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신현숙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락했던 에너지 가격은 산유국들의 공급조절과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오히려 최근에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강세가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구조물 수주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현재까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해양구조물 수주는 9억 달러로 추정된다(현대중공업의 LNG FSRU 포함). 지난해 연간 수주 금액 40억6000달러 대비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참고로 클락슨(Clarksons)은 과거(2018년) 유가가 70달러/배럴을 넘어서면 대부분(93%)의 해양유전이 경제성을 갖게 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왜곡을 감안하면, 유가와 신규 유전 및 가스전에 대한 투자 사이의 상관관계가 예전과 같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신규 유전 개발에 대해서는 일부 에너지 기업들이 상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지연시키는 사례들도 발생 중이다.
해양 구조물 시장도 시추설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해양 ‘생산’ 설비의 수요에 대해서는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우선 해양 에너지 중에서도 천연가스 관련 설비의 수요는 견고할 것.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향후 LNG 관련 설비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유식 LNG 액화설비(FLNG)와 해상 LNG 저장 및 기화설비(FSRU)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싱가포르의 샘포크마린(Sembcorp Marine)은 시추설비 2기를 FLNG로 개조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삼성중공업도 FLNG 수주를 추진 중이다. 해양 에너지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전과 관련된 설비 수요도, 육상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해양구조물 수주량은 지난 2020년 61억 달러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에 135억 달러로 회복됐으며 올해 1-3분기 누적 수주량은 155억 달러로 이미 2021년 연간 수주를 초과했다. 다만 올해의 수주는 대부분 싱가포르 업체들(Keppel, Sembcorp)이 수주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조선사들은 선가가 상승한 상선 분야에서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면서, 해양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업체들도 올해 대규모 수주로 수주잔고가 2021년 말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만큼, 선별 수주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 해양 구조물 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다.
[관심 종목]
009540: 한국조선해양, 329180: 현대중공업, 010140: 삼성중공업, 042660: 대우조선해양, 010620: 현대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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