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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분석과 주식투자(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1-11-28 17:01:00
  • 수정 2024-02-12 18: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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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영역에서 메타분석(meta-analysis)은 기존 문헌을 분석하는 연구방법에 속한다. 문헌연구는 기존 문헌을 분석하여 평가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크게 정량 접근과 정성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메타분석은 정량 접근으로, 비슷한 주제나 가설에 대한 여러 정량적인 연구들을 종합하고 비교하여 그 주제나 가설에 대한 종합적 결론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통계적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주제를 연구한다고 해도 각 개별 연구들이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수행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각 개별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 비교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는 메타분석 연구방법에 대하여 비교적 엄격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지만, 주식투자를 하기 위하여 메타분석을 응용하는 데는 그렇게 엄격한 방법론이 필요하지 않다.*


자료: 오성삼 편, 『메타분석의 이론과 실제』, 건국대학교 출판부, 2009.
http://www.yes24.com/ (2021.11.28. 검색)

필자는 주가를 기업의 미래실적의 종속변수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독립변수인 기업의 미래실적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데, 미래실적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서 결국 예측을 통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측하는 리포트를 척척 잘 내어 놓는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을 분석하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내는 리포트의 정확성에 대하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이들이 내는 리포트에 의하여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기업분석에 대하여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미래실적 예측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도 메타분석적 발상을 이용하면 전문가들 못지않게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메타분석적 발상을 시도하여 이미 제시된 기존 자료를 비교 분석하고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측하기 위해서, 일반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와 같이 기업의 실적 데이터를 가져다 놓고 미래의 실적을 일일이 계산해내는 것은 어렵지만, 기업에서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사업보고서,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리포트나 전문가들의 분석기사, 심지어는 비전문가인 뉴스 매체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나 유튜브 방송과 같은 자료를 활용하여 비교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질적으로 빈약한 연구를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와 합함으로써 결론의 추출에 편파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학문적인 관점에서 제기되는 메타분석에 대한 염려는 기업 미래실적 예측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쪽 연구가 가지는 질의 빈약성을 다른 쪽 연구가 보상할 수 있는 메타분석의 장점이 더 부각될 수 있다.


메타분석적 발상으로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측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자료 중에서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매우 중요하다.** 그중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견해는 워렌 버핏(Warren E. Buffett )의 스승으로 불리는 필립 피셔(Phillip A. Fisher)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증권회사에서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리포트는 정보원으로서 전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는 그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조사하고 투자할 종목을 고른다.


반대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자세히 분석해본 사람 중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은 “월스트리트에서 어떤 기업의 이익이 다소 감소한다고 예측하면, 내가 조사한 지표가 아무리 유리하더라도 서둘러 매입하지 않는다. 분석가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이익이 완만하게 하락한다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가파르게 하락하는 경우가 너무도 자주 일어난다“고 고백하고 있다.**** 성공한 투자자 답게 자신의 요트를 타고 휴일을 즐기는 데이비드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자’로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FnGuide와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된 고봉찬과 김진우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은 평균적으로 기업의 실제 이익보다 높은 예측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정확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그다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일반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서 진실로 찾아야 하는 것은 예상치의 정확성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이익의 질과 비즈니스모델의 질이다.


주식투자 지식이 보편화 되어 감에 따라, 요즘에는 재야에 숨은 고수들이 많다. 그들이 남긴 기업분석에 관한 의견을 읽어보면 무릎을 탁 칠 만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의 사업보고서, 분석가들의 리포트, 전문가의 분석기사 및 각종 뉴스 기사와 더불어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남긴 자료들의 여러 행간에서 해당 기업의 이익의 질과 비즈니스모델의 질을 읽어 낼 수 있다면 이미 스스로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상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데이터를 계량적으로 다루는데 숙달되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도 위에서 말한 메타분석적 발상으로 기업분석에 접근하면 어려운 기업의 미래실적 예측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주식투자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주석]
* 물론 목적과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도 있다. 필자는 단지 주식투자를 위하여 메타분석적 발상을 수용한다는 것이지 메타분석 방법 그 자체를 수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메타분석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기업분석에 사용하면 기업 데이터의 정량분석뿐만 아니라 이익의 질이나 비즈니스모델의 질에 대한 판단 같은 정성분석도 일반 투자자가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기업의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 포함)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ttps://dart.fss.or.kr/) 과 한국거래소의 기업공시채널 KIND https://kind.krx.co.kr/) 에서, 기업분석보고서는 한경컨센서스 (http://consensus.hankyung.com/), MK증권 (https://vip.mk.co.kr/newSt/index.php), 네이버 금융 리서치 (https://finance.naver.com/research/), 한국거래소 상장공시 기업분석보고서 (https://listing.krx.co.kr/board/LST08020000T2/bbs) 에서 무료로 검색할 수 있다. (2021.11.28일 기준)
*** 필립 피셔 저, 박정태 역,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 굿모닝북스, 2005, 239면.
**** 데이비드 드레먼 저, 이건 · 김홍식 역, 『역발상 투자전략』(Contrarian Investment Strategies in the Next Generation), 흐름출판, 2009, 252면.
***** 고봉찬, 김진우, “애널리스트 이익예측의 정확성과 추천종목의 수익성”, 증권학회지 제36권 6호, 2007, 1022면.
****** 기업의 미래실적을 적절하게 예측할 수 있으면, 난해한 기업의 밸류에이션(Valuation)도 생각보다 쉽게 계산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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