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탐사봇] 2016년 이후 이른바 '오너 갑질' 파문으로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던 상장사는 MP그룹(옛 MPK)으로 조사됐다. "오너 리스크는 일시적 위기이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는 속설과 달리 거래 정지와 상장 폐기 위기에 이른 경우도 있어 '오너 갑질'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탐사봇이 2016년 이후 오너 갑질 이슈를 불러 일으킨 대한항공, 진에어, 종근당, 현대비앤지스틸, MP그룹의 상장 5개사를 조사한 결과 주가와 기업 가치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MP그룹(옛 MPK)이었다.
갑질 파문 보도 전 거래일(2016년 4월 1일) 2980원이던 MP그룹 주가는 20일 현재 1315원으로 반토막이 나 있고, 이마저도 거래 정지 상태여서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 한때 시가총액 6500억원대에 이르던 '피자 황제' MP그룹이 오너 경영자의 갑질로 한 순간에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려면서 빚어진 일이다.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파문은 2016년 4월 3일 한 방송사에 의해 "정우현 회장이 술에 취한 채 60대 경비원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내용이 영상과 함께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보도 직후 정 회장은 경비원 자택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정 전 회장이 가맹점에 비싼 치즈를 매입할 것을 강요하고 통행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고 ▲'미스터 피자' 가맹정을 탈퇴한 점주들이 경쟁 브랜드로 갈아타자 근처에 직영점을 내면서 보복 영업을 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비슷한 시기에 '미스터 피자' 전 가맹점주가 본사 갑질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기름에 불을 부은 격이 됐다.
이 파문으로 정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구속 수감됐다가 올해 1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유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정 전 회장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한국거래소는 MP그룹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심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10월 말 확정된다. MP그룹측은 경영진 교체, 가맹점주와의 상생 방안 발표 등으로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오너 갑질로 인한 주가 하락 2, 3위를 기록한 진에어, 대한항공의 오너 갑질 파문은 당사자의 미온적인 대처, 추가 폭로 등으로 주가 하락폭이 각각 20%를 넘었다.
이 파문은 지난 4월 12일 한 매체에 의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이 든 컵을 던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조현민 전 전무는 보도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글을 게재했지만 이후 ▲조 전 전무가 대한항공 직원에게 괴성을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되고,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욕설 영상이 폭로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여기에다 조현민 전 전무가 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진에어 부사장 직위를 유지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불똥이 진에어로 튀었다. 진에어는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면허 유지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1조원 가량 증발했다. 진에어 주가는 4월 11일 3만 4300원에서 20일 현재 2만 1650원으로 32.8% 급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3만 5900원에서 2만 7300원으로 22.8% 급락했다.
4, 5위를 기록한 종근당, 현대비앤지스틸은 당사자가 신속한 대응에 나서면서 주가와 기업가치 하락이 비교적 소폭으로 마무리된 케이스다.
종근당 오너 갑질 파문은 지난해 7월 13일 한 일간지에 의해 "이장한 회장이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을 하고 불법 운전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내용이 녹취록과 함께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이장한 회장은 운전하는 게 본인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쾌한 일이 있으면 본인 성질을 못이겨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조수석을 발로 차기도 했다. 이를 못이겨 1년 사이에 3명의 운전 기사가 그만뒀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음날 이 회장은 서울 충정로 종근당 본사 대강당에서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전 거래일(7월 12일) 11만 60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8월 24일 9만 9000원까지 14.6% 추락했다. 40여일만에 기업가치가 1600억원 가량 증발한 셈이다.
이 회장은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강요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측은 "운전기사에서 욕설과 폭언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 피해자와 합의는 했다"는 입장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의 오너 갑질 파문은 2016년 4월 8일 한 매체에 의해 "정일선 사장이 A4용지 100여장에 달하는 수행 기사 매뉴얼을 만들어 모닝콜과 초인종 누르는 시기 등 일과를 지시하고 이를 어기면 폭언, 폭행은 물론 경위서를 쓰게 하고 벌점을 매겨 감봉까지 했다"고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정일선 사장이 권투를 해서 맞으면 정말 아프다. 조인트 까이고(정강이 차이고) 많이 맞을 때는 20~30대씩 주먹으로 머리를 연속으로 맞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도 전 거래일(4월 6일) 1만 7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6월 2일 9350원까지 12.6%하락했다.
정일선 사장은 보도 당일 현대비앤지스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정일선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관심속에 지나쳤을 사안들이 SNS 대중화로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게 됐다"며 "기업 오너의 마인드와 인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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