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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투자 대가들] ⑤피터 린치 『주식 뒤에 기업 있다』
  • 이민주
  • 등록 2018-03-16 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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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있는 투자 대가들의 투자 기법을 정리해보는  '세계의 투자 대가들'을 연재한다. 이들의 투자 기법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개인사를 거쳐 이같은 기법을 채택하게 됐는지, 시사점을 무엇인지를 정리해본다] 

 

[버핏연구소=이민주 설립자] 피터 린치는 매력이 넘치는 인물입니다. 그에게서는 유머와 여유, 주식에 대한 깊은 이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넘쳐 납니다.

무엇보다도 그를 빛나는 만드는 것은 그가 펀드 매니저로서 세운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 동안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수익률 29.2%를 달성했는데,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1977년 5월에 피터 린치가 운영을 맡은 마젤란 펀드에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투자했다면 그가 마젤란 펀드를 떠난 1990년 5월에는 27만달러(약 3억 3,000만원)로 늘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런 성과 덕분에 그는 '세기의 펀드 매니저'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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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린치.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피터 린치는 누구?

-1940년 : 미국 보스턴 출생. 보스턴대 수학과 교수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11세 때부터 골프장 캐디로 일함. 이때 골프장 손님들로부터 주식 이야기를 들음. 이때 번 돈 1,250달러로 항공운송사 플라잉 타이거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내 대학원 학비를 마련함 
-1968년 : 펜실베이니아 와튼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 졸업
-1969년 : 피델리티에서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입사. 이후 8년간 금속, 자동차 업종 등을 분석 
-1977년 : 마젤란 펀드에서 펀드매니저 생활 시작. 이후  13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29.2% 기록. 1977년 펀드 운용자산 1,800만달러를 1990년에 140조 달러로   키움
-1990년 : 은퇴
-저서 :  <월가의 영웅>(One up wall street), <이기는 투자>(Beating the Street)

 

그는 어떤 방식으로 주식에 접근해 이런 대기록을 세웠을까요.

"내가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방법은 취재기자가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일반에 공개된 여러 자료를 읽으면서 실마리를 찾고 애널리스트나 투자자 관계 홍보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가 실마리를 파악한 뒤 직접적인 정보원인 기업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을 한두줄로 요약해 기록해 바인더에 끼워 보관했다.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종목에 대한 내용을 기록해둔다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런 메모가 없다면 어떤 주식을 왜 처음에 사게됐는지 그 이유를 쉽게 잊는다."

 

기록의 중요성은 저도 항상 공감합니다. 인터넷에 기록을 해두면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해 메모를 해둘 수 있습니다. 짧게 한줄만 써도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줍니다.
그는 주식을 고를 때 전략이나 테크닉보다는 기업에 집중했다고 말합니다.
"나는 한번도 전체적인 전략을 세워본 적이 없다. 종목 선택은 전적으로 경험에 따른 것이었다. 펀드 내에서 특정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더 신경을 썼다.

 

"나는 수십개의 기업을 방문했고, 수식개의 기업을 각 지역에서 열리는 투자 컨퍼런스에서 초대받았으며,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펀드 매니저로서 10루타 주식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부채는 거의 없고, 2년간 매출을 올려줄 주문을 확보해놓았으면서도 주가는 1991년 고점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내가 얼마나 흥분했을지를 상상해보라. 나는 다음해 1월에 열릴 배런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톨 브라더스를 추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다음해 1월까지 톨 브라더스의 주가는 8달러로 네배 폭등했다.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을 때 이 회사 주가는 12달러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조언은 주식 매입을 하려면 신속하라는 것이다."

 

투자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공개하는 태도도 그를 멋지게 보이게 합니다. 물론 이것은 승자의 여유일 것입니다. 만약 실패한 매니저였다면 이런 여유를 갖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내 펀드 매니저 인생에서 최악의 매도 주문은 홈데포(Home Depo)였다. 1970년대 후반 애틀란타에 자리한 홈데포 매장에서 나는 나사와 볼트, 회반죽 등 다양한 종류의 주택 수리 용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과 저렴한 가격, 주택 수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직원들, 친절하고 예의바른 서비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시간 있을 때 직접 집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고장난 수도관을 고치려는 사람들은 동네가게에서 종류가 한정돼 있고 가격도 비싼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는 홈데포 초기단계로 주가는 25센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나는 홈데포 주식을 샀으나 1년 후에 흥미를 잃고 팔았다. 이후 15년간 홈데포는 25센트에서 시작해 65달러까지 260배 폭등했다. 나는 홈데포의 초창기 모습을 목격했으면서도 잠재력을 보지 못한 것이다. 나는 홈데포의 차트를 볼때마다 엄청난 후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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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데포 매장.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스타 펀드 매니저로서 누렸던 특권과 혜택도 나옵니다. 그는 궁금증이 생기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불쑥 전화를 했다고 말합니다. 또,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전화 메시지를 남기면 곧바로 최고경영자가 피터 린치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장면도 나옵니다. 대형 펀드사와 기업 최고경영자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네요. 펀드 매니저가 개인 투자자보다 유리한 점이 있네요.
그러나 그는 펀드 매니저 보다 개인 투자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일반인의 주식 투자를 적극 옹호합니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이면 펀드 매니저 못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단,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보험 전문가라면 보험에 관한 지식을 활용해 투자하는 게 좋다. 그가 보험 관련주는 무시한채 자신이 전혀 모르는 철도회사나 폐기물 처리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강점을 썩히는 일이다. 무지가 축복이라면 그 무지의 대가는 비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 지식을 어느 정도 쌓아야 할까요.

