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가치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의 투자법을 한국 주식 시장의 종목들을 바탕으로 소개하는 '워렌 버핏 되기'를 연재합니다. 1956년 고향 오마하에서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10만달러를 투자 받아 정식으로 투자 인생을 시작한 그가 세계 최고의 투자 대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정리해해봅니다. 칼럼을 맡은 이민주 버핏연구소 설립자는 2017년 5월 미국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미팅을 취재하고 워렌 버핏 인터뷰했습니다. 저서로는 <지금까지 없던 세상> <워렌 버핏> <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는 법> 등이 있습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 전 대표. 설립자
한국에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기고 있는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세자릿수인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수익을 내는 종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이들 종목의 상당수가 굴뚝주라는 사실이다. 굴뚝주란 음식료, 의류, 제과 등 고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 버핏을 성공 투자로 이끈 굴뚝주
그런데 굴뚝주는 워렌 버핏이 선호하는 투자 유형이기도 하다. 버핏은 굴뚝 기업 투자를 통해 오늘의 부를 쌓았고, 지금도 굴뚝 기업에서 그의 부가 창출되고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저스틴 부츠(신발), 데어리퀸(아이스크림), 프루츠 오브 더 름(의류), 시즈캔디 등으로 온통 굴뚝 기업이다. 그가 미국의 정보 기기 회사 IBM이나 중국 전기차 업체 BYD 같은 첨단주를 매입하면 그 자체가 화제가 될 정도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왜 미국의 주식 시장에서건,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건 굴뚝주가 투자 성공 확률이 높은 걸까?
▶ 내가 아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 '인지 범위'(Circle of competnece)
워렌 버핏은 이를 인지 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지 범위란 내가 잘 알아낼 수 있는 영역을 말한다. 인간은 시간과 재능의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 수는 없으며, 자신이 잘 알 수 있는 범위 이내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이것이 인지 범위의 핵심 개념이다.
버핏이 첨단주에 좀체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첨단주가 자신의 인지 범위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10년 정도 앞을 내다보고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낼지를 예측한 다음, 그것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데 첨단주에 관한 한 버핏은 10년 앞을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투자할 수가 없다.
굴뚝주는 그렇지 않다. 지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스크림, 음료, 패션은 향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입맛과 기호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핏은 굴뚝주 투자를 선호한다.
그런데 현실 투자 세계를 살펴보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첨단주이다. 무언가 화끈하고 성장성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첨단주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국내의 어느 투자 전문가는 1990년대 휴대폰 등장 초기에 휴대폰 기기의 대중화 가능성을 확신하고 투자에 나섰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첨단주 투자가 고수익을 가져다 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요즘 뜨고 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훌륭한 투자 대상이다. 그런데 실제의 투자 성과는 다르게 나온다.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대로 인지 범위 때문이다.
1990년대의 한국인들은 누구나 휴대폰이 향후 수십년동안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정도의 분석으로는 수십 개의 휴대폰 기업 가운데 생존 기업을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누리텔레콤, 온세텔레콤 등 지금은 파산했거나, 흡수합병됐거나, 사업 영역을 바꾼 수십개의 휴대폰 관련 기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당시 한국이동통신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한 전문가가 오히려 현명한 조언을 한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요즘 뜨고 있다. 이 기업들의 성장성, 시장 점유율, 경쟁의 진행 양상을 비롯해 수십 가지 요소에 폭넓게 파고들 자신이 있다면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인지 범위를 알고 그 이내에서 머무르는 것이 시간 대비 효과적인 투자법이다.
버핏은 1996년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현명한 투자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다. 투자자는 선별된 기업들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선별된'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여러 분이 모든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많은 기업을 잘 알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 영역 내에 있는 (선별된) 기업들만 평가할 수 있으면 된다. 영역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그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은 필수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1,800여개이다. 이 원(cricle) 안에 50개 이하의 기업만 들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계를 잘 설정해야 하며, 원을 너무 크게 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이 원 안에 있는 기업들 가운데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이익이 개선되는 기업을 고른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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