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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실패는 어떻게 성공으로 바뀌는가?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 이민주
  • 등록 2017-12-29 20:11:53
  • 수정 2024-02-18 2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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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켈리 최 지음. 다산 3.0 펴냄. 2017년 10월 초판 발행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이미지=다산]

[이민주 버핏연구소 설립자] 켈리 최(Kelly Deli) 켈리델리 대표는 유럽 10개국 대형 마트의 가장 목이 좋은 700여 매장에서 아시아인 요리사들이 마치 공연을 하듯 현란한 손놀림으로 싱싱한 초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한다. 유럽인들의 눈에 신기한 볼거리로 관심끌기에 성공했고 품질도 높다. 켈리델리는 쉽게말해 다국적 초밥 프랜차이즈 기업인데, 지난해 매출액 5,00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켈리 최의 자전 에세이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를 나는 발견했다.  성공담이 기록된 책이었지만 내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오히려 초기의 실패를 반성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 있는 ‘바닥에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모습이 솔직해 보였고 공감이 갔다. 누구에게 나 실패는 찾아오며, 이것을 어떻게 극복 하느냐 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프랑스 파리에서 첫 사업 쓰라린 실패


 이 책에 나오는 켈리 최의 첫 실패는 참담했다. 켈리 최는 17세에 서울로 올라와 와이셔츠 공장에 다니면서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규 고등학교에 다닐 형편이 아니었다. 야간고를 졸업하자 복장 학원에 다니면서 패션을 공부했고 일본 유학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을 했다.


그리고 파리 현지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의 광고 대행업을 돕다가 아예 동업자가 된 것이다.  9년 동안 하던 사업을 접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이었다.


"경기가 나빠지자 주요 거래처이던 대기업들이 서서히 의뢰를 줄이더니 어느 순간 뚝 끊었다. 초조한 마음에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자동차 박람회'를 했는데, 어설픈 준비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나는 시쳇말로 '쫄딱‘ 망했다." (65 P)


이로 인해 저자는 10억원의 빚을 지고 지옥 같은 생활을 보내야 했다. 후배와 커피숍에서 만난 자리에서 '저 커피값은 누가 내는 거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화장기 없는 푸석푸석한 얼굴에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펑퍼짐하게 살이 찐,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은 아줌마가 서 있었다. 서러움이 복 받쳤다. 나는 이미 40대에 접어 들었고, 은행 잔고는 바닥이었고, 10억원이 빚이 있었다.” (79 P)


저자의 강점은 이 같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반성과 변신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 줄 알았다는 점이다.


"과거에 얽매여서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파리의 센강에 ‘과거의 나’를 버렸다. 우선 체력부터 길러야 했다. 정신이 약해지니 체력이 나빠지고, 체력이 나빠지니 다시 정신이 약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했다. 그래서 매일 물병 하나를 들고 나가서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 순간 정신이 맑아지고 내 몸에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83 P)


저자는 다음 사업의 아이템은 (1) 경기를 타지 않을 것, (2)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 (3) 내가 잘하고 좋아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의 3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이는 첫 사업의 실패를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9년 동안 몸담았던 광고 대행업이 실패한 것은 경기를 타는 비즈니스여서 감당하기 어려워졌기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진행한 자동차 박람회는 돈이 막대하게 들어가다 보니 만회가 불가능했고,  친구의 광고대행업은 애초에 자신이 좋아해서 발을 디딘 것이 아니다보니 강렬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한 것이다.  

 

초밥 비즈니스로 재기 성공

 

저자는 이 세가지 선정 기준에 부합한 사업 아이템을 2년 동안 찾아 나선 끝에 초밥 프랜차이즈를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왜 초밥일까?


우선, 초밥은 ‘먹거리 비즈니스‘여서 지속적으로 반복 구매가 발생한다.

 
"경기를 가장 적게 타는 사업,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는 사업은 대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과 관련 있다. 장례업, 섹스산업, 그리고 요식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중간 생략)... 특히 대형 마트는 조사해볼수록 조금 과장하자면 경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경기를 타지 않았다."(104 P)


수많은 먹거리 비즈니스 가운데 최종적으로 초밥을 선택하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다.


저자가 애초에 생각했던 먹거리 비즈니스 아이템은 삼각김밥 이었다. 한국의 삼각김밥 공장도 견학했고 기계를 찾으러 출장도 다녔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유럽에서 삼각김밥 비즈니스를 하려면 무균 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허가를 받아 지어야 하는데 10억원이 소요됐다. 저자는 “그간 조사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만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 했다”고 밝히고 있다.(106 P)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초밥‘이 초기 비용이 적게 들고,  패션을 전공해 시각적인 요소에 강점을 가진 저자가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107 P)

 

『실패를 정면 응시하고 복기하라』

 

첫 사업 실패의 원인을 외부 요인에만 돌리지 않고 자신의 경영자로서의 미숙함에서 찾고 반성하는 대목에도 공감이 갔다.


저자는 정실에 치우진 인사, 융통성 없는 태도, 권위적인 태도,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의 4가지가 사업 실패를 가져왔다고 반성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한 4가지를 읽다가 나는 마치 내 자신의 일인 것 같아 흠짓했다.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내던 동생이 자신의 남동생 취직을 부탁하자 나는 들어주었다. 여기에 덧붙여 내 사촌동생도 뽑았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능력있는 직원들은 '내가 피땀 흘려 모은 성과로 저 무능한 낙하산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정실인사로 뽑은 직원은 상대적인 열등감에 시달렸다... (중간 생략)... 하루는 출근해보니 직원들이 전시 준비로 밤샘을 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내가 정실 인사로 뽑은 직원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얼마나 분통이 터졌을까?“ (45 P)


"우리 회사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직원이 있었다. 나는 이 직원이 회사 생활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것이다...(중간 생략)... 사장은 자신이 보는대로만 믿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직원들의 말과 행동만으로 판단을 내려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말이나 표정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기 때문이다. (50 P)


이런 반성과 극복의 과정을 통해 저자는 결국 큰 성취를 했으니 글자 그대로 전화위복을 한 셈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패”라며 “직원들이 ‘더 많이, 더 안전하게 실패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277 P)


인생의 기적은 결국 꿈꾸고, 실행하고, 반성하는 과정의 총합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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