"항상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저명한 투자가가 있다. 당신은 그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하며, 당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신념을 가져야 한다."

 

피터 린치의 강점은 알기 쉽게 쓴다는 점입니다. 그는 가능한 쉽게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그냥 흘려 넘어가기 쉬운 투자 지식이 널려 있습니다.

"나의 3분 강의를 시작하겠다. 대차대조표의 왼쪽으로 돌아가서 나는 재고자산(invenrories)에 동그라미를 쳤다. 재고자산은 유통업체가 항상 걱정해야 할 문제이다. 재고자산이 너무 많다면 경영진이 팔리지 않은 상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빨리 처분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재고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손실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재고가 쌓이도록 그대로 놓아두면 기업의 이익이 과대평가되는 결과를 낳는다."

 

저는 피터 린치가 언급한 이 부분을 강의장에서 10분을 넘게 설명합니다. 유통업체와 재고자산, 재고자산과 순이익의 원리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터 린치는 재고자산과 순이익의 관계를 지나치게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네요. 

제가 요즘 새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은행과 금융주에 관한 부분도 이 책에는 제법 많은 비중을 차지고 있습니다.

"카터 대통령 임기말인 1980년대에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경기과열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주는 탁월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순자산가치에도 못미쳤다. 퍼스트 애틀란타 같은 탄탄한 은행이 주식시장 평균 PER의 절반에 팔리고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은행주는 주가가 2달러에서 80달러까지 치솟아 오른 Fifth Third였다."

은행이 실적이 개선되는 출발점은 자본금(자본총계)입니다. 은행은 자본금 1원으로 10배에 해당하는 약 10원의 예금을 받을 수 있고, 이 10원의 예금으로 약 300원을 대출해줄 수 있고, 60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예대마진 2%를 가정했을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은 자본금 1원이 늘면 순이익이 600원이 생기는 겁니다. 마술과 같은 상황인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은행이 신용창조라는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본금을 그간 늘리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은행으로 주식시장에서 유일하게 거래되고 있는 외환은행은 몇년째 자본금을 늘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은행이 이제 자본금을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Earns Home Depot

홈데포 매장.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투자자에게 친숙한 72의 법칙도 설명하고 있군요

"72의 법칙은 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지를 계산하는데 유용하다. 72를 %로 계산한 연간 투자수익률로 나눠보라. 계산 결과 나타난 숫자가 자산의 두배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다. 투자수익률이 25%라면 자산이 두배 되는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72/25=2.88년). 투자수익률이 15%라면 자산이 두배되는데 5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72/15=4.8년).

그는 경기 순환주에 대한 투자는 일반 기업의 투자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주식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는 것은 좋은 징조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기순환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기순환주의 PER가 낮다면 이는 호황기가 막을내렸다는 의미이다. 경솔한 투자자들은 사업이 여전히 잘되고 이익 수준도 높다는 이유로 경기순환주에 계속투자하지만 상황은 곧 바뀐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매도 행렬이 있기전에 경기순환주를 처분한다. 알루미늄, 철강, 제지, 자동차, 화학, 항공주는 경기순환주이다.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면 경기순환주의 이익은 깜짝 놀랄 정도로 떨어진다. 많은 투자자들이 경기순환주에서 빠져 나가려고 할 수록 주가는 더욱 더 빠른 속도로 급락한다. 몇년간 기록적인 이익상승세를 보인 후 PER가 바닥을 쳤을때 경기순환주에 투자하는 것은 짦은 기간에 투자자금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면 PER가 높다는 것은 대부분의 주식에서 나쁜 징조로 해석되지만 경기순환주에서는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PER가 높다는 것은 경기순환주가 이미 최악의 상태를 지나갔으며, 사업이 곧 개선될 것이고, 펀드매니저들이 진지하게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할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리더십에 관한 부분도 잠시 나옵니다.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원맨쇼가 아니었다. 나는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끄집어내 활용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책임을 부여하면 그만큼의 일을 해냈다."
요즘 리더와 리더십이 경영학계의 주제이고 직장인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리더는 어느 정도는 타고 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리더는 사랑받지 못하는 리더입니다.

 

워렌 버핏과의 인연도 나옵니다.

"나는 "꽃은 뽑아버리고 잡초에 물은 준다"는 표현을 아주 좋아하는데, 어느날 워렌 버핏이 전화해 연차보고서에 이 표현을 쓰고 싶다며 나에게 허락을 구했다. 나는 버핏의 보고서에 나의 표현이 인용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피터 린치의 또 다른 책 <월가의 영웅>을 보면 린치가 버핏과 처음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버핏의 중부식 발음과 액센트가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식 투자는 해볼만한 것이고, 준비된 투자는 더욱 그렇다는 게 피터 린치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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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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