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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능은 진화의 산물일 뿐이다? 『지능의 탄생』
  • 이민주
  • 등록 2017-11-10 17: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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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열 지음. 바다출판사. 2017년 4월.

지능의탄생

'지능'(Intelligence)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지난 30여년은 '혁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과 한 세대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지능'이라는 현상에 관해 아무런 궁금증을 갖지 않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 강의를 듣고, 책을 읽어왔지만 정작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고, 인간에게 애초에 왜 생겼는지에 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문호(文豪) 톨스토이, 공산주의 창시자 칼 마르크스, 자본주의 원조 애덤 스미스의 책을 읽어보라. 이들의 생각은 정말이지 탁월하지만 바로 그 ‘생각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왜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질문을 그간 해보지 않았을까?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공기나 물이 존재하듯이 지능이란 것도 원래 당연하게 있는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지능도 엄연한 생물학적 현상의 하나이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지능의 탄생>의 작가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능이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가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리 작용'이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에게 지능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작동 원리, 미래의 지능을 담담하게 정리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을 둘러싸고 있는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 이제 우리는 생명 현상의 기원의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가 지능을 개발한 이유는 - 우리가 두뇌를 작동시켜 '생각'을 하는 이유는 - 이 종족의 지상 목표인 생존과 번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6억년전, 이 지구상에 등장한 최초의 동물인 아메바를 생각해보자(아메바는 엄연히 동물이다). 
아메바의 가장 큰 특징은 근육세포를 갖고 있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메바는 신속하게 수축하거나 이완할 수 있는 근육 덕분에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박테리아보다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음으로써 대량의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이전의 고정된 곳에 지내는 식물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문제는 근육세포만으로는 생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이 근육 세포만 갖고 있으면 마구잡이로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다가 오히려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히기 십상”이라며 “이에 따라 동물은 근육세포를 제어하는 신경 세포를 만들어 주위 환경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시해 여기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뇌로 진화했고 결국 지능이 탄생했다”고 밝히고 있다(6P).

이렇게 지능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면 우리는 그간 논란거리가 돼온 몇 가지에 관해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지능은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라 다른 동물에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능을 '생물체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능력'이라고 정의하면 문어같은 무척추동물도 지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어의 눈은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카메라 구조를 하고 있어 다양한 물체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키우는 문어는 자기가 처음 보는 사람이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구별해서 그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물충 공격을 한다. 또 문어는 먹이가 들어있는 병의 뚜껑을 여는 방법을 학습하기도 하고, 갇혀 있는 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한다. 척추가 없는 동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능이 낮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편견이다"(107 P)

인간만이 지능을 갖고 있고, 그렇기에 고귀한 존재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문어도 지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문어를 먹지 말아야 하는걸까? 이 책은 제기하는 질문은 이처럼 도발적이다.
둘째, 진화론적 지능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나(Me)라는 존재의 주인은 뇌(지능)가 아니라 유전자이다. 저자에 따르면 뇌는 '단지 유전자의 안전과 복제기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임무를 부여받은 일종의 대리인'에 불과하다(139). 철학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우리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생존)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다'

"유전자가 뇌에게 전권을 위임한 이유는 그렇지 않고서는 뇌가 지도자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결과 동물은 빛과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해 자신의 생존과 번식, 다시 말해 유전자의 복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뇌가 없다면 치타처럼 빠른 속도로 먹이를 추격하는 능력도,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거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144 P)
인간이 뇌의 지배를 받기에 앞서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끝으로, 진화론적 지능의 관점에서 보면 뇌가 죽는다면 개체는 영원히 소멸된다고 봐야 한다.
저자는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도 결국 체세포이므로, 인간의 뇌에 저장돼 있는 고유한 기억과 지식 또한 그 개체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소멸된다"며 "개인과 뇌의 임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뇌를 포함한 모든 체세포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전히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144 P)
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고, 나(Me)라는 존재의 주인이 뇌(지능)가 아니라 유전자이며, 뇌가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정지된다는 사실은 쇼킹하면서도 유익하다. .

그렇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어도 궁금증 한가지는 여전히 남는다.
그것은 '인간은 과연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와 같은 물리적인 기계가 그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기계가 자신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270)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완벽한 이해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내가 지금 이 글을 집필하기 위해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하나의 생리작용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이 책은 도발적이면서도 유익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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