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해법으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개혁)이 등장한다.
최근 더민주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최운열 의원은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화폐단위가 너무 커져 앞으로 사회적인 비용을 많이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화폐단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용어가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62년 「제2차 화폐개혁」 이후 50년이 넘도록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는데 화폐단위는 변하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다. 자연히 불필요한 비용과 불편을 초래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통화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경제규모의 확대 등으로 거래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숫자의 자릿수가 늘어나면서 계산상의 불편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다.
이처럼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화폐단위가 커짐에 따른 거래 불편은 물론 세계 10위권인 한국 경제 수준에 「네 자릿수」 환율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1달러가 1000원이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이 유일해 국격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화폐단위 절하 시 장부 기재가 훨씬 편리해지는 효과도 있다. 신·구권 화폐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숫자의 단위가 커지면서 1경 이상의 숫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생기면서 「리디노미네이션」 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국민 순자산이 12,360,000,000,000,000원(1경2360조원)에 이르면서 0만 13개를 적어야 하는 규모까지 커졌다. 한국은행 금융전산망을 통한 원화이체 규모는 지난 한 해만 6경원을 훌쩍 넘어 서기도 했다.
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의 단점도 명확하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실행에 따른 부대비용이 단점으로 꼽히면서, 새로운 화폐를 찍어야 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적으로 지출에 대한 관념이 바뀌면서 씀씀이와 과소비를 유발해 물가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성공과 실패의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 누구도 쉽게 성과 실패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 이후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어마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05년 터키정부는 자국 화폐인 「라라」의 단위에서 0을 6개나 떼어서 100만분의 1로 축소했다. 당시 터키의 150만리라는 그 가치가 1달러에 불과했다. 다행히 「리디노미네이션」 시행 후 물가불안은 없었고 경제가 성장세를 보였다.
반대로 「리디노미네이션」의 실패 사례는 북한이다. 2009년 100원을 1원으로 바꾼 북한의 화폐개혁은 물가가 14500%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화폐개혁 총책임자를 총살하기도 했다.
한편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거나 고려중인 경우에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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