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밑줄긋기] 아메리칸 비즈니스, 미국 기업은 어떻게 성장했는가
  • 이민주 기자
  • 등록 2024-06-01 21:06:23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버핏연구소=이민주 기자]

토머스 K. 맥크로,윌리엄 R. 차일즈. 양석진 옮김. 잇담북스. 2023.06.30.



역자의 말


이 책은 원문 제목 American Business Since 1920이 의미하는 그대로 1920년 이후 미국 기업들의 경영 사례와 미국 경제의 중대한 사건들, 그리고 그 영향을 통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역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고, 십여 년간 미국 기업 분석과 자본 시장 관련 일에 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미국 기업활동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한 면이 많았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와 사회는 미국의 경제·사회적 현상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한국 국민들이 미국 경제와 사회의 역사적 이해가 부족하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정치· 이념적으로 곡해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

해서 한국의 독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글로벌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기업인들에게 기업활동과 경제 현상 전반에 대한 객관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오랜 친구이자 훌륭한 변호사인 잇담 대표 임정근 변호사의 권

유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1장에서는 1920년대부터 시작된 포드와 GM간의 자동차 전쟁을통해서 포드의 아성에 도전하는 GM의 경영전략을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소위 "포드 방식의 대량생산 및 대량판매가 대세를 이루던 자동차 시장에서, GM의 알프레드 슬론은 의사결정 구조를 분권화하

고,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지금은 당연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자동차 할부금융과 보상판매 방식, 그리고 소비자의 소득수준과 계층마다 차별화된 브랜드 도입을 통해 후발 주자인 GM은 미국 자동차 최대강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GM

성공의 핵심적 키워드는 바로 분권화 방식의 의사결정구조이다. 중앙집권형 의사결정 방식과 분권화 방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애썼던 슬론의 고민은 비단 글로벌 기업의 관리자에게만 국한되는 과제가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을 포함해서, 인간 사회에서 조직의 유

형과 규모를 불문하고 리더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화두일 것이다.


2장은 20세기초부터 경제대공황 시기까지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데, 이 기간 동안 미국 경제는 2차 산업혁명의 절정기로 고도 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노사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가 하면, 대기업들의 반사회적인 경제활동으로 인하여 반독점법이 제정되는 사회적 토대가 무르익기도 하였다.  



과거와 오늘날을 살아가는 미국인의 삶의 질


1920년에 미국인 대부분이 삶을 살아가던 방식은 오늘날과 사뭇 달랐다. 그해 미국인의 절반은 농촌이나 소도시에 거주했다. 지역사회에는 대개 철도, 고속도로, 전화기 같은 현대적 의미의 이동 및 통신 수단이 없었고, 미국 내 다른 지역과 단절된 채로 삶을 살았다. 이

민자를 제외한 미국인 대다수는 태어난 곳에서 150마일(약 240킬로

미터)을 벗어나지도 못했다.


1920년에는 미국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만 전기가 공급되었다. 그래서 요리와 청소, 세탁 같은 가사노동에 드는 시간이 일주일에  70시간이나 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 변화 중 하나인 전기가 대중에게 보급된 오늘날에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세탁기와

건조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같은 가전기기는 물론이고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업이 보편화하여 가사노동 시간이 70시간에서 15시간으로 급감했다. 


1920년에는 미국인 가운데 아이패드와 스마트워치는 차치하고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조차 소유한 사람이 없었다. 이메일도 없었고, 문자메시지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량생산하는 소비재 상품도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하니 온라인 또는 휴대전화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당시에는 비행기 여행이 대중화되지도 않았고,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찾을 수도 없었다. 우리가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신용카드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다. 쇼핑몰이나 슈퍼마켓도 없었다


쇼핑카트도 1937년이 지나서야 보급되었다). 그 시절에는 십 대 중반만 되어도 생계

유지가 절박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반면, 오늘날에는 미국인의 85퍼센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당시에는 미국인 30명 중 1명이 겨우 대학교 를 졸업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4명 중 1명이 대학 학위를 소지

하고 있다.


1920년에는 미취학 아동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물론이고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모두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했다. 그나마 의사가 가정으로 왕진을 가서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당시에는 폐결핵, 결핵, 콜레라, 디프테리아, 홍역,

독감, 장티푸스같이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병들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사망인구가 오늘날의 10배를 웃돌았다. 현대 이전에는 많은 분야에서 위생 상태가 열악했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만이 집 안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해놓고 있었다. 마땅한 출

산제한제도와 피임기구(스스로 욕구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 또한 없거나 사용이 불법인 경우가 많아서, 가족계획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렇게 1920년대에 많은 영역에서 미국인의 삶을 지배하던 열악한 상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선진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서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인 대부분과 다른 선진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냉장고와 같은 현대식 가전제품의 혜택을 누리며 살게 된 지도 이제 40년이 흘렀다. 이들 상품의 발명, 개발, 제조 그리고 마케팅에 많은 미국 기업이지대한 역할을 했다. 




