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2020년 주식시장과 가치투자(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1-10-24 14:04:05
  • 수정 2024-02-12 18:36:19
  • 목록 바로가기목록으로
  • 링크복사
  • 댓글
  • 인쇄
  • 폰트 키우기 폰트 줄이기

기사수정


지난 2020년 한국 주식시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2020년 코스피는 연중 최저점 대비 최고점이 97.1% 상승했다. 거의 두 배가 오른 것이다.* 여러 가지 이변들이 속출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현저한 현상 중의 하나는 성장주들이 시장을 주도하였고,** 가치주들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눈앞에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의 주식이 큰 돈을 벌어주자, 새로 주식투자에 눈을 뜬 사람들이 성장주식에 몰려들고, 이전에 가치투자를 해온 사람들도 1년도 채 못되어 가치투자 철학을 포기하고 성장주 투자로 돌아서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아울러 한때 유행했던 가치투자 교육이나 가치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동시에 시들해졌다.

심지어는 가치투자의 몰락이라는 성급한 말마저 시중에 나돌게 되었다. 급기야 2020년이 저물 무렵에 한국 가치투자의 1세대로서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렸던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사장이 물러났다는 기사가 나왔다.*** 최근에는 지난 2020년 주식투자에서 자신감을 얻은 일부 전문가들이 가치투자로는 돈 벌기가 어렵다는 취지의 광고까지 내고 있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주식시장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일이다. 이런 일은 머지않아 지나가고 시장에서 가치투자의 철학을 지킨 투자자들은 오래 살아 남는다.


가치투자의 황제라고 불렸던 존 네프(John Neff)****도 그의 투자 역정에서, 2020년도의 한국 가치투자자들과 같은 역경에 처해서 고생한 적이 있다. 존 네프는 그의 책 『JOHN NEFF ON INVESTING』에서 성장주가 주도하던 시절의 고통스러운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 「John Neff on Investing」 1st edition (April 13, 2001)
https://www.amazon.com/ (2021.10.22. 검색)

당시 존 네프가 운영하는 뱅가드 윈저 펀드(Vanguard's Windsor Fund)는 1972년 일부 대형 성장주를 향한 시장의 기호를 무시한 채 기존의 방식대로 가치투자의 길을 고집하였다.******


시장이 머지않아 윈저가 보유했던 저평가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존 네프의 소망과는 달리, 성장주에 현혹된 시장은 윈저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펀더멘털 우량기업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성장주들이 연일 상종가를 달리면서 윈저의 실망감은 더해만 갔다.*******


마침내 1973년 윈저는 25%의 손실을 입고, 존 네프는 주주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윈저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저는 저PER 종목이 머지않아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저 역시 제 가정에서 보유한 자산의 대부분을 윈저 펀드에 쏟아 부었고 1964년 중반 이후부터 윈저 펀드와 함께 즐겁고 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모든 주주 여러분이 저와 같은 확신과 기대를 가지고 윈저 펀드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낼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1974년에 접어들면서 성장주 열풍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거의 5년 동안을 성장주와 맞서면서 저PER투자를 고집해온 존 네프는 1975년이 되면서 원칙중심 투자의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하여 1976년이 시작되었을 때 윈저는 90여 개의 경쟁 업체를 따돌리고, 1억 달러 규모 이상의 경쟁 펀드들보다 평균 수익률이 54.5% 높았고, 실적 2위의 펀드와는 5%, S&P 500과는 17.4%의 격차를 보였다.*********


1976년에 이르러 윈저의 탁월한 실적은 성장주가 주도하던 시절의 손해를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5년 단위 실적으로 계산해보면 경쟁 펀드들보다 뒤쳐지지 않았고, 10년 단위 실적으로 보면 윈저에 필적할 만한 펀드는 아예 없었다.**********


이러한 시장 역사의 한 부분을 회고할 때, 필자는 한때 잘나가던 성장주에 편승하여 돈을 번 경쟁 펀드들이 결국에는 수익률 경쟁에서 밀려 난 것은 아마도 투자원칙의 일관성 결여나 성장주가 돈을 벌어준다는 믿음이 가치투자가 시장에서 돈을 벌어준다는 믿음보다 못하다는 것을 웅변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치투자는 날로 발전하는 금융의 시대에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무기인 것이다.


