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국내 화학기업들이 가정용 식수, 산업용수, 해수담수화 필터 등 「수처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수처리 사업은 그동안 설비와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 중공업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학기업들이 수처리 필터를 생산하며 「물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이 화학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이유는 「좋은 물」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 반면, 기후 변화, 환경 오염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처리 시장은 수백억원 규모이지만, 세계 수처리 시장은 2010년 550조원에서 올해 7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영국의 물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는 최근 세계 물 시장 규모가 매년 4.2%씩 성장, 2025년쯤 1,000조원대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기업 가운데 LG화학이 앞서서 수처리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014년 4월 2억달러를 들여 미국 필터 업체인 나노에이치투오(Nano H2O)를 인수해 수처리 필터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7월에는 398억원을 들여 청주 전용 공장을 완공했다. 산업용수용과 가정용 필터 제조기술에서 특허를 다수 보유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현재 수처리 필터 분야에선 세계 메이저 3사(다우, 니토덴꼬, 도레이)가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2020년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수처리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미래 친환경 산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수처리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 선도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이러한 큰 방향성 안에서 해당 분야 사업의 R&D 강화, 생산능력 확보, M&A 등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간 R&D 투자 금액을 올해 약 6,000억원에서 2018년까지 9,000억원 수준으로 50% 이상 확대하는 한편 관련 인력도 현재 3,400여명에서 2018년까지 4,1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최근 중동 오만 소하르(Sohar) 해수담수화 공장의 RO필터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수처리필터 시장 선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LG화학이 지난해 5개국 8개 프로젝트 공급에 이은 대규모 수주로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염분 농도가 높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고객사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수주를 따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삼성SDI의 수처리 분리막 사업 연구개발(R&D)시설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처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최근에는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ESS와 수처리 사업 등으로 사업분야를 넓혔다.
삼성SDI는 수년간 수처리 사업에 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지만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연구 시설과 인력을 매각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연구개발 인력 10여명을 포함 연구시설을 인수한 것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며 『양사 합의에 의해 매각 금액 규모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로 넘어간 10여명 인력은 롯데케미칼 대덕연구소에 배치됐다.
2011년 수처리사업에 진출한 롯데케미칼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으며 실제 양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물포럼과 대한민국화학산업대전에 독자 개발한 중공사막(UF) 수처리 분리막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효성이 국내 최초로 AMC 멤브레인(분리막) 필터 제품 인증을 획득하고 내년 1분기 수처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8일 효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소재개발(WPM) 국책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AMC(아세틸화 메틸셀룰로스) 가압형 중공사막 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6월 한국상하수도협회(KWWA)로부터 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중공사막(UF) 모듈은 머리카락 굵기 1200분의 1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있는 빨대모양 중공사막을 모아 용기 안에 넣은 부품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기능을 갖췄다. 중공사막 방식은 정수 시간이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효성이 개발한 AMC소재는 기존 PVDF(폴리불화비닐리덴) 소재보다 높은 친수성을 바탕으로 내오염성이 뛰어나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AMC 소재로 멤브레인을 제작하는 업체는 없다.
한편 두산중공업과 유니드도 수처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7월 하수 처리 회사인 하야워터와 900억원 규모의 하수처리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영국 자회사인 두산엔퓨어는 860억원 규모의 수처리 플랜트를 수주했다. 최근에는 이집트와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유니드는 최근 한화케미칼로부터 울산 석유화학단지내 염소・가성소다(CA) 공장을 매입했다. CA 공장은 소금물을 전기 분해, 염소와 가성 소다로 만들어 세척과 각종 수처리 중화제를 생산한다. 유니드는 가성 칼륨을 생산, 반도체 세정 등에 사용할 소재를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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