기업과 정부의 관계에서 정부 역할의 주목적이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하는지 혹은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끝나지 않는 쟁점이다. 정부는 계약관계 관련 법들을 집행하고 사회간접자본(교통 및 운송, 통신 및 은행 등)을 지원해서 기업활동을 장려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사회적 환경에서 정부가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쫓아가며 기업을 적절히 규제하는 일은 항상 필요하다.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기업들의 부정행위를 억제하는 데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규제제도라는 것이 결코 완벽할 수는 없다. 1970년 대 들어 미국 정부는 다양한 산업을 통제하는 고삐를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다. 규제 완화는 특히 통신산업과 항공운수업에서 소비자의 선택지를 다변화하고 창업활동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1980년대 미국의 저축은행 위기(Savings & Loan Crisis)와 2007년 및 2008년의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 상

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1986년부터 1995년에 걸쳐 저축은행들이 연쇄 도산한 사태. 이 기간에 3.234개의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주요 원인은 1970년대의 경기침체와 급격한 이자율 변동, 그리고 1980년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저축은행들의 과도한 위험추구형 투자행위와 기업들의 부정행위 등이다. 이 사태로 약 1,6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은 연방정부의 재정, 즉 납세자들의 돈으로 메워졌다. 이 사태를 수습하는과정에서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여러 법안이 제정되었다.



세 차례의 산업혁명과 기업환경의 패러다임 변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사례 이면에는 두 가지 두드러진 거시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제1차, 제2차, 제3차로 이어지는 산업혁명과 경영자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에서 금융자본주의(financial capitalism)로 이행하는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사례들은 제2차 산업혁명 중반부터 제3차 산업혁명 중반 사이에 해당한다. 제1차와 제2차 산업혁명에서 발생한 여러 변화 과정을 통해 제3차 산업혁명으로 이행하는 변화도 이해할 수 있다. 산업혁명의 일반적인 정의는 서유럽과 미국에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유사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나타났다.


제1차 산업혁명은 1760년부터 1840년까지 이어지는데, 이 시기를 거치며 인류는 인력과 가축이 생산하는 기존 에너지를 석탄 화력에 기반한 증기기관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제1차 산업혁명 이후에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조상들이 해오던 방식대로 태양의 위치를 살

•펴서 시간을 측정하지 않고, 이제는 시계라는 기계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고 노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섬유산업과 다른 여러 산업에 관련된 대형 생산시설들이 생겨났다. 이제 노동을 세분화해서 옷감과 시계, 손목시계와 소형 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동일한 규격의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렇게 많은 제품

이 소비자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었다. 거의 모든 부분에 서 시장의 힘은 사업 주체들 사이에 경쟁을 불러들였다. 사업 자금은 주로 신용에 의존해서 조달하게 되었고, 제1차 산업혁명기의 시장 자본주의 시대에는 혈연관계 또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인맥이 중요

한 축을 이루었다.


제2차 산업혁명은 1840년대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진행되었고, 그 산업 기반인 교통 및 운송 수단(철로,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과 통신수단(전보, 전화, 라디오 등)에서 기술적 변화를 불러왔다. 제1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이던 증기기관은 이제 전기 및 내연기관에 자리

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에 따라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운송수단을 운용하고 대규모 공장에서 설비를 가동하려면 많은 양의 석탄과 석유가 필요해졌다. 또한 대량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매스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새로운 교통 및 운송 체계를 활용하고 대

량생산 및 대량판매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기업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진화해갔다. 때문에 최종 소비자 손에 들어오는 제품의 가격은 점점 저렴해져갔다. 이러한 경영자 자본주의 시기에, 기업은 주식시장과 유럽 및 미국 동북부의 투

자은행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미국기업들은 광산과 채굴, 공장 그리고 판매와 유통 채널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hankook66@naver.com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핏 리포트] 포스코홀딩스, 철강·리튬 동반 상승 임박...목표가↑-NH투자 NH투자증권이 31일 포스코홀딩스(005490)에 대해 향후 철강은 중국 부양책 영향, 리튬은 공급 제한 영향으로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고, 목표 주가는 기존 51만원을 유지했다. POSCO홀딩스의 전일 종가는 34만원이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포스코홀딩스의 매출액은 18조3210억원(YoY -3.4%), 영업...
  2. 바텍,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6.35배 바텍(대표이사 김선범. 043150)이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텍은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PER 6.3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레이언스(228850)(6.47), 디알젬(263690)(7.55), 세운메디칼(100700)(8.41)가 뒤를 이었다.바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 873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3. CJ CGV, 3Q 매출액 5470억 전년比 34.9%↑..."CJ올리브네트웍스 시너지가 실적 견인" CJ CGV(대표이사 허민회, 079160)가 올해 3분기 매출액 5470억원, 영업이익 321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9%, 5.2% 증가했다. 지난 6월 자회사로 편입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올리브네트웍스는 매출 1830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대외사업 수주 확대 및...
  4. 네이버, 3Q 매출액 2.7조 전년동기 比 11.1%↑..."검색 및 광고사업 호조" 네이버(대표이사 사장 최수연, 035420:NAVER)가 3분기 매출액  2조7156억원, 영업이익 5253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동기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11.1%, 38.2% 상승했다. 숏폼, 피드 서비스를 통한 체류시간 광고 상품 개선 등으로 발생한 검색 및 광고사업의 호조세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5. 코웨이, 3Q 매출액 1.1조 전년比 9.2%↑..."동남아 매출이 성장 견인" 코웨이(대표이사 서장원, 021240)가 3분기 매출액 1조1003억원, 영업이익 207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K-IFRS 연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6% 증가한 수치다. 코웨이는 3분기 국내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660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여름철 아이콘 얼음정수기 판매 확대와 비렉스(BEREX) 매트리스 및 안마의자의 꾸준한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