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경합성-주식이 최고
모든 자산은 경합성을 갖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과 예금이나 채권은 서로 경쟁한다. 상황별로 이들 자산을 두고 투자자들이 경쟁한다는 얘기다.
투자 자산을 평가할 때는 절대적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합성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상대적인 매력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채권의 이자율이 8%인데, 주식의 이익률(이 개념은 추후 설명할 예정이다)이 5%라면 주식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채권의 이자율이 3%인데 주식의 이익률이 5%를 기록하고 있다면 채권에 비해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처럼 투자 대상을 비교할 때는 표면에 나타난 것만 볼 게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산 간의 매력도를 분석하는데 유용한 개념이 ‘이익률(earning yield)’이다. 주식에 있어서 이익률은 주가수익률(PER)의 역수로 표현된다. PER란 주가를 한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PER를 달리 표현하면 현재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본전을 뽑는 데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PER가 20이라면 회사가 지금처럼 매년 같은 이익을 낸다고 가정할 경우 20년이면 본전을 뽑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PER가 높으면 투자 금액을 회수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고평가됐다고 말하고 반대로 낮으면 회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저평가됐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버블 당시 대표적인 인터넷 대장주였던 새롬기술의 PER는 무려 1700배에 달했다. 이는 새롬기술의 주식을 사서 현재 새롬기술이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본전을 찾으려면 170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얼마나 투자자들이 새롬기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ER가 주가를 한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이므로 이의 역수라는 얘기는 주식이란 자산을 사서 그 회사가 발생시키는 이익의 비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회사가 만들어내는 이익의 힘을 이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PER가 20이라면 주식의 이익률은 5%(1÷0.2)가 된다.
자산마다 이익률 산출법 달라
이번에는 주택의 이익률을 계산해 보자. 1억 원짜리 집을 사서 매월 20만 원의 임대료를 받는다면 이 집의 이익률은 2.4%가 된다(20만 원×12개월÷1억 원, 여기서는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세금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를 주식 용어로 표현해 보면 1억 원을 주고 아파트란 자산을 샀는데 이 아파트가 연간 2.4%의 현금 흐름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임대보다 전세가 많기 때문에 이익률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변형된 방법을 써 보도록 하자.
현재 서울 강남에 있는 112㎡(옛 34평) 아파트의 가격은 11억 원이다. 전세 가격은 3억 원 정도이므로 이 집을 전세를 줄 경우 3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3억 원을 상호저축은행의 복리식 정기 예금에 가입하면 1800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11억 원의 아파트지만 실제 발생시키는 현금 흐름은 1800만 원이다. 11억 원의 투자 원금(자본금)으로 1800만 원의 이익을 매년 발생시키므로 이 아파트의 이익률은 1.63%다(이런 분석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은 입지에 따른 개별성이 존재하는 투자처이기 때문에 이익률 분석만으로 그 가치를 재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도 어느 정도는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을 놓고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돈을 옮겨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채권이나 은행 예금은 이익률은 이자율로 표현할 수 있다. 이자율이라는 것은 원금 대비 이자의 비율이므로 채권이나 예금은 이자율이 곧 이익률이 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금은 연 5.6%선이고 기준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7%(6월 기준) 정도다.
현 시점에서 각 자산들 간의 이익률을 비교해 보자.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PER는 13.31(6월 기준)배 정도이므로 주식의 이익률은 7.51%(1÷0.1331)다. 강남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아파트의 이익률은 2~3%선이고 채권(혹은 예금)의 이익률은 5.7%다.
이익률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여전히 경합성 측면에서 주식의 매력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세금을 고려하면 주식의 매력은 더욱 증가한다. 부동산의 경우 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은 보유세(재산세)를 내야 하고 채권이나 예금도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주식의 이익률은 세금을 낸 후의 이익, 즉 세후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세금 측면을 고려하면 주식이 다른 자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더 높다고 얘기할 수 있다.
‘투자는 실수 적게 하는 자가 이기는 게임’
지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지표 금리인 국고채 3년 금리와 주식의 이익률을 비교해 보자. 2004년에 채권 금리는 4.11%였고 주식 이익률은 6.31%였다. 특히 2005년에는 채권 금리와 주식 이익률은 무려 4.83%의 격차가 발생했다. 두 배 이상 주식의 이익률이 좋았다. 주식시장은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새로운 전환점이 생긴 것은 지난 해 10월. 당시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2064.85를 기록했지만 금리는 계속 올라 5.42%를 기록했다. 주가가 많이 오른 탓에 주식의 이익률은 5.48%로 떨어져 채권 금리와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이 이후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다시 주가가 크게 하락해 2008년 6월 시점에선 주식의 이익률이 7.51%로 채권 금리 5.70%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4년 이후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주식의 이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높을 때 투자해 채권 금리와 주식 이익률이 거의 같아지는 시점에 매도했다면 가장 이상적인 투자를 했을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익률 비교가 투자 판단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분석 시점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현재와 과거의 것이지 미래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면 이익률도 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익률 비교가 투자 판단에 유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유용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자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지 신(神)이 아닌 이상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투자란 현재 시점에서 사서 미래에 파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점검하는 데 이익률 비교만큼 효용이 있는 지표도 드물다. 실제 역사적으로 보면 이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높았을 시점에는 대부분 주가가 많이 올랐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긴 트렌드를 놓고 볼 때 주식 이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높았을 때 투자하면 실수할 확률을 크게 줄여준다. 투자란 실수를 적게 하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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