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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명예교수의 경제와 숫자 이야기] 니콜라스 다비스 투자 이야기의 함정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4-05-02 20:23:53
  • 수정 2024-05-10 18: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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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연구소=윤진기 명예교수]


니콜라스 다비스(Nicolas Darvas, 1920-1977)는 헝가리 출신의 무용가인데, 주식투자를 해서 짧은 기간에 200만불을 넘게 벌었다. 그의 투자 이야기는 그의 책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에 잘 소개되어 있다. [1]


니콜라스 다비스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박스이론’(Box Theory)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주가가 일정한 가격 폭에 따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상태에 있고 그 형태가 상자 모양을 형성하는 주식의 경우에 주가가 박스 상단을 통과할 때 매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이 이론을 적용해서 18개월 여 만에 대략 200만불이 넘는 큰돈을 벌었다.[2]



자료: amazon.com, 《How I Made 2,000,000 in the Stock Market》 (2024.04.29. 검색)

횡보하는 모든 주식은 저항선이나 박스를 돌파해서 신고가를 형성해야 계속 주가가 상승할 수 있으며, 또한 역사적 신고가를 돌파하면 매물대도 없어서 주가가 쭉쭉 올라가게 된다는 점에서 보면,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투자 이야기에는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함정이 있어 보인다.


먼저, 현실에서는 박스를 형성하는 주식과 신고가를 들락거리는 주식이 너무 많다. 그중 대부분이 박스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 만약 박스이론을 들고 다비스처럼 큰돈을 벌어 보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그다음, 박스이론에서 필수요소로 하는 손절매는 시장에서 역이용당할 수 있다. 박스를 돌파해야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가를 견인하는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박스를 돌파하는 지점에서 매수하는 투자자들은 밉상이다. 이런 투자자들을 많이 끌고 가봐야 더 비싼 주가에 이들이 파는 주식을 받아주어야 하니 이들을 떨구고 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박스 상단을 돌파한 후에 얼마 있지 않아서 세력들은 주가를 일부러 하락시키거나, 심지어는 꾀 많고 요령 있는 투자자들이 박스 하단에서 매수한 경우에는 몇 일 또는 몇 주 동안 주가를 하락시켜 투자자를 놀라게 만든다. 그런 다음 세력들은 그들이 겁에 질려 손절하는 주식을 받아서 물량도 늘리면서 주가를 편하게 상승시킬 수 있다.


세 번째, 약세장에서는 박스이론이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 니콜라스 다비스의 투자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함정이다. 어쩌다 다비스의 책을 접하고 신명이 난 초학자들이 그의 이론을 적용하려고 할 때 이 점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박스이론은 강세장에서만 잘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비스는 어떻게 이런 함정을 피해 갈 수 있었을까?


우선, 그는 시장에서 수익력이 개선될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종목에 한해서 매수했다. 그런 주식을 골라서 관심을 두고 관찰하다가 박스를 돌파하면 매수를 하는 전략이다.[3] 그의 이 전략은 그가 손절하는 횟수를 대폭 줄여주었다.


그다음, 그는 철저하게 손절매를 실행함으로써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그의 손절매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주가가 상승해 상한을 돌파할 때 그 돌파점 바로 아래 단계에 손절매 포인트를 두고, 자동으로 손절이 실행되도록 하며, 항상 현재의 박스권 밖에 손절매 포인트를 두는 것이 특징이다. 손절매에 대한 그의 생각은 기술적 분석을 신봉하는 단기투자자들이 배워둘 만하다. 그의 손절매에 대한 생각은 다음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물론 단 1포인트를 손해보지 않기 위해 손절매했는데, 팔아버리고 난 후에 다시 주가가 상승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결론은 이것이 큰 손실을 입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었다. 또 나중에 그보다 높은 가격에 사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4]


그리고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성공률 때문에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올라가는 주식은 팔지 않으며,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 매수세를 늘리고, 추세가 반전되면 재빨리 빠져나왔다. [5]


세 번째, 그는 약세장에서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락장에서 그는 주식거래를 끊어버리고 한 발 물러서서 더 좋은 시절이 오기를 기다렸다. 대신에 그는 다음에 올 강세장에 대비하여 상승할 주식을 찾았다. 그가 하락장에서 다음 상승장에 투자할 주식을 찾는 방법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는 말한다. [6]


“나는 하락에 저항하는 주식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주식들이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더라도 시장추세가 변하면 가장 빠르게 선두에 나설 것으로 생각했다.”


“몇몇 주식들이 하락추세에 저항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보니, 이러한 주식의 대부분은 수익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회사들의 주식이었다.”


하락장에서 하락추세에 저항하는 주식들은 다른 말로 하면, 시장 대비 상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라는 것이다. 상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시장보다 강한 주식인데, 약세장이 끝나면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주식이다.


