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국내 레미콘업계 2위인 삼표가 IPO(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침체된 업황 속에서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재무구조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고 오랜 기간 비상장체제를 유지해 온 업력에 비춰봤을 때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유진그룹의 동양 인수를 견제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표는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회사와 상장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마감은 오는 12일까지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중 어디에 상장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유가증권시장이 유력하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규모는 구주 매출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1,000억~3,000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표 관계자는 8일 『IPO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레미콘 업황이 좋아 현금흐름이 괜찮지만 건설경기가 다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중장기적 재무구조개선 차원에서 IPO를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표는 국내 레미콘 2위 업체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쓸 계획이다. 삼표는 지난해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해 동양시멘트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삼표가 2,513억원,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펀드(PEF)가 1,430억원을 내고 4,000억원가량은 금융권에서 빌렸다.
이에 따라 삼표의 부채비율은 2014년 말 15.27%에서 지난해 말 89.69%로 늘었다.
회사와 최대주주인 정도원 삼표 회장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주)동양 지분 매입에 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양은 삼표와 같은 레미콘업체로, 유진기업이 인수를 위해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진기업은 올초 동양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뒤 이 회사 지분율을 25.07%까지 올렸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특별관계자들과 함께 동양 보통주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지분 매입을 「유진기업 견제용」으로 해석했다. 유진기업과 지분율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직접 인수는 못하겠지만 유진기업과 현 경영진 다툼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표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으로 지분 81.9%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정대현 부사장은 지분 14.07%를 갖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일부 구주 매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176억원, 당기순이익 767억원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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