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문성준 기자] 국내 최대 LCC(Low Cost Carrier·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089590)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앞두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기반한 여행 수요 회복은 기본이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일본·동남아 단거리 노선 점유율이 높아 국내 LCC 중 가장 빨리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단일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이 탁월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노선 재배분 수혜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일상 회복 기조 따라 운항 횟수↑… 5월 노선 75% 늘려
제주항공에게 주어진 첫번째 기회는 포스트 코로나19(Post Corona19)에 따른 여행수요 회복이다. 제주항공은 2006년 취항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 지난 2018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항공길이 급격히 축소됐고, 항공기 운행 역시 큰 차질을 빚었다.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2년간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에는 여행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라 항공길이 전면 확대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국제선 정기편을 증편해 5월 520회, 6월 620회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보복 수요도 기대된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백신접종 후 국민들의 국내여행 욕구는 46.6%, 해외여행 욕구는 42.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이런 포스트 코로나에 따라 국제선 노선을 확대했다. 5월 달부터 인천-세부, 인천-클락 등 국제선 14개 노선을 174회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노선은 인기 관광지인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노선이다. 4월달과 비교해 노선 개수는 8개에서 14개로(75%), 운항 횟수는 88회에서 174회(98%)로 증가했다.
◆B737 단일 기종으로 원가 경쟁력↑… 내년 B737-8 도입해 운항거리↑
LCC 사업모델의 핵심은 바로 저원가(Low cost) 전략이다. 이는 LCC가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제주항공은 B-737 단일기종으로 동남아,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을 운영해 LCC의 고유의 저원가 전략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중 가장 많은 항공기 39대를 운용하고 있다. B737-8기는 100~200인승 항공기 중 인기 있는 기종으로 전 세계에서 약 2000대가 운항 중이다.
항공사가 단일 기종을 운용하면 대량 구매, 규격화의 이점으로 조종사 및 정비사 등 전문인력을 운용하는 인력비와 부품비 등이 감소한다. 상대적으로 자본금과 규모가 작은 LCC가 여러 기종들을 운용하면 리스크가 높아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다른 기종을 추가로 들여온다는 것은 마치 하나의 신생 회사를 차리는 것과 같다”며 “기종마다 필요한 조종사 및 정비사 면허가 달라 추가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부품도 필요하다. 새로운 기종을 도입하면 최소 10대가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다”고 평가했다.
제주항공은 내년에 B737-8(맥스) 기종 50대를 도입해 운용 인력은 유지하면서도 성능 개선을 꾀한다. B737-8은 기존 기종 대비 운항거리가 1000㎞ 길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같은 B737 계열이기 때문에 기존의 정비사 및 조종사들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운항거리가 길어진 B737-8 기종을 이용해 향후 추가적인 노선을 확보해 간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
여기에다 제주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비(非) 한진계열 항공사인 제주항공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슬롯 및 노선 재배분 조치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승인을 합병하는 대신 경쟁 제한성이 있는 일부 노선에 대한 재배분 조치를 부과했다. 경쟁 제한성 국제선 노선은 동남아(6개), 유럽(6개), 미주(5개), 중국(5개), 시드니∙괌(3개), 일본(1개) 순이다. 국내선은 제주노선 14곳이다.
새로운 노선이 확보되면, 운항 횟수가 증가하고, 매출 증대는 물론 항공기 대수를 늘리는 등 반사 이익을 얻는다. 지난 15일 코로나19 이후 처음 진행된 국제선 노선 분배에서도 몽골 노선(울란바토르)과 독일 노선을 제주항공을 포함한 비한진계열 LCC들이 우선적으로 배분받았다. 제주항공은 몽골 노선 배분에 따라 현지 지점을 개설하고 탑승객 수송 시스템을 갖춰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LCC에게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경쟁 제한성에 따른 조치를 부과하면서도 정작 알짜배기 노선들은 배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에서 언급한 구조적 조치의 기간이 10년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을만큼 긴 시간인데, 구조적 조치가 성실히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애경그룹 합작 설립… 2015년 코스피 상장
제주항공은 항공교통의 필요성이 큰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제주특별자치도(구만섭 도지사 권한대행)와 애경그룹(장영신 회장)의 합작으로 설립된 항공사다. 2005년 설립되어 2006년 제주-김포 노선에 첫 취항했다. 애경그룹이 항공사업에 진출한 것은 창업주 채몽인 회장이 제주 출신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애경그룹에서 150억원(75%), 제주도에서 50억원(25%)을 투자한 반관반민 항공사였으나, 애경그룹의 연이은 유상증자로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5.16%까지 낮아졌다.
제주항공은 국내 대표 LCC로 자리잡으며 지난 2018년 LCC 최초 매출액 1조원 시대를 열였다. 2015년에 코스피 시장에 시가총액 1조2800억원으로 상장해 아시아나항공을 제치는 기염을 보여줬다. 2020년에는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에 참여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2020년부터 제주항공을 이끌고 있는 김이배 대표이사는 아시아나항공 출신으로, 30년 경력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단계적 회복 정책에 따라서 운항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노선을 운영할 것”이라며 “단일기종 운영 전략에 따른 규모의 경제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긍정적 효과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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