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대표이사 신동빈 이영준 황진구)이 52주 신저가에 진입한 저PBR주로 주식시장 참여자들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해외 법인을 청산하고 고부가 제품 사업 재편 등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리올림픽 수혜, 합성고무 재료인 부타티엔 가격 급등과 같은 호재도 예상된다.
◆52주 최저가 진입하며 PBR 0.33배… 저가매수세 유입
롯데케미칼 주가는 25일 오후 기준 12만200원으로 52주 신저가에 진입했다. 지난해 이맘때 19만원 대비 38% 하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PBR(주가순자산배수)도 0.33배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며 낮을수록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미다. 수년전만 해도 PBR 1배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42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 2022년 3월의 0.36배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본업이 부진하고 계열사 실적도 나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 2023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19조9464억원, 영업손실 34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10.46%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지속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주식저평가현상) 해소를 위해 PBR이 낮은 기업을 공개하고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권고한 것이 롯데케미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배경이다.
◆부타디엔 가격 급등, 파리올림픽 시작... 2Q 흑자 전환 예상
증권가에서는 올해 롯데케미칼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에틸렌 증설 규모가 지난해 868만톤에서 올해 520만톤으로 줄어들어면서 공급 압박이 완화되고, 파리올림픽 전후 가전 신제품 출시로 ABS(합성수지) 수요가 늘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홍해 교전 영향으로 원료 부담이 크지만, 아시아 공급 부담이 줄어드는 부타디엔, EG(PET),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순서로 업황 개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타디엔 가격 급등도 롯데케미칼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타디엔은 나프타에서 얻는 기체로, 합성고무와 ABS의 원료다. 운동화부터 타이어까지 쓰임새가 다양하고, 특히 인체에 무해해 의료용 장갑 등에 사용되는 NBR(니트릴 부타디엔 러버)과 SBR(스틸렌 부타디엔 러버) 등으로 활용된다.
부타디엔의 글로벌 수요 규모는 1300만톤으로, 롯데케미칼의 생산능력은 42만톤 수준이다. 최근 홍해 분쟁으로 정유제품인 나프타의 아시아 지역 유입이 어려워져 나프타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NCC 업체들이 비교적 저렴한 LPG(액화석유가스) 투입 비중을 15%~40%로 높였다. 그러나 LPG에서는 부타디엔이 생산되지 않아 지난해 말 980달러(약 131만원) 가격에서 3월 기준 1500달러(약 201만원)로 급등했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파리올림픽의 수혜도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글로벌 이벤트 전후로 가전 및 전자제품 생산과 프로모션이 확대되고, 소비 심리도 증가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도 가전 신제품 출시로 ABS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회사의 부타디엔 분기 이익은 600억원으로, 1분기 997억원의 영업손실은 오는 2분기 523억원으로 흑자 전환될 예정이다.
◆폴란드, 중국법인 이어 ‘효자’ LC타이탄까지 매각 나서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영업적자와 석유화학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할 카드로 해외법인 청산을 꺼내들었다. 기초소재 사업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해외법인을 청산하고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8일 롯데케미칼이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 석유화학 생산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매각했다. 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을 생산하는 중국 허페이법인, 롯데케미칼폴란드(판매법인), 페트(PET)와 나일론 생산 계열사 케이피켐텍도 청산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대규모 생산기지 롯데케미칼타이탄(LC)을 매각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LC타이탄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법인으로, 지난해 6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케미칼 지분 100%를 1조5000억원으로 인수해 7년만에 기업가치 4조원으로 끌어올린 만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대표적 성공 M&A(인수합병) 사례로 꼽혀 왔다. 이후 매년 약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가져오는 효자 계열사였지만, 업황 침체로 지난해 612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지면서 인수금의 절반인 7400억원까지 시가총액이 하락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악화 지속으로 인해 기존 사업의 효율화 개선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장의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 고도화를 위해 시행하는 조치”라면서 "다른 대형 석유화학사에 비해 비중이 높은 전통 석유화학 사업의 체질 개선과 신사업 발굴에 힘쓸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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