.4GW는 실리콘 기반 모듈 업체 생산 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5.1GW 규모의 달튼 모듈 생산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연말 가동을 예상했던 카터스빌 생산단지는 오는 4월 모듈 공장을 시작으로 하반기까지 전 공정의 양산을 순차적으로 개시할 예정이다. 솔라 허브 완공 시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기초 소재부터 최종재까지의 태양광 벨류체인(잉곳→웨이퍼→셀→모듈)이 모두 현지 생산이 가능해진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 구축으로 물류비 절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이 이처럼 미국에 생산공장을 빠르게 늘린 이유는 원가 경쟁력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받고 있다. AMPC는 친환경 에너지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 및 판매할 경우 일정 부분 세금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 북미 태양광 사업 핵심은... AMPC
AMPC는 영업이익에 반영되며 향후 한화솔루션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여겨진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IRA 세액공제 대상 품목에 태양광이 하위 품목으로 지정돼 폴리실리콘은 kg당 3달러, 잉곳·웨이퍼는 ㎥당 12달러, 셀은 와트(W)당 4센트, 태양광 모듈은 W당 7센트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화솔루션이 미국에서의 생산을 늘려감에 AMPC 혜택 규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약 85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으며, 하반기 달튼 모듈 생산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4분기에는 900억에 달하는 AMPC 수혜를 실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화솔루션이 솔라허브의 공정 양산을 순차 개시하면서 연간 AMPC 수취 금액이 최대 5500억원을 반영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솔라허브 완공 후의 AMPC는 현재 환율기준 분기당 2800억원 수준으로 연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며, 한화솔루션은 향후 지속적으로 생산규모를 늘려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글로벌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향후 8년간 총 12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성도 확보한 상태다. IRA 세제 혜택 기간도 오는 2032년까지로 8년을 남겨둔 상황이다. 이렇게 준비된 시나리오대로만 흘러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최근 한화솔루션의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변수가 등장해 버렸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승리를 이어가며 오는 11월 앞둔 대선에서 재집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기, 내연기관 자동차 활성화 등을 주장하며 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IRA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의 원인"이라며 당선 시 IRA 폐지를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미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한 국내 배터리·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미 대선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 트럼프 리스크 헤지 방안은... "AMPC 매각"
물론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대도 무조건적으로 IRA가 폐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 폐지를 위해선 미 의회(상·하원)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등 전면적인 무력화 및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기존 혜택 규모를 줄이는 등의 개편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어 대규모 투자 결정을 한 국내 기업들은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발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AMPC 권리를 매각하는 방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태양광 업체 퍼스트 솔라(First Solar)가 7억달러(약 9338억원) 규모의 AMPC 권리를 약 4% 할인해 매각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기업은 태양광 모듈 판매로 모은 AMPC의 수취를 신청하면 보조금을 받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퍼스트 솔라의 경우처럼 해당 AMPC 권리를 수취액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제3자에게 매각한다면 향후 보조금 수취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AMPC 권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배터리·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연초부터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한화솔루션도 제3자 매각을 통한 조기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 퍼스트 솔라의 매각 경우와는 달리 현 시점 트럼프의 급부상이라는 변수가 추가돼, 과연 제값을 주고 권리 구매에 나설 곳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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