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이민주 소장] 오마하는 여유가 배어 나오는 도시입니다. 도로의 자동차는 띄엄띄엄 지나가고, 사람들의 걸음걸이에선 서두르는 기색을 찾기 어렵습니다. 공기는 맑고, 건물은 잘 정돈돼 있습니다.
미국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한 가운데에 있는 도시, 그래서 동부의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가면 20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고 반대로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동차로 가도 약 20시간이 걸리는 곳, 동부와 서부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한 미국인에게는 '외진곳'으로 여겨지는 곳, 인구 40여만명의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주도(主都)가 바로 오마하입니다.
우리로 치면 강원도 도청 소재지이자 '호반의 도시'인 춘천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곳에는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더웨이 본사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오마하 시내의 키위트 플라자 빌딩 꼭대기층(14층)에 버크셔 해더웨이 본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이 빌딩에 들어가봤는데 첫 느낌은 '소박하다'입니다. 빌딩도 소박하고 버크셔 해더웨이 본사 사무실도 제법 규모가 클 거라는 추측하기 십상인데 실제로는 정말이지 소박합니다. 이 빌딩은 14층으로 이뤄져 있고 1개층 면적이 얼추 1,000제곱미터(약 300평)에 불과해보였습니다. 게다가 버크셔 해더웨이는 이 빌딩 전체가 아니라 꼭대층만 쓰고 있습니다.
버핏은 이곳에서 태어나, 잠시 대처(大處)에서 유학한 것을 빼놓고는 평생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주식을 고르고, 기업을 매입합니다.
그는 왜 이 곳을 고집하고 있는걸까요. 세속의 기준으로 볼 때 주식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곳은 오마하가 아니라 뉴욕의 월스트리트입니다.
"내가 네브라스카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곳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브라스카의 전문화한 기업 환경은 어떤 형태의 사업이건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보장해준다. 또, 이미 알려진 대로 네브라스카의 특징인 맑은 공기와 낮은 범죄율, 좋은 학군, 그리고 중서부 지방 특유의 직업 윤리 등 더할 나위없이 완전한 조건을 갖고 있다."(워렌 버핏, 1996년 8월 오마하 월드 해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러나 이것은 그가 오마하 지역 신문과 인터뷰에서 행한 의례적인 표현이 아닐까 저는 생각해봅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역발상 투자자(Contrarian)입니다. 대중이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 용기를 내고, 대중이 탐욕을 낼 때 두려워 합니다. 그는 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의 주식 시장의 변덕과 광기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습니다.
변덕과 광기에서 한발짝 떨어져 생각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오마하가 더 나을 겁니다.
만약 버핏이 월스트리트를 활동 공간으로 삼았다면 지금의 투자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인생이든, 투자이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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