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투자 길잡이' 핑크 페이퍼가 그간 수행한 '탐방을 탐하다(기업 탐방기)의 성과를 점검해보는 '되돌아본 탐방을 탐하다'를 게재합니다. 2012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핑크 페이퍼는 연간 100여건이 넘는 기업을 탐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시적 주가 하락 상태에 있는 성장주
[이민주 핑크 페이퍼 발행인]. 2012. 10. 26
이 회사는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주입니다. 그간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story)가 만들어지는 주식이라는 뜻입니다. 성장 스토리주는 주가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형태를 갖고 있어서 매입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식도 간혹 시장의 오해나 일시적인 사건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때가 있는데, 그 시점이 매입 시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기업 탐방을 한 메디톡스(Meditox)의 주가 흐름이 바로 그런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국산 보톡스'로 불리는 미용 기능 개선 의약품 메디톡신을 만듭니다.
[메디톡신이 적용 가능한 인체의 미용 기능 개선 부위]
이 회사의 주가는 2009년 1월 16일 코스닥 등록 당시 1만 3,000원이었다가 4개월만인 4월 30일 2만 8,300원으로 두 배 뛰었습니다. 이 회사의 성장성을 시장 참여자들이 인정한 것입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2년 넘게 이 회사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가 올해들어 1월 3일 2만 5,000원에서 쉬지 않고 상승해 이달 19일 9만 8,600원으로 신고가를 갱신했습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294%입니다. 그런데 이후 메디톡스 주가는 조정을 받기 시작해 1주일이 지난 26일 현재 8만 8,000원으로 주저 앉은 상태입니다. 지금이 매입 시점일까요?
[메디톡스 주가추이]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메디톡스를 기업 탐방했습니다. 이 회사의 서울 사무소는 교대 전철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김영빌딩에 있었습니다(서울 서초구 서초4동 1694-10 김영빌딩 7~10층).
IR담당을 하는 신효진 경영지원팀 부장(070-8666-6921. 010-2327-8766, shj@medytox.com)의 안내를 받아 접견룸에 자리를 했습니다. 평소에 하던 방식대로 회사 자료에 관해 설명을 받고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용 기능 개선제로 개량된 독소 물질 이 회사의 생산품인 메디톡신(Meditoxin, 아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원료 물질인 보툴리눔(Botulinum)을 알아야 합니다.
보툴리눔, 독성 물질에서 미용치료제로...
보툴리눔은 애초에는 1그램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을 수 있는 신경 독소 단백질의 형태로 인류에게 처음 등장했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생화학 무기 개발을 위해 보툴리눔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이 물질을 미세한 양으로 사용할 경우 얼굴이나 피부의 주름을 없애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용과 치료의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됩니다. 1989년 미국 알레건(Allergan)사가 내놓은 보톡스(Botox)는 바로 보툴리늄을 미용의 목적으로 제조해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최초의 의약품이라는 기록을 세웁니다. 이 제품은 '히트'를 쳤고 알레건사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76.1%의 독과점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보톡스'라는 명칭이 알레건사의 제품명인데도,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메디톡스의 주력 생산품인 메디톡신이 미국 알레건사가 내놓은 보톡스와 정확히 경쟁 관계입니다. 메디톡신은 보톡스와 똑같은 균주(유전자형이 동일한 개채군)와 똑같은 성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메디톡신을 '국산 보톡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메디톡신은 보톡스에 비해 얼마나 강점이 있을까? 신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임상 실험 결과 메디톡신은 보톡스와 효능, 안전성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제품 가격은 보톡스 대비 70% 수준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메디톡신이 효능과 안전성에서 뒤지지 않는 이유는 이 회사의 대주주인 정현호(50, 사진) 대표이사가 메디톡신 연구개발자 출신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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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대표 프로필 : 1962년생.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1986). 카이스트 대학원 세포생물학 석사(1988), 카이스트 대학원 분자생물학 박사(1992). 선문대 교수(1995-1999). 메디톡스 대표이사(2000). 메디톡스 지분 18.19% 보유중(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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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노력으로 메디톡스는 국내 최초 및 세계 4번째로 보툴리눔 독소 제제를 자체 개발했고, 보툴리늄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보툴리늄은 생화학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어서 각국 정부가 사용과 반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규 진입자가 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신 부장은 "보툴리늄 관련 제품을 만들려면 균주를 구해야 하는데, 요즘은 각국 정부가 반입과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이것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규제가 있기 전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균주를 구했고, 이것을 배양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의 양기혁 R&D 연구소장도 17년의 보툴리눔 연구개발 경력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이 회사의 성장성은 높아보였습니다. 국내의 보툴리눔 관련 제품 시장은 2006년 이후 연평균 17.5%씩 성장하고 있고, 메디톡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6년 8%에서 2012년 38%로 커졌습니다. 2012년 10월 현재 국내 보툴리눔 관련 제품 시장 점유율은 알러겐 39%, 메디톡스 38%, 휴젤파마(보틀렉스) 17%, 기타 6%로 이뤄져 있습니다. 세계 시장도 2006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고, 메디톡스는 2.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 현재 세계 보툴리눔 관련 제품 시장 점유율은 미국 알러겐 76.1%, 프랑스 다이스포트 16.2%, 독일 제오민 2.6%, 중국 BTX-A 2.6%, 메디톡스 2.5%로 이뤄져 있습니다.
