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란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즉 물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주가하락이 예상된다고 치자. 그렇다면 당장 포스코 주식이 없는 투자자라도 포스코 주식을 빌려서 60만원에 일단 매도한다. 그리고 며칠 후 포스코 주가가 50만원까지 떨어졌다면 공매도한 투자자는 50만원에 동일한 수량의 포스코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빌렸던 주식을 갚으면 된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 포스코 주식을 50만원에 매입해 60만원에 판다는 효과는 같다. 주당 10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대신 예측이 틀렸을 경우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인수전 참여가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해 오히려 주가가 70만원으로 올랐다면 투자자는 주당 10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는 공매도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가하는 정책을 취했다. 특히 약세장 전망이 계속될 때 공매도가 몰린다면 시장은 한 순간에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물량이 충분한 기관이라면 공매도에서 이익을 보기 위해 주가 폭락을 유도하는 만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은 2008년 페니메이(fanniemae) 등 19개 금융주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고, 같은 해 9월에는 799개 모든 금융주에 대해 모든 방식의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한 달 뒤 해제했다. 당시 영국, 독일, 호주 등 주요국들도 앞다퉈 공매도 금지 대열에 합류한 뒤 지난해 위기가 진정되면서 금지를 해제했다. 반면 독일은 지난해 6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아예 법제화하고 오히려 금지 범위를 넓힐 방침을 밝히는 초강수를 두면서 미국이나 다른 EU 국가들과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공매도의 순기능을 옹호하는 주장도 많다. 즉, 공매도도 선물이나 옵션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다양성과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할 뿐더러 공매도의 부작용과 관련된 대부분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선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없는 시장에 비해 개별 종목의 가격이 적정 가격(벨류에이션)에 가깝다는 게 일반론이다. 또한 롱쇼트 전략을 통한 차익거래 등 다양한 매매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주식을 빌려주는 사업 자체도 하나의 비즈니스다. 찬반 양론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대세는 공매도에 족쇄를 채우는 쪽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주식 공매도는 1969년 신용융자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작됐지만 실제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공매도가 활기를 띤 것은 1996년 당시 증권거래소 상장종목에 대한 유가증권 대차제도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공매도는 외국인들의 전유물이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에만 외국인 공매도는 전체 물량의 90%를 넘어 공매도 거래대금만 33조원을 넘었다. 외국인들은 연기금이나 예탁결제원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빌린 다음 이를 바탕으로 공매도 주문을 냈다.
결국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모든 종류의 공매도를 금지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애초에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차입 공매도가 금지된 것이다. 이후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 6월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금융주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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