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삼촌의 승리로 돌아갔다.
금호석유화학(대표이사 백종훈)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본사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특히 회사측과 개인 최대주주(지분 9.1%) 박철완 전 상무의 의결권을 위임 받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의 치열한 표대결이 예고된 바 있어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자기주식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등 총 8개 안건이 상정됐다. 이날 회사 측과 차파트너스의 표대결이 벌어진 핵심 안건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자기주식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었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주주총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과 함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내용의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올해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고, 내년 나머지 절반을 소각하라는 것이다. 주주총회 현장에서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자사주를 이사회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은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는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에 찬성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변경의 건은 이날 주주총회 개표 결과, 의결권 있는 주식수 총 1709만9785주 중 437만6410표를 받아 찬성률 25.6%로 최종 부결됐다. 해당 정관 변경이 부결됨에 따라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기주식 소각 건도 자동으로 폐기됐다.
주주총회에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3년에 걸쳐 자사주 50%(약 262만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지난 20일 이 중 3분에 1에 해당하는 87만5000주를 소각했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회사 측이 밝힌 소각 계획은 그대로 이행될 전망이다.
차파트너스는 김경호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주주제안도 제출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고 맞대응을 놓았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차파트너스의 선임안이 찬성률 23%로 부결되며, 금호석유화학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밖에도 이날 주총의 제47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로써 금호석유화학의 2023년도 배당으로 보통주 주당 2900원, 우선주 2950원 배당이 확정됐다.
양측의 이번 표대결은 이변 없이 모두 금호석유화학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 등은 보고서를 통해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해외·기관 투자자들은 이들 자문사의 안건 분석 내용을 토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금호석유화학 지분 9.0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21일 "이사회와 주주총회 간 권한 분배 등을 고려해 주주제안에 반대한다"며 "최도성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다"고 회사 측의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이미 지난 2020, 2021년 두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참패한 바 있다. 그는 2021년에는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2022년에는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 우선주 1주당 1만4950원의 현금배당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시켰지만 모두 표대결에서 지며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3차 조카의 난'이 다시 한번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 전량 소각에 대한 아쉬움만 남게 됐다. 현재 시간 11시 30분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전일 대비 0.71% 하락한 1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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