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야 거대기업이 많을까?(윤진기 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교수
  • 등록 2018-06-05 09:17:04
  • 수정 2024-02-13 08:57:59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수의 거대 기업이 산업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거대기업의 존재가 바로 국가경쟁력이 된다. 사람들은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야 거대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적어도 거대기업이 많이 존재할 수 있다. 2017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100대 기업 중에 미국은 34개, 중국은 11개 기업이 랭크되어 있는데, 스위스는 5개 기업이 올라 있다.

 

2016년 기준 중국 공식 발표 인구는 13억 8271만 명이고(UN 2017년도판 인구전망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14억 9백만 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스위스의 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841.9만 명으로 중국의 6.0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브스 100대 기업에는 중국의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올라 있다. 거대기업의 존재에는 정치경제 체제와 역사, 기타 기업환경, 국민정신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 국가의 덩치가 작다고 결코 불리한 것은 아니다.

 

스위스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인정하고 있고, 상속세를 폐지하였기(일부 지방정부에는 있다) 때문에 부유한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하기에 편한 국가이다. 스위스는 인구가 적고 자원이 부족해 해외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여 독점 등 경제력집중에 대하여 관대하다. 그래서 상위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한국은 61%)에 달할 만큼 소유 및 경제력 집중도가 높지만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차별적인 규제는 없다.


 

스위스의 거대기업들은 세계를 상대로 장사한다.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총 매출액의 2%만을 스위스에서 창출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다. 이것이 바로 작은 나라의 기업이 크게 비즈니스를 하는 비결이다.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 존재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우리 사회가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스위스처럼 인근 강대국인 독일이나 프랑스 사이에 끼인 국가는 이들 국가보다 유리한 기업환경을 만들어 첨단 분야의 외국인 투자와 다국적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처지가 비슷해도 국민정신이 흐트러지면 이런 정책을 취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지혜가 스위스 정부와 국민에게는 있다.

 

스위스의 면적은 41,285km²로 우리나라 면적(100,210km², 남한)의 41.19%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841.9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5155.5만 명의 16.33%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포브스 100대 기업에 우리나라보다 5배의 기업을 올리고, 국민 1인당 GDP는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2.86배에 달한다.

 

78,812.65 달러(스위스 국민소득)/27,538.81 달러(우리나라 국민소득)=2.86 (배)

 

201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서 한국 대표선수 6명 전원이 모두 금메달을 따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을 보면 우리 청년들의 수학실력은 스위스 청년들보다 나은 것 같은데, 실전에서 우리 경제가 스위스보다 이토록 부진한 것은 아무래도 어른들이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경제력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스위스는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우리도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2005년에 세계 10위에 오르고 2017년에도 여전히 세계 1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관점을 바꾸고 살펴보면 스위스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주간 뉴스 클리핑] 부동산사회 [부동산]- 재무구조 개선 태영건설 윤세영등 임원22명 감축- 전세사기 피해금, 올해 더 늘었다…작년 4.3조, 올해는 벌써 1.4조 떼여- 서울 아파트값 4주 연속 상승…경기는 다시 하락 전환 [사회]- 임대차 미신고 과태료 1년 더 유예-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4호선 혜화역 약 1시간 무정차 통과- "어찌 되든 빨리 결정을"…오락가.
  2. DSR, 비철금속주 고ROE+저PER+저PBR 1위 DSR(대표이사 홍석빈. 155660)이 4월 비철금속주 고ROE+저PER+저PB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 DSR은 비철금속주에서 고ROE+저PER+저PBR 1위를 차지했으며, 풍산홀딩스(005810), 황금에스티(032560), 태경비케이(014580)가 뒤를 이었다.DSR은 지난해 매출액 2911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79% 증가, 영업이익은 32.12% 감소...
  3. [윤진기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니콜라스 다비스 투자 이야기의 함정 니콜라스 다비스(Nicolas Darvas, 1920-1977)는 헝가리 출신의 무용가인데, 주식투자를 해서 짧은 기간에 200만불을 넘게 벌었다. 그의 투자 이야기는 그의 책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에 잘 소개되어 있다. [1]니콜라스 다비스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박스이론’(Box Theory)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주가가 일정한 .
  4. 제이엠티, 디스플레이장비및부품주 저PER 1위... 4.55 제이엠티(대표이사 정수연. 094970)가 5월 디스플레이장비및부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이엠티는 5월 디스플레이장비및부품주에서 PER 4.5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한국컴퓨터(054040)(4.7), 인지디스플레(037330)(5.23), 톱텍(108230)(5.45)가 뒤를 이었다.제이엠티는 지난해 매출액 1227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하며...
  5. [버핏 리포트] 고려아연, 신사업 성과가 주가 상승 Key-신한 신한투자증권이 8일 고려아연(010130)에 대해 신사업 부문 성과 및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속 가격 상승 랠리를 통해 중장기적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60만원으로 평가 유지했다. 고려아연의 전일 종가는 47만3000원이다.고려아연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845억원(YoY +26.54%)이다. 연(납) 판매량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