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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조기교육 필요할까?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4-10-22 20:19:54
  • 수정 2024-11-19 14: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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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한국에서 ‘주식투자’는 공공연한 금기어가 되어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들에게 주식투자 공부를 시키자고 하면 대부분 집안 망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눈치없이 자꾸 이야기를 하면 기피인물이 되어 연락조차 뜸해진다. 대학에서 정식으로 주식투자 공부 좀 가르치자고 하면 대체로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객장에 앉아 주식투자나 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대학에서 하기는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한다. 도박과 투기를 경계하는 여문 생각이다. 매우 한국적이다.


요즈음은 객장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대체로 개인 컴퓨터나 모바일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하게 된다. 사실 자식들이나 제자들이 주식투자를 배워서 직장도 없이 방구석에서 주식투자나 하고 있으면 부모나 스승이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게다가 주식투자에 빠져서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에는 정말 큰일이다.


2023년 12월 결산 기준으로, 한국의 상장법인 2602개 사의 주식 소유자 수는 약 1416만 명이고,[1]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는 약 2946만 명이었다.[2]


이 두 자료를 비교해보면, 느슨하게 한국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 공부를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고, 쉬쉬해야 한다면 정상이 아니다. 주식투자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에 속해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모든 통계적 특이성은 의미가 있다고 믿는 필자는 이러한 사회 현상의 갭 속에는 그것을 풀어야 할 과제와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문제이지만 동시에 기회라는 것이다.


세상을 둘러보면, 예상 외로 어린 나이에 주식투자 경험을 했던 사람이 나중에 주식투자의 구루가 된 인물들이 많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시작해서 40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일구었던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12살에 첫 주식투자를 하였고, 월가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피터 린치(Peter Lynch)도 11살부터 주식투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현대 투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11살에 첫 주식투자를 하였다.


그래서 “주식투자도 조기에 경험해야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주식투자 조기교육을 통하여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를 경험하게 하면 어떨까?


조기교육의 효과는 보기에 따라서는 실로 놀랍다. 어느 분야에서나 조기교육의 경이로움을 볼 수 있다. 2024년 현재 32살의 나이로 대략 자산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은 10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로부터 프로 훈련을 받기 시작하였다.


음악계에는 더 많은 세계적인 한국인 스타들이 있다. 대부분 부모들의 희생과 뒷바라지를 통해서 어려서부터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경남청소년오케스트라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이서정 지휘자는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수십 배 빠르게 악기를 습득한다고 한다. 오묘한 인간의 모습이다. 음악 분야만 특별히 조기교육이 성공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만약에 주식투자 분야에서 조기교육을 하면 인간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까?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에서 검색해 보면 조기교육에 대한 논문은 무려 1600편이 넘게 검색되지만, 주식투자 조기교육에 대한 논문은 거의 나오지가 않는다. 주식투자 조기교육은 베일에 쌓여 있다. 학문의 영역에서 아직 다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버크셔헤서웨이 주주총회 모습. "버핏의 위즈덤 콘서트였다"...버크셔 주주총회 가보니https://themiilk.com/articles/a06c44360 (2024.10.21. 검색)

학문의 세계와는 별도로, 세상에는 별난 부모들도 많다. 금년 (2024년) 5월에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는 자녀에게 생생한 경제교육을 체험하게 하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버핏이 11살 때 처음 주식을 손에 쥐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서 11살짜리 아들의 손을 잡고 온 기발한 부부도 있었고, 7살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성급한 부부도 있었다. 대학생 아들을 데리고 20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온 열정 부부도 있었다.[3]


다소 극성스럽게 보이는 이런 부모들은 자식이 어린 나이에 투자와 돈 관리 등 경제에 눈을 뜨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예리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주식투자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는 한국의 부모나 거의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보이는 성실함으로 가득찬 한국의 대학 교수들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한국의 부모나 교수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주식투자 조기교육이나 대학에서 주식투자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또는 학생들이 오로지 전공에 전념하거나 스스로 주식투자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 가능성이 더 많다.