존 네프는 가치투자의 황제로 불리고 있지만, 그의 가치투자 공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자산가치에 중점을 두는 가치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기업의 성장가치에 투자하는 것도 가치투자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다만 가치의 계산 방법이 전통적인 가치투자와 다를 뿐인 것으로 생각한다. 가치투자는 다의적인 개념이며, 그 개념과 포섭 범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지만, 가치투자는 주식시장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자산을 불려주었고, 여전히 수많은 성공자를 탄생시키고 있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가치투자 철학을 포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치투자를 떠난 사람들이 다시 가치투자로 돌아오고, 다소 시들해진 듯한 가치투자 교육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대한민국이 금융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주식투자에 관심이 생긴 개인투자자의 수가 갑자기 많이 늘어났다고 금융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주석]

* 지난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놀란 시장이 2020년 3월 19일 연중 최저점인 1457.64까지 떨어졌다가 2873.47로 화려하게 상승하면서 역사상 최고점으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점 대비 무려 1415.83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 당시 시장을 주도했던 주식은 바이오, 2차전지, 인터넷과 같은 주식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와 친환경 전기차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인터넷 등 첨단산업의 실적 향상과 성장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2020년 주식시장이 급등하게 된 주된 원인이 코로나 19로 인해서 천문학적으로 풀려난 유동성이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으로 가지 못하게 되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20/12/1262675/

**** 존 네프는 가치투자의 황제라고 불리며, 워렌 버핏(Warren Buffett), 피터 린치(Peter Lynch)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자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31년간(1964 ~ 1995) 뱅가드 윈저 펀드를 운용하면서 펀드 연평균 수익률 13.7%를 달성하여 펀드 규모를 대략 57배로 성장시켜 윈저 펀드를 미국 내 최고의 펀드로 만들었다.

***** 이 책은 김광수가 『가치투자, 주식황제 존 네프처럼 하라』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그의 경험담은 책 에 잘 소개되어 있다. 존 네프, L.S. 민츠 저, 김광수 역, 『가치투자, 주식황제 존 네프처럼 하라』, 시대의창, 2017, 222-263면.

****** 위의 책, 233면 참조.

******* 위의 책, 234면.

******** 위의 책, 188-189면.

********* 위의 책, 258면.

********** 위의 책, 258-259면.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sunhwa771@naver.com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바텍,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6.35배 바텍(대표이사 김선범. 043150)이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저PER 1위를 기록했다.버핏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텍은 11월 건강관리장비와용품주 PER 6.35배로 가장 낮았다. 이어 레이언스(228850)(6.47), 디알젬(263690)(7.55), 세운메디칼(100700)(8.41)가 뒤를 이었다.바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 873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
  2. CJ CGV, 3Q 매출액 5470억 전년比 34.9%↑..."CJ올리브네트웍스 시너지가 실적 견인" CJ CGV(대표이사 허민회, 079160)가 올해 3분기 매출액 5470억원, 영업이익 321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9%, 5.2% 증가했다. 지난 6월 자회사로 편입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올리브네트웍스는 매출 1830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대외사업 수주 확대 및...
  3. 코웨이, 3Q 매출액 1.1조 전년比 9.2%↑..."동남아 매출이 성장 견인" 코웨이(대표이사 서장원, 021240)가 3분기 매출액 1조1003억원, 영업이익 207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K-IFRS 연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6% 증가한 수치다. 코웨이는 3분기 국내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660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여름철 아이콘 얼음정수기 판매 확대와 비렉스(BEREX) 매트리스 및 안마의자의 꾸준한 ..
  4. 네이버, 3Q 매출액 2.7조 전년동기 比 11.1%↑..."검색 및 광고사업 호조" 네이버(대표이사 사장 최수연, 035420:NAVER)가 3분기 매출액  2조7156억원, 영업이익 5253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동기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11.1%, 38.2% 상승했다. 숏폼, 피드 서비스를 통한 체류시간 광고 상품 개선 등으로 발생한 검색 및 광고사업의 호조세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5. 휴온스, 3Q 영업익 87억...전년동기比 41.9%↓ 휴온스(대표이사 송수영 윤상배, 243070)가 3분기 매출액 1469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1.9%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영이 시작된 2공장 관련 비용과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높은 품목의 매출 비중이 늘며 매출원가율이 상승했으나, 외형 성장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