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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책마을] 우리 마음은 진화의 산물이다 「본성이 답이다」
  • hankook990
  • 등록 2016-06-19 18: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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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가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기획회의>는 출판계의 공향과 서평을 담은 격주간지입니다]

인간의 마음도 진화의 산물  『본성이 답이다』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 북스. 2016. <기획회의> 2016년 6월호

본성이답이다 

기쁨, 슬픔,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인간의 마음(Mind)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우리는 왜 선(善)을 장려하고, 악(惡)을 혐오하는가? 절대선과 절대악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일 터이고,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은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다. 종교와 경제학은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대표적인 개념 체계이다. 
그런데 이런 개념 체계들도 아직은 우리의 근본적인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어느 정도 부족하다.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들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접한다. 선한 행동은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장려되지만 왜 그것이 장려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의 기원과 작동 원리를 속시원히 풀어주는 개념 체계는 존재하는가? 도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아니, 내가 지금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면서 요즘 뜨고 있는 학문이 진화 생태학이다. 진화 생태학은 인류의 기원을 30억년전쯤의 유전자라고 본다. 다시 말해 138억년 대폭발(Big Bang)로 우주가 형성됐고, 30억년전쯤 우연한 계기로 자기 복제를 하는 유전자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의 목표는 생존과 번식이다. 우리는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은 철저하게 유전자의 설계대로 움직인다. 이것이 진화 생태학의 큰 그림(Big picture)이다.
최근 전중환 경희대 교수가 내놓은 <본성이 답이다>는 진화 생태학의 관점에서 우리 인간과 세상사를 설명하고 있다. 그간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행동과 생각의 이면에 깔린 원리를 진화 생태학의 관점에서 상당한 정도로 논리적이고 포괄적으로 설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본성이 답이다>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 선악의 개념도 진화의 산물이다. 저자는 "200만년전 인류가 침팬지의 조상과 갈라진 이래 인류는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수십명 정도의 작은 무리 안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면서 보냈다“(169 페이지)며 이 시기에 마음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 시기에는 공식적으로 따로 정해진 지도자는 없었고, 신분이 나뉘지도 않았다. 이 시기의 인류는 애써 잡은 고기를 자기 식솔끼리만 먹지 않고, 무리의 전체 구성원과 한 자리에 둘러 앉아 공평하게 나눠 먹었다. 저장 시설이나 냉동 시설이 없었으니 어차피 다 못먹고 썩을 고기를 남들과 나눔으로써 내일 사냥에 실패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를 없애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런 배경에서 형성됐다.
또, 굶어 죽어가거나, 는 동료가 있으면 측은한 마음이 작동됐다. 이는 개체의 생존과 무리의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설계에 부합했기에 장려됐다. 이 기간이 인류 역사의 99%를 차지한다. 인간의 마음, 선악의 개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형성되고 굳어졌다.
저자는 선악과 도덕의 개념이 원시적인 정서에서 상당 부분 유래했다는 증거는 많다고 지적한다.
"청결한 신체를 도덕적 순결과 동일시하는 이유는 전염병을 피하려는 원시적 노력의 소산이다. 불결한 신체는 전염병을 옮긴다. 그래서 신체를 불결하게 하면 도덕적으로 비난받는다"(51 페이지)
진화 생태학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의 기원과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다시 말해 진화 생태학은 인류의 신체 구조가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된 이유도 거뜬히 설명해낸다. 
"우리 모두는 두 발 달린 물고기이다. 인가의 주요한 신체 구조와 행동은 모두 수억년전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았다. 단단한 두개골에 담긴 두뇌, 좌우 한쌍으로 존재하는 눈, 귀, 콧구멍, 몸을 지탱하는 척추, 턱과 치아가 있는 입은 물고기가 처음 발명했다. 심지어 코가 입 위에 있는 것도 가오리처럼 바다 밑바닥에 붙어 살던 조상 물고기가 숨구멍을 내야 하다보니 그렇게 배치됐다" (68 페이지)
우리의 일상적으로 느끼는 '맛'이라는 것도 진화의 산물이다.
원래 영장류 조상들은 나무 위에 살면서 열매나 잎을 주로 먹었다. 그러다가 200만년전 인류가 초원으로 진출하면서 고기도 즐기는 잡식성이 됐다. 8만년전부터는 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잡식성이 되자 딜레마가 생겼다. 오늘 처음 본 먹거리 후보가 정말로 괜찮은 에너지원인지를 판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단맛, 짠맛, 감칠맛, 쓴맛, 신맛의 5가지 기본 맛을 느끼는 미각 체계를 발전시켰다고 이 책의 저자는 설명한다(71 페이지)
맛은 우리 조상들이 수렵 채집 환경에서 귀하고 중요한 영양분을 추구하는 한편 해로운 독소와 병원균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가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일이나 꿀처럼 높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물을 선호하는 편이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도가 높은 음식을 달콤하다고 느끼도록 진화한 것뿐이다.
저자는 “초콜릿은 실은 달지 않으며, 우리가 초콜렛을 먹었을 때 느끼는 그 생생하고 달콤한 맛은 모두 우리의 두뇌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면서 ”만약 인류 진화에서 마늘이 높은 에너지원이었다면 우리는 생마늘 케이크를 마구 폭식하게끔 진화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71페이지).
이런 증거로 고양이는 달콤한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양이는 달콤한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진화 과정에서 탄수화물보다 고기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가 꺼져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은 결국 진화의 산물이며, 우리 집안의 벌레나 기생충, 아마존의 원시 갑각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간 인류는 동물과 다르고, 이성을 가진 존재라고 믿어온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허무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유전자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설계한대로 살아가는 존재인가? 인간은 유전자가 명령하는 생존과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도구에 불과한가?
그런데 나는 한 가지 희망의 단초를 본다.  
그것은 내가 지금 '호모 사피엔스는 유전자의 설계체에 불과하다‘고 인식한다는 것, 이 자체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진화의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것의 원리와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답변하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질문에 대해 해답을 내놓는 학자가 있다면 학문의 새 지평을 열어 젖힌 인물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나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의 반열에 등극할 것이다. 

이민주 소장은?
<지금까지 없던 세상>(쌤앤파커스 펴냄)의 작가이자 투자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인 버핏연구소 대표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인생, 투자, 경영을 주제로 이메일 레터 『행복한 투자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버핏연구소 설립에 앞서 한국일보 기자로 17년을 근무했다.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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