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페인트 산업은 아파트 분양 호조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페인트 수요가 늘어나 페인트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셀프 인테리어」의 열풍이 불면서 B2C 시장도 활기가 띌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열풍이 오래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페인트 관련주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올해 들어서 KCC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기업은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KCC 역시 3.11% 올라 크게 상승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처럼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에는 상반기 실적이 둔화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화페인트와 강남제비스코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삼화페인트는 상반기 매출액 2,426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각각 3.45%, 7.59%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11.77% 하락한 102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외관이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바뀌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도료를 주로 납품하던 삼화페인트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강남제비스코도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액 1,643억원, 영업이익 207억원, 당기순이익 206억원을 기록해 전년비 3.75%, 6.16%, 11.28% 하락했다.
노루페인트는 영업이익이 전년비 17.04% 증가한 161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4.10% 늘어난 2,367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이 41억원으로 82.57% 하락한 점은 문제로 드러났다.
노루페인트는 올해 매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삼화페인트를 제치고 업계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현대ㆍ기아 등 자동차업체에 납품하면서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조광페인트는 당기순이익은 24.75% 늘어 143억원을 달성했으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88%, 10.20% 감소했다. KCC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4.13%, 27.06% 늘었다.
페인트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국내 페인트시장은 KCC, 삼화페인트공업, 노루페인트, 조광페인트, 강남제비스코 등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CC가 페인트 시장점유율 37%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2위 자리를 놓고 삼화페인트와 노루페인트 등의 경쟁이 치열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인하 정책을 통해 실적을 올리려다 보니, 실적 악화가 더 심해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전방산업군이 조선업계의 불황도 전문 도료업체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연계분석은 없지만 조선업 불황이 페인트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유가가 반등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페인트 생산 기업들은 유가가 오르면 원재료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페인트 원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용제와 수지를 보통 석유나 그 부산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셀프 인테리어」 등 집방 열풍이 불면서 페인트 시장에도 활기가 불어넣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페인트 업체들은 B2C에 주목했다.
KCC는 인테리어 전문브랜드인 홈씨씨인테리어의 신규 매장을 늘려 현재 서울 서초 본점을 포함해 인천, 부산, 창원, 대구 등 지역거점별로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최근 B2C 특화브랜드인 홈앤톤즈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하고, O2O마케팅을 통해 직영점 체제의 전문 유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TV홈쇼핑 판매를 시작한데 이어 아웃렛매장도 새롭게 열었다.
하지만 집방 열풍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면서 규모가 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인트 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위해서 B2C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업은 90% 이상이 기업간 거래이기 때문에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최대한 매출의 상호보완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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