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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재무제표 읽는 법] 재무제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걸까?
  • 김진구 기자
  • 등록 2018-03-09 09: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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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취업, 직장 생활, 기업 분석에 꼭 필요한 재무제표 지식을 정리해보는 '아하! 재무제표 읽는 법'을 연재합니다. 10만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제표가 이 시대의 생존 지식이자, 일상 생활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제시하겠습니다]

 

[버핏연구소=김진구 기자]  우리(주주, 투자자)는 기업이 만든 재무제표를 보고 해당 기업의 성과나 향후 전망을 예측하려 한다. 그런데 기업은 재무제표를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걸까.
기업이 재무제표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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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계를 거쳐 재무제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래에서 시작해 분개장, 총계정원장, 시산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게 재무제표인 것이다. 최근 전산 회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일부 단계가 축소되거나 생략되고 있지만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제 이 단계들을 하나씩 뜯어 보면서 재무 회계의 원리와 개념을 알아보자.

 

▶ 거래(去來. Transaction) 

 

거래는 기업 활동의 출발점이자 재무제표의 시작점이다. 재무 회계에서는 기업을 거래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정의할 정도로 거래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재무 회계에서 말하는 거래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거래와는 조금 다르다. 재무 회계에서 말하는 거래란 “재화나 용역의 변동을 발생시키는 사건”이다. 다시 말해 회계에서 거래가 성립되려면 반드시 물건이나 돈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계에서의 거래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어느 공장에 보관하고 있던 반도체 제품 수십억원 어치가 도난 당했는데 일반인들은 이것을 거래하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재무 회계에서는 재화의 변동이 발생했으므로 분명히 거래다. 신문 방송의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접했다면 최종적으로 삼성전자의 연말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상식적으로는 거래이지만 재무 회계에서는 거래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미국의 인텔사와 수천억 달러 어치의 로열티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는 거래이지만 재무 회계의 측면에서 보면 재화와 용역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거래가 아니다. 기업은 이같은 거래를 일상적으로 수행한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하루에도 수 천 건의 거래를 수행한다.
그런데 만약 기업이 거래를 수행하고 나서 이를 기록해두지 않으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물건을 몇 개나 팔았고 얼마의 이윤을 남겼는지, 현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필요에 따라 기업은 거래를 분개라는 형식을 통해 기록하게 된다.

 

▶ 분개(分介. journal entries)

 

재무제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4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의 상인들이 나온다. 이들은 보험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거래가 발생하면 날짜와 내용을 시간 순서로 기록했다. 이렇게 연대기적으로 거래 날짜와 내용을 기록한 것을 재무 회계 용어로는 단식 부기single-entry book keeping 라고 한다. 단식 부기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동네 구멍가게 주인은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학 노트에 언제 얼마나 나오고 들어왔다고 적어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 국제적 규모의 상거래가 성행하고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은 대충 언제 얼마가 들어오고 나갔다는 식으로 기록하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다 나은 부기 방식을 찾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이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 국가였던 이탈리아의 베니스 상인들이었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바로 그 베니스 상인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유럽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었고, 특히 베니스 상인들은 유럽 각국과의 활발한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베니스 상인들은 보통의 상인들과 달리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복식 부기double-entry book keeping 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했다.
이들의 복식 부기 방식을 눈여겨 본 인물이 당시 이탈리아의 수도승이자 수학자이던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 1445–1514 였다. 파치올리는 1494년 베니스 상인들이 사용하던 복식 부기 방식을 <산술, 기하, 비례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통해 소개함으로써 세상에 알리게 된다
이 책 덕분에 파치올리는 복식 부기를 창안하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회계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다. 혹자는 복식 부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로까지 평가하고 있다. 복식 부기 덕분에 자본주의가 가능했고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복식 부기가 얼마나 유용하기에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까지 추앙 받는 걸까.
예를 들어 보자. 홍길동씨가 서울 용산에 컴퓨터 회사를 차려서 다음과 같은 거래를 했다.

 

- 9월 1일 : 홍길동씨가 자신의 컴퓨터 회사에 현금 500만원을 출자하다. 
- 9월 8일 : 판매를 목적으로 컴퓨터를 70만원에 외상으로 매입하다.
- 9월 15일 : 종업원에게 월급 1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다.
- 9월 17일 : 9월 8일에 구입한 컴퓨터 부품 70만원 어치로 컴퓨터 1대를 만들고, 이것을 고객에게 현금 110만원을 받고 판매하다. 

 

홍길동씨의 거래를 복식 부기의 원리에 따라 분개장에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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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개장을 살펴보니 거래 내역이 차변debit, 借邊과 대변credit, 貸邊으로 나눠 기록돼 있다. 이렇게 거래가 두 쪽으로 나눠 기록된다는 점이 복식 부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복식이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유리했다.  여기서 차변은 장부의 왼쪽을 말하고 대변은 장부의 오른쪽을 말한다.
얼핏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방법이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걸까.
첫째, 복식 부기로 기록하면 거래의 원인과 결과, 재산의 증감과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복식 부기의 양면성의 원리라고 한다. 9월 1일자를 보면 홍길동씨가 현금 500만원을 출자한 사실이 분개장에 현금(자산)의 증가와 자본금(자본)의 증가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기록하니 현금 500만원의 출처가 외부에서 빌려온 부채가 아니라 홍길동씨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자본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네 구멍가게의 주인 아저씨가 대학 노트에 그냥 “현금 500만원 들어왔음”이라고 써놓았다면 나중에 이게 부채였는지 자본금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9월 8일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컴퓨터를 매입했는데, 외상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복식 부기에는 자기 검증의 기능이 있다.
분개장의 맨 아래칸을 보라.  차변의 합계액과 대변의 합계액이 8,500,000원으로 똑같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복식 부기의 대차평균의 원리principle of equilibrium, 貸借平均原理 때문이다. 대차평균의 원리란 모든 거래는 동일 사실의 양면, 즉 대차 관계이므로 각 계정의 잔액 또는 합계액을 표시하였을 때 반드시 대차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만약 대변과 차변이 합계가 다르게 나왔다면 기장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뜻이다. 오류를 알면 수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복식 부기를 하면 거래의 원인과 결과, 재산의 증감과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기장에 오류가 있는지도 체크 할 수 있다. 단식 부기로는 절대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얼마나 유용한가.

 

kjg@buffet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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