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라면 시장의 절대 강자, 농심이 흔들리고 있다. 프리미엄 짬뽕라면의 승기를 빼앗긴 영향이 컸다. 간신히 지켜왔던 60%대 점유율도 깨지며 라면 시장 지각변동의 막이 올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1.5%였던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54.2%까지 크게 하락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8.6% 하락한 셈이다. 1년 사이에 라면 시잠 점유율을 경쟁 기업에게 10% 가까이 넘겨준 셈이다.
농심은 지난 30년 가까이 시장점유율 60%를 유지했다. 꼬꼬면 열풍으로 잠시 60%대가 무너졌으나, 55% 아래로 떨어진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농심의 줄어든 점유율은 대부분 오뚜기로 향했다. 오뚜기의 지난해 라면 시장 점유율은 18.4%로 20%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올 1분기에는 25.5%로 7.1%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프리미엄 짬뽕라면의 열풍을 몰고 왔던 「진짬뽕」의 선전으로 분석했다. 진짬뽕은 출시 3개월 만에 4,000만봉이 팔렸고, 올 1분기에만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동안 오뚜기는 농심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과 공격적인 마케팅, 판촉활동 등을 통해 라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물량 공세에도 20%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 소비자들의 라면 선택이 워낙 보수적인데다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저가 인식으로 이어져 브랜드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짬뽕 이후 오뚜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일반 라면도 아닌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라면 시장에서 오뚜기는 더 이상 이전만큼의 광고비 등을 쏟지 않아도 된다. 카레와 소스 등에서 확고한 1위를 바탕으로 한 캐시카우 체력에 브랜드 인지도,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구축했기 때문이다.
또한 24개 제품군에서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뚜기는 식품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3년 삼양라면을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점유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농심이 국내 라면순위 5위 제품 중 4개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50%대 시장 점유율이 깨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수 제품들만으로 언제까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내 라면 시장은 잇따라 신제품이 출시되고, 새로운 제품이 인기를 끌다 또 다른 제품에 자리를 내주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라면 시장에서 새로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맛을 찾는 요구가 늘어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유행의 영향력이 커지며 장수 제품의 익숙한 맛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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