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천리 동행만리.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지음.
성공하려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서 방향보다 그 방향으로 향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속도와 성과에만 신경 쓰느라 우리 손으로 밀쳐냈던 정도(正道)를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도란, 자신이 하는 일,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들이 원래 갖고 있던 속도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여름이 좋다고 해서 봄이 되자마자 여름을 앞당기는 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일도, 꿈도, 사람 마음을 얻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고유의 속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이 가진 속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경주는 남하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어려운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원래 자신의 인생이 가진 속도와도 경주해야 합니다.
제가 '속도를 경계하는 삶'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뒷걸음치지 않고 계속해서 내딛는 소걸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그동안 살면서 얻은 지혜 중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힘'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입니다. 토끼 걸음으로 백 리를 가는 삶보다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는 삶이 더 큰 가치를 담아낸다는 믿음이 제게는 있습니다.
도토리의 미래가 떡갈나무가 되듯 돌멩이의 미래 역시 탑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도를 지키지 않고 요령을 피우면 언뜻 보기에는 일을 빨리 처리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조건 빨리하다 보면 결국에는 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빨리 가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오래가는 삶입니다. 오래가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인생은 얼마나 빨리 이루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담아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공적을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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