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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신용호 교보문고 창업자의 성공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 이민주
  • 등록 2017-09-07 07: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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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부제 :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한 기업가 신용호. 정인영 지음. 교보문고. 2017년 6월(개정판 초판)

 길이없으면길을만들며간다

- 1979년 중순의 어느 날,
청와대에서 손님이 왔다. 둔탁한 발소리와 함께 사무실이 거침없이 열리더니 건장한 사내들이 성큼 들어섰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신용호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사내들 중 상급자인듯한 사내가 명함을 건냈다. 청와대 경호실의 고위간부였다. 그리고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바쁘실텐데 용건만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옥을 지금의 22층에서 17층으로 낮춰주십시오. 대통령 각하의 경호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22층까지 쌓아올린 건물을 17청으로 낮추라는...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사내는 덧붙였다. "경호실장님의 특별 지시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1970년에 지어진 정부종합청사가 19층이었다. 정부종합청사는 지상 84미터로 청와대와 지척에 있었다. 정부종합청사보다 불과 3개층이 높고 거리도 청와대보다 훨씬 떨어져 있는 교보딜딩을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낮추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

대산은 대통령에게 직접 사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저는 나라의 법이 정한대로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를 설립했고, 법을 한치도 어기지 않았고, 각하가 주시는 표창도 여러번 받았고, 국민훈장도 받았습니다.
저희 사옥은 관계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 티끌만한 위법도 없이 공사를 진행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경호실에서 22층을 17층으로 낮추라고 합니다. 처음 건물을 짓기 시작했을 때 그런 지시가 있었다면 따랐겠지만 지금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건물을 자르라는 명령을 받고보니 참담할 뿌닙니다.
저는 이 나라와 각하, 그리고 법과 권위를 위해서도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합법적으로 쌓은 건물을 자르라면 건물을 자르는 대신 죽을 각오로 부당함에 맞서겠습니다."

대산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과 접촉했다. 편지가 통상적인 민원으로 접수되면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간 대산은 하루하루를 숨이 막히는 기분으로 지냈다. 어느날, 건물을 17층으로 자르라고 통보했던 청와대 경호실의 바로 그 간부가 찾아왔다.
그는 앉자마자 어색한 미소를 띄며 말을 꺼냈다.
"각하로부터 꾸중을 들었습니다. 계획대로 사옥을 준공하세요. 걱정을 끼쳐드려 미안합니다."
 '22층 교보빌딩'은 이런 사연을 갖고 있다.

- 대산은 6형제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대산의 집안은 몹시 궁핍했다 대산의 아버지는 어릴 때 신동 소리를 들었지만 후일 항일운동을 하느라 집안을 돌보지 않았다. 옥고를 치른 뒤에는 요시찰 인물로 분류돼 일경에 쫓겨다녔다. (59P)
어머니 윤씨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전남 영암에서 월출산을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

-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지 못했지만 천일독서로 해결했다. 대산의 집안으로 목포로 이사를 해 그곳에서 하숙을 했는데, 하숙생들이 구해준 교과서로 교과 과정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조선어, 일본어, 역사, 지리, 수신(도덕), 상업을 고부했다.  포기했다.
당시 <동아일보>에 연재된 춘원 이광수의 우리말 소설 <이순신>을 탐독했다. 심훈의 <상록수>, 홍명희의 <임꺽정>도 탐독했다.
16세의 신용호는 조선어, 일본어, 상업, 역사에서 상업학교 3학년의 실력을 갖추었다. (69 P)
목포공립상업학교 3학년이던 친구 강일구가 학교로 데려가 실제로 3학년 시험을 보게했다. 선생님은 채점을 하고 나서 "6과목 모두 우수한 성적이고, 이 정도면 우리 학교 학생들과 견주어도 상위권"이라고 평가했다.(71)

- 대산은 취직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보통학교 졸업장도 없는 그를 채용해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산은 스스로가 장사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 그는 일단 서울(경성)로 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경성에서 기회를 봐서 중국 대륙으로 갈 생각을 했다. (77)

- 2000년 새해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는 새 글이 내걸렸다. 첫 글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는 고인 시인의 시구였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회사를 소개하는 홍보 현수막이나 광고판을 내붙이고 있던 때에 '광화문 글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84)
글귀는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회에서 골랐다 대산은 가끔씩 선정위원회에 자신이 생각하는 글귀를 보냈다. 주로 인생 역경을 통해 얻은 지혜와 한국의 미래를 위한 소망이 담긴 내용이었다. (84)

- 1936년 3월 대산은 서울에 도착햇다. 친척 아저씨뻘되는 신갑범을 찾아갔다.  대산은 매일같이 서울 소공동에 있는 총독부 도서관에 가서 만주와 다롄에 관련된 책을 탐독했다. (101)