메디톡스의 2012년 예상 연간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은 365억원, 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5%, 148.6%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3분기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3분기 실적과 관련, 신 부장은 " 11월 14일께 3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3분기 실적은 2분기와 유사할 것이다. 잠정 실적은 공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3분기 예상 매출액은 93억원, 당기순이익은 58억원으로 추정되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267%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입니다. 4분기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의 실적은 3분기 보다 4분기가 더 좋아지는 계절성(seasonality)을 갖고 있습니다. 신 부장은 "보톡스 미용 수술을 받으려는 주부, 학생, 회사원 등이 겨울 방학이나 겨울 휴가를 이용하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사의 등장으로 주가 하락
이렇게 모든 게 다 좋아 보이는 메디톡스의 주가가 요 며칠새에 왜 하락했을까?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휴젤이라는 경쟁사의 등장입니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됐고 그해 3월 보툴리눔 관련 제품인 보툴렉스(아래 사진)를 식약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취득했습니다. 2010년 6월 정식 판매에 나섰는데, 올해 예상 매출액이 250억원이니까 메디톡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 365억원의 68%에 해당합니다.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디톡스가 2011년 실적이 전년 대비 정체 상태를 보인 것은 이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휴젤은 지난해 5월 코스닥 등록 주관사를 선정했고 현재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창업자인 문경엽(47) 대표이사는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연구교수(2004-2005), 중앙바이오텍 대표이사(2005-2006)를 거쳐 2001년부터 휴젤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관련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미국 알러겐, 프랑스 입센, 중국 랑조우 인스티튜트, 독일 메르츠, 미국 솔스티스 뉴로사이언스, 한국의 메디톡스와 휴젤로 7곳입니다.
메디톡스는 휴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신 부장은 "메디톡스와 보툴렉스의 제품 성능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상용화에는 우리가 앞서 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의약품 관련 기관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 회사는 25개국에 제품 등록을 완료했다. 1개 국가에 제품 등록을 완료하기까지 1년 가량이 걸린다. 제품 등록 완료의 전단계인 제품 등록 신청을 완료한 국가도 30개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메디톡스가 이점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휴젤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해외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메디톡스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
또, 메디톡스는 차세대 메디톡신을 개발해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메디톡스는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에 신공장을 건설중인데, EU(유럽연합) GMP 및 미국 cGMP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 시설을 확충할 예정입니다. 차세대 메디톡신은 현재의 메디톡신보다 기능면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메디톡스의 주가가 요 며칠새 하락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고평가입니다. 이 회사가 매출액 성장률 50%, 영업이익률 50%, 부채비율 30%, 자기자본이익률(ROE) 30% 수준의 우량 종목이라고는 하지만 PBR 11.63배, 2012년 추정 PER 27.51배로 상당한 고평가입니다. 한번쯤 쉬어갈 때이지 않나 싶습니다. 2013년에도 성장 이어질 듯 메디톡스의 장점은 이밖에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까지는 제품의 판매를 태평양제약에 위임했는데, 올해부터는 공동 판매로 전환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태평양제약과의 거래처는 그대로 유지하되 신규 거래처는 메디톡스가 발굴하고 맡기로 했습니다. 신 부장은 "태평양제약에 판매를 위임하면서 마진을 높이기 어려웠다. 공동 판매제로 전환하면서 마진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메디톡스의 2012년 예상 연간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은 365억원, 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5%, 148.6%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 초 개시한 브라질향 매출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계획은 없다고 신 부장은 덧붙였습니다. 오송 공장 증설에 300억원 가량이 소요되지만 현금성 자산이 200억원 가량이 있고 연간 100억원 이상 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템플턴 자산운용이 보유 비중을 줄였지만 다른 자산운용사가 메디톡스의 지분을 새로 매입했다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메디톡신은 해외 시장 진출에서 휴젤에 앞서 있습니다. 휴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적어도 몇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메디톡스는 차세대 메디톡신으로 제품 기능상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보툴리눔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으니까 장기적으로는 휴젤의 등장으로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어떻게 됐나?]
핑크 페이터는 2012년 9월 26일 메디톡스의 기업 탐방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8만 8,800원, 2015년 11월 14일 현재 주가는 49만 6,7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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