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구 연구원]
정유업체의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정제마진이 최근 크게 하락했다. 상반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두며 선전했던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럴당 9.9달러였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배럴당 4.8달러까지 내려가더니 이달 들어서는 급기야 3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이는 국내 정유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이다. 통상 정제마진 4∼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다 팔아도 외려 손해를 보는 구조란 얘기다. 다만 주 단위로 보면 8월 첫주에는 배럴당 3.5달러이던 것이 둘째 주에는 3.1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셋째 주에는 3.4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각종 수송비·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쉽게 말해 원유를 사다 정제를 해서 남기는 이익을 뜻한다.
정제마진 급락으로 정유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정제마진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3분기 실적은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제마진의 하락은 유가의 급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유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있는데 제품 가격은 채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원유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마진은 줄어든 것이다.
또 석유제품 수요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지만 지역 내 설비 가동률이 높아 공급이 많은 점도 정제마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lagging effect)은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분기의 경우에도 국제유가가 완만히 오르면서 정제마진 하락의 악영향을 상쇄하고 호실적을 거두는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또 정유 부문과 함께 정유사들의 양대 사업 영역인 석유화학 부문은 호황이 지속하고 있어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실적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제마진이 회복되더라도 3분기 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회복한 반면, 정제마진과 환율이 하락해 3분기 (정유업계의) 실적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며 『정기보수 규모가 늘고 성수기 수요가 시작되는 9월 하순께 정제마진이 회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도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최근 5년간 가격 변동 폭을 밑도는 등 부진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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