- 다롄항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신갑범의 소개장을 읽은 후지다상사의 후지다 사장은 신용호를 신뢰했다. 후지다 상사는 자동차와 선박 수리에 쓰이는 부품, 모터 등 각종 산업재와 소비재를일본에서 수입해 만주 일대에 팔고, 다롄 일대의 농산물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취급 품목은 100여종이 넘었고 만주 일대와 대륙에 수십개의 지사 형태의 도매점을 운영했다. (105)

- 대산은 마케팅 방법을 연구했다. 본사에서 도매상에 판매액의 일정비율을 주듯, 판매 사원 개개인에게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제도를 생각해 이를 '비례급 판매제도'라고 이름붙였다.
다롄 시내에 본사 직할 판매부가 거래하지 않는 중소 규모의ㅏ 고객만을 개척하는 상사 판매대리점을 개설하자는 제안을 했다(110)
이 아이디어는 대성공이었다. 대산의 첫 사업 성공이었다.

- 1995년 대한교육보험이라는 사명을 교보생명으로 변경했다. (129). 그는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했다.

-상하이에서는 그는 곡물 도매업을 시작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152)
양곡 유통은 자본금이 많으면 크게 할 수 있고 적으면 적은대로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자금 회전이 빠른 장점도 있었다.
1940년, 24세의 혈기왕성한 나이에 대산은 자금성 동쪽 곡물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작은 창고가 딸린 사무실을 마련하고 회사를 설립했다. (157). 회사이름은 북일공사(北一公社)로 지었다.

"벌어들인 돈을 정체시키지 안ㅇㅎ고, 바로 물건을 사서 이익을 남겨 팔고, 이익을 합쳐 즉시 더 많은 물건을 다시 사서 파는 일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면 돈을 번다. 이것이 자본금을 늘려가는 빠른 방법이다"(158)

"장사를 하려면 쉬지 않고 생각하는 사고ㄹ력, 왕성한 정보 수집력,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력, 그리고 결단력이 있어야한다(159)

- 그렇지만 그는 전쟁이 끝나면서 사실상 빈손이 됐다. 조선에 갖고 가서 쓸 수 있는 돈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금괴로 바꾸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182)

- 대산이 실패한 사업은 출판업이었다. 적은 자본으로 할 수 있고, 국민을 계몽한다는 장점으로 그는 자금을 빌려 출판사를 차렸다. 출판사 이름은 민주문화사였다.
<여운형 선생 투쟁사>는 18쇄까지 찍었으나 사업적으로는 실패였다. 대금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쏟아붓는 돈의 회전이 너무 늦고, 손실 비용이 컸다.
(199) 그는 전국의 서점 주인들을 만나보고 지방 도매 시장의 구조와 생리를 분석한 결과 안타깝지만 민주문화사의 문을 닫았다. (출판업은 어려운 사업이다!)
대산은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불가항력이라고 판단되면 깨끗이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200)

- 민주문화사의 간판을 내린 대산은 군산직물을 설립했다. (201)

- 가난하면서도 열성적으로 자식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학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것을 사업으로 연결시켜보자. (219)
사망, 사고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처럼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면 학자금을 지급하는 보험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였다.
백방으로 일본과 선진국을 조사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교육과 연계된 보험은 없었다. (220)

- 1957년 5월 15일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재무부의 설립 인가가 관건이었다. 대산은 김현철 재무부 장관 집으로 6개월을 출근했다. 6개월만에 대산은 수행 비서의 안내를 받아 김현철 장관과 독대를 했다. 얼마 후 장관은 대산을 다시 만났다.
"대통령께서도 보고를 들어시고, 그 사람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 잘 도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무 국장에게 이야기해줄테니 서류를 갖춰 인가 신청을 내도록 하세요"(233)

- 1958년 1월 27일 재무부 장관으로부터 회사 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의 나이 41세였다.
창업 초 2년동안 대산은 실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었다. 자존심이 견뎌낼 수 없을 정도의 수모를 겪었다. 월급날까지 급전을 빌리기 위해 사채업자들을 찾아다니며 사정하고 돌어다니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직원들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웠다. (241)

"경비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간부들조차 이제 손을 떼자고 공공연히 건의했습니다."(241)
1959년에는 보험모집 현상금 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냈고 1961년 백화점 점두 판매 제도 도입이 성과를 냈다. 보험모집현상 행사는 1959년 6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본사와 지사의 외근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무려 50억환의 실적을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대한교육보험은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대산은 업적에 대한 보상은 사람의 의욕을 높여준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242)
1967년 5월 대산은 사장 자리를 조준호 부사장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이사회 의장이 됐다.

- 1978년 보유계약액이 1조원을 돌파했고 1979년에는 2조원을 넘었다. 기하급수적이었다.
대산은 1975년 회장에서 물러나고 명예회장에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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