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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책마을] 인공 지능이 절대로 인간을 앞서지 못하는 것은?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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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6-12-11 1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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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 
제프 콜빈(Geoff Colvin)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6년 10월

 

인간은과소평가되었다.책표지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떤 식으로든 글쓰기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것을 주된 직업으로 하고 있다.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글쓰기는 고도로 창의적인 행위이며,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만큼 글쓰기를 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머리에 떠오르는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의 파편들을 하나의 논리 구조로 연결하는 것은 계량화하거나 규격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나는 미국의 스토리텔링 벤처 기업인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가 만들어내는 기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접었다. 이 벤처 기업이 생산하는 기사는 컴퓨터가 쓴 글이라고는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이 회사가 2011년 12월에 작성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분석 기사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2011년 12월 21일,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악화됐다. (이 회사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컨센서스는 주당 4센트 손실에서 주당 6센트 손실로 떨어졌다. 주당 10센트였던 실적 컨센서스는 지난 3개월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회계 연도에 주당 12센트를 전망하고 있다"
(Expectations have dropped for Micron Technology‘s (MU) first quarter results slated for Wednesday, December 21, 2011. The consensus analyst estimate has dropped from a loss of 4 cents a share to the current estimate of a loss of 6 cents a share. The consensus estimate has fallen over the past three months, from 10 cents. For the fiscal year, analysts are projecting earnings of 12 cents per share)

인간이 쓴 기사와 쓴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이 벤처 기업은 야구 경기의 역전 우승 장면을 상세하고 드라마틱하게 설명하거나, 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를 부각시키는 기사도 생산해내고 있다. 2010년 초 미국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학과와 컴퓨터공학과 학생 4명이 이 벤처 기업을 창업했을 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업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를 놓고 내기를 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시각은 사라졌다.
이 기업은 지난 한해 동안 5억건의 기사를 포브스, 야후, LA 타임스 등에 공급했다. 우리가 포브스나 야후에서 읽는 기사의 상당수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벤처 기업은 조만간 영화 대본이나 소설 쓰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2020년쯤이면 언론인들이 선망하는 퓰리처상을 인공지능이 수상할 것 같다. 도대체 세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걸까?

인공지능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신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배반하고 있다. 경제학자 프랭크 래비와 리저드 J. 머난이 <노동의 새로운 부문>(The new division of labor)에서 "운전을 하려면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에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수십년 내에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때가 2014년이었다. 그런데 불과 6년 후에 구글은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신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을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그런 영역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는데,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를 읽으면서 그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 책의 미덕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절대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앞서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전의 인공지능 관련 서적들이 인공지능의 위력을 강조하면서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기본 소득의 도입같은 사후적인 대책을 논의한 것에 비해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술술 읽힌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책을 쓴 제프 콜빈(Geoff Colvin)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의 편집장이다. 
제프 콜빈이 말하는 인간 고유의 강점이란 다름아닌 '공감하는 능력'(The ability of sympathy)이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해 나도 그렇다고 동조화하는 것을 말하며, 두 사람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영화나 TV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혼을 쟁취하거나, 신체의 한계를 가진 사람이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딛고 무언가를 쟁취하면 우리는 눈물을 흘리고 감동하는데, 이런 공감은 2인 이상의 사회 구성원을 전제로 한다.
저자에 따르면 공감은 인간만의 특성이며, 인공지능은 공감하지 못한다. 또, 저자는 공감이 인류를 지금의 문명사회로 이끌어온 핵심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대초원에 살던 시절 인간은 대단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는데, 문제의 대부분은 사회적 상호 작용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다시 말해 사회적 무리를 이뤄 사는 삶이 각자에게 득이 됐지만, 그러려면 자신의 행동이 남의 행동에 미칠 영향을 인식하고, 행동의 결과가 동족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를 고려해야 했다. 이것이 인류의 현대적인 뇌를 발전시켰다"(P 68)
공감은 언뜻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는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당사자의 생존에도 유리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고대 인류 사회에서 동료가 썩어가는 시체를 먹고 역겨워하는 표정을 짓는다고 하자. 그러면 그것을 보고 공감하는 인간은 시체를 먹어볼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되면 공감하는 인간은 진화적으로는 당연히 득이 된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능력은 그것을 느끼는 인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P 128)
저자는 “공감의 능력을 키운 우리의 먼 조상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생존하고 더 잘 살았다"면서 "진화적인 선택은 동정의 감정 상태를 신속하거나 평가하는 뇌의 체계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해야 했다"고 결론짓는다(P 128)
다행스러운 점은 이렇게 중요한 공감을 인공지능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혼자 과업을 해내는 기계’이다. 다시 말해 컴퓨터나 인공지능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혼자서 잘하는데, 인간은 무리를 지어 업무를 하면 더 잘한다. 이것이 인간이 인공지능을 앞서는 부분이다. 인공지능이나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혼자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제 인류는 공감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감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고 모두가 원하지만 쉽게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감에 굶주린 세상에서 진정한 공감을 제공할 기회는 대단히 소중하다"고 저자는 말한다(P 262)
나는 저자의 주장의 근거를 따라 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류가 향후에도 인공지능에 지배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공감 능력을 발전시켜 나의 후대에도 인공지능에 지배되지 않는 세상이 유지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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