이 상대수익률은 PEG 투자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짐 슬레이터(Jim Slater) 도 매우 중요시한 지표였다. 짐 슬레이터는 “전망이 좋은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해당 업종의 그리고 그 업종에서 고른 주식의 전년도 상대주가(relative strength)가 전체 시장보다 상당히 좋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매우 나쁜 일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내가 늘 확인하는 것이 바로 해당 주식의 상대주가이다.” 라고 한다.[7]


여기서 짐 슬레이터가 말하는 상대주가 ‘relative strength’ 는 시장 평균(지수) 성과에 대한 주가 성과의 비율이며, 웰레스 와일더(J. Welles Wilder Jr. Wilder)가 설계한 상대강도지수(relative strength index, RSI) 와는 다르다. 필자는 짐 슬레이터가 말하는 상대주가를 편하게 시장대비 상대수익률로 이해하고 있다. 


주식의 가치와 관련하여, 다비스는 “이제 주식과의 관계에서 ‘가치’라는 단어는 사용될 수 없음을 알았다. 주식의 가치는 그 시세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달려 있다.” 라고 하면서,[8] 적정주가의 개념을 부인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비스를 기술적 분석가로 분류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가 근본적으로 가치투자자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 최종적으로 자신의 투자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식은 수익력의 시녀’라는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어떤 주식의 움직임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수익력이 개선되고 있거나 그렇게 예상되는 종목만을 찾기로 마음먹었다.”[9]


이것은 진정한 가치투자자가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은 그가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주식을 매수했다는 말이 된다. 다비스의 이런 관점은 주가를 ‘기업 미래수익의 종속 변수’로 이해하고 있는 필자의 마음에 쏙 든다. 가치투자의 무덤이라고 할 만한 곳에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가치투자의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한 느낌이다.


필자는 그의 책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를 관통하고 있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은 ‘박스’, ‘손절매’ 그리고 ‘회사의 미래가치’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회사의 미래가치’는 그가 댄서로 일하며 쉬는 시간에 시중에 나온 투자 관련 책 200권과 투기꾼들의 글을 읽으며, 때로는 하루에 8시간이나 공부한 후에,[10] 최종적으로 정립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혹시 다비스의 박스이론을 실전 매매에 적용해 보고 싶은 투자자는 그가 말하는 ‘수익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회사들의 주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11] 투자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다비스의 박스이론은 몇 가지 치명적인 함정이 있지만, 다행하게도 다비스는 그의 책에 이러한 함정을 분석하며 극복하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해두고 있다. 하락장에서 다비스의 박스이론을 적용하려고 하는 투자자는 그의 책 제6장 ‘불황 장세 기간’에 기록되어 있는 그의 경험담을 몇 번이고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12] 그가 남긴 가장 소중한 지적 유산이다.


[주석]

[1] 니콜라스 다비스 저, 권정태 역,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 (How I Made 2,000,000 in the Stock Market),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3 참조. 저자 명 니콜라스 다비스(Nicolas Darvas) 표기에 있어서 ‘다비스’를 ‘다바스’로 표기하는 번역자도 있다. 여기서는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를 번역한 번역자의 표기 방식을 따랐다.

[2] 위의 책, 194면.

[3] 위의 책, 108면.

[4] 위의 책 78면. 구체적인 다비스의 손절매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위의 책, 197, 199, 203, 209, 211, 221, 223~224, 225, 226, 229~230면 참조; 니콜라스 다바스 저, 김나연 역, 《니콜라스 다바스 박스이론》 (Wall Street: The Other Las Vegas), 페이지2북스, 2022, 200~201면 참조.

[5] 니콜라스 다비스 저, 김정태 역, 앞의 책, 81면.

[6] 위의 책, 107면. 

[7] 짐 슬레이터 저, 김상우 역, 《줄루 주식투자법》(The Zulu Principle), 부크온, 2016, 32면. 그 후 짐 슬레이터는 《돈이 불어나는 성장주식 투자법》 에서 ‘상대주가’ 대신에  ‘상대주가 실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그 구체적인 계산법을 제시하고 있다. 짐 슬레이터 저, 김상우 역, 《돈이 불어나는 성장주식 투자법》(Beyond The Zulu Principle: Extraordinary Profits from Growth Shares), 부크온, 2017, 92면 이하 참조. 

[8] 니콜라스 다비스 저, 김정태 역, 앞의 책, 96면.

[9] 위의 책, 108면.

[10] 자료: amazon.com, 《How I Made 2,000,000 in the Stock Market》 책소개 (2024.04.29. 검색);  https://en.wikipedia.org/wiki/Nicolas_Darvas (2024.04.29. 검색)

[11] 니콜라스 다비스 저, 김정태 역, 앞의 책, 107면.

[12] 위의 책, 105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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