2024년 상반기에 신규 주식계좌를 가장 많이 개설한 연령층은 30대로 나타났다. 이들의 신규 주식계좌 개설 수는 24만5099개로 전년 대비 73% 급증했다. 이어 20대의 신규 주식계좌 수가 23만7688개로 뒤를 이었다.[4] 이것은 청년들이 제대로 된 주식투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바른 주식투자에 대한 교육도 없이 주식투자의 정글로 들어선 청년들은 겁없이 영끌 투자도 예사로 해서 진짜로 부모에게 짐을 지우게 된다. 지난 2-3년 동안 올바른 주식투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젊은이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원하여 무분별하게 부동산, 주식, 코인 투자에 나서다가 실패하여 순식간에 빚쟁이가 되고, 진짜 부모의 등골을 빼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왔다. 자식들에게 올바른 주식투자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식들이 도박과 투기에 빠지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필자에게는 올바른 주식투자가 부동산 갭투자나 코인투자보다 훨씬 안전해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주식투자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볼 때가 되었다. 


필자는 주식투자 조기교육을 학문적 영역으로 끌여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연구가 가능하다. 조기교육의 내용과 방법, 학습자의 심리, 학부모의 인식, 교사의 지식, 조기교육 실태,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고 해서 이런 귀한 데이터들이 그저 쌓이지는 않는다.


주식투자 조기교육이 행해지기 위해서는 올바른 투자이론과 교육도구가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대 전제가 된다. 아이들 교육에 어른들처럼 시행착오 투성이의 투자이론들을 가지고 조기교육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의 부모나 대학 교수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혹시나 잘못된 주식투자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커서 주식투자로 집안의 재산을 말아먹거나 방구석에서 주식투자나 하고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들이 주식투자 조기교육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루스 고테스만(Ruth L. Gottesman, Ed.D.) 교수는 2024년 2월에, 버크셔해서웨이 설립 당시 초기투자자였던 남편으로부터 상속 받은 재산 1조3320억원을 자신이 재직했던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에 기부하여 모든 미래의 학생들이 영구적으로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였다.[5] 수학자인 에드워드 소프(Edward O. Thorp)는 자신이 연구한 투자 이론으로 주식투자에 성공한 2003년에 아내와 의논하여 수학자답게 깐깐한 조건을 붙여서 큰돈을 UC어바인 수학과에 기부하였다. “UC어바인은 우리(에드워드와 아내 비비안)가 만난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감사를 표시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6]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음악처럼 마음을 울린다.


한국의 대학 교수들에게는 루스 고테스만 교수나 에드워드 소프 교수의 스토리가 알려지지 않았거나 언제나 예외적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언젠가는 다르게 해석되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의 GDP보다 더 많은 시대이다.[7] 국가적으로도 주식시장에서 활약할 인재에 대한 조기교육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또한, 이미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머지않아 주 3일만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대체로 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행운아들이 좋은 일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래는 재능이 그저그런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는 올바른 주식투자 지식이 매우 소중한 수입의 원천이 될 것이다.


미래에도 금융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올바른 주식투자 교육을 일찍부터 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 같다.


[주석]

[1]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소유자 18% 줄어…상장사 주주도 감소”, 이데일리, 2024.03.14,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407526638823320 (2024.10.21. 검색)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12월 결산법인이고, 전체 주주 수에서 99% 이상이 개인투자자이기 때문에 한국예탁원에서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에 관한 보도자료에 나온 실질주주 수(중복 소유자를 제외하고 계산)는 거의 개인투자자 인구수 추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대체로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는 합쳐서 1% 내외이다.

[2] KOSIS국가통계포털https://kosis.kr/visual/populationKorea/PopulationDashBoardMain.do (2024.10.21. 검색) 경제활동 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3] “11세 아이 손 잡고… 지구 반대편서… 버핏 만나러 ‘자본주의 순례’”, 동아일보, 2024.05.06.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40505/124800062/1 ( 2024.10.21. 검색)

[4] “'포모' 빠진 30대, 증권계좌 개설 급증,” 한경 코리아마켓, 2024.07.2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2184771 (2024.10.21. 검색) 여기서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어이며, 유행에 뒤쳐지는 것 같아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외 공포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5] Ruth Gottesman,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uth_Gottesman (2024.10.21. 검색);  “"무료로 의대 다닐 수 있게…" 1조3000억원 기부한 前교수” 아시아경제, 2024.02.27.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40505/124800062/1 (2024.10.21. 검색)

[6] 에드워드 O. 소프 저, 김인정 역,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 (A Man for All Markets: From Las Vegas to Wall Street, How I Beat the Dealer and the Market), ㈜이레미디어, 2019, 507면.

[7] 2023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GDP는 약 105조 달러로 추산되는데 반하여,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109조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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