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공현철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확정했네요. 그간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는 7위로 고착 상태였는데 내년에는 순위가 점프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까요?"
한화그룹(000880)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시킨다는 뉴스를 접한 어느 재계 관계자의 질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7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1위), SK(2위), 현대차(3위), LG(4위), 포스코(5위), 롯데(6위)에 이어 한화그룹은 7위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37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으니 재계 순위로 평가받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가 오르지 않겠느냐는 궁금증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내년 순위 변동 없을 듯... 그렇지만 '존재감 펄펄 7위'
결론부터 말하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지만 내년에도 재계 순위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는 공정자산(비금융계열사 자산총계+금융계열사 자본총계)을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한화그룹 공정자산(83조 280억원)과 대우조선해양 공정자산(12조3420억원)을 합산해도(95조3700억원) 롯데그룹 공정자산(129조6570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34조2870억원 차이 난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당분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그룹은 지난해 조(兆) 단위 손실을 기록했다(매출액 4조9890억원, 순손실 1조7760억원). 한화그룹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갉아먹는 셈이다(한화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71조6720억원, 순이익 2조64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그룹의 존재감은 한국 재계와 한국인들사이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계열사가 96개에서 99개로 늘고 연매출액은 71조67000억원에셔 75조원으로 한 단계 점프하게 된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매출액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한화(62조2784억원), 한화생명(33조7014억원), 한화솔루션(13조6539억원), 한화손해보험(8조473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6조5396억원)에 이어 대우조선해양(4조8602억원)순이다(2022년 K-IFRS 연결 기준).
◆육·해·공 통합 방산기업 점프...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 기대
무엇보다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기존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사업 분야는 크게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테크윈, 한화정밀기계 등), 신성장 및 케미칼(한화솔루션, 한화큐셀 등), 금융(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캐롯손해보험, 한화저축은행 등), 건설(한화 건설무문. 에이치피앤디), 레저 및 기타(한화호텔앤리조트 등)의 5가지로 나뉘는데, 대우조선해양은 방산, 신성장, 건설에 골고루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기존의 지상 방산과 우주의 방산 사업에서 해양사업까지 확장돼 한화그룹은 육·해·공 통합 방산기업집단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한화의 해양 첨단 시스템과 레이더 기술,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및 전투함 건조 기술력이 합쳐지면 신무기 사업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자율운항 선박,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할 수도 있고, LNG와 수소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와 대우조선해양의 운송 기술 사업을 결합하면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한화측은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 메이저', 국가대표 방산 기업, 해양 솔루션 리더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명을 한화오션(Hanwha ocean)으로 변경하고 신임 대표에 권혁웅 한화 사장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에 참여한다. 최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인수하며, 2조원 가량의 인수 대금은 한화에어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등 6곳이 분담한다.
한화그룹이 이같은 '빅 픽처'를 현실화할 경우 국내 재계에서의 존재감은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1974년 조사에서 재계 4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를 살펴보면 LG(1위), 삼성(2위), 현대(3위), 한화(4위), 동국제강(5위), 대한전선(6위), 효성(7위), 신동아(8위), SK(9위), 한일합섬(10위)이었다.
한화는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우주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민간 우주개발 시대 개척을 위한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고 지난해에는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태양광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수소·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김동관 부회장, 대우조선해양 경영 참여... 삼형제 역할 변화 없을 듯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의 역할 분담에는 향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한화그룹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건설 및 방산 사업을 맡고 있다. 이번에 인수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에도 참여한다. 지난 2015년부터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에서 임원을 맡고 있고, 2020년부터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신성장 사업에 간여하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부문을 맡고 있다. 지난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시작으로 금융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임기가 연장된 여승주 대표이사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 지분 0.03%를 보유하고 있다.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레저 부문을 맡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스피탈리티부문 미래전략실 전무도 맡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남자 승마 부문 국가대표로 참가했고 한국학생승마협회장을 역임했다.
한화그룹은 미래성장산업에 김동관 부회장을 필두로 삼형제가 5개 사업부문을 골고루 맡고 있다. 다만 주요 사업을 이끌고 있는 장남 김 부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한화 PER 1점대... 극단적 저평가
이같은 양호한 전망에도 ㈜한화는 주식시장에서 극단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삼성, 현대, 농협을 제외한 국내 13대 대기업집단 지주사의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을 살펴보면 ㈜한화는 1점대(1.15배)로 가장 낮다. 이들 13대 지주사의 평균 PER은 8.63배이다. PER은 대표적 가치평가(valuation) 지표이며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 수록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이다. 또, ㈜한화의 올해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4.47%로 13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다.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고ROE, 저PER'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화에 대해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종속법인(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가치 상승이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 3만9000원의 매수(buy)의견을 제시했다. 14일 현재 주가는 2만7600원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창립 7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제의 한화를 경계하고 늘 새로워져야한다”며 “필요하다면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을 허물어서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자”고 기념사를 말한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중장기 목표에 대해 “현재 주력으로 하고 있는 화학·태양광·수소에너지·케이방산·우주사업을 주요 축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관심 종목]
000880: 한화, 088350: 한화생명, 009830: 한화솔루션, 01245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000370: 한화손해보험, 272210: 한화시스템, 452260: 한화갤러리아, 042660: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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