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제지업체들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넘치는 공급에 비해 늘지 않는 수요로 점점 하락하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또 인쇄용지 등 마진율이 낮은 지종의 생산을 점차 줄여가는 한편, 특수지 등 고수익 구조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제지업체들이 공장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만성적인 저마진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수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적자를 내는 사업장의 종이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그동안 수급 불균형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제지업계가 자구책 마련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제지업체인 한솔아트원제지는 지난 20일부터 경기도 오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오산공장은 인쇄용지 등 저수익 지종(종이의 종류)을 중심으로 하루에 280톤의 종이를 생산해왔다.
한솔아트원제지 관계자는 『설비 노후화로 인해 오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최종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적자 사업장을 정리함에 따라 수익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도 진주공장 2호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진주공장은 잡지, 카탈로그, 달력, 쇼핑팩 등에 쓰이는 비교적 고부가 가치를 내는 지종인 아트지를 중심으로 하루에 430톤의 종이 생산 능력을 갖췄으나 수요 감소 등 업황 부진의 그늘을 피해가진 못했다.
이처럼 제지업체들이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자발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수년간 정보통신(ICT) 기술의 발달로 종이 사용이 줄자 제지업체들이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신제품·신소재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물에 젖지 않는 종이, 전기 차단 기능을 갖춰 배터리에 쓰이는 종이, 종이 원료를 넣은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종이 기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는 『책·잡지에 쓰이는 인쇄 용지는 2007년 227만t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 지난해 197만t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감열지 등 특수지 수요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수지, 화장지, 후 가공 특수 코팅지 등의 국내 소비량은 2010년 81만t에서 지난해 92만t으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지업체들이 고부가 가치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지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 반대급부로 성숙기에 이른 인쇄용지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정리에 나서면서 인적, 물적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불가피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I.H.S 버핏연구소(buffettla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