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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래의 'AI(인공지능) 세상'에 전문직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평점 ☆☆)
  • 이민주
  • 등록 2017-07-08 16:37:16
  • 수정 2024-01-28 16: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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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AI(인공지능) 세상'에 전문직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평점 ☆☆)
리처드 서스킨드, 대니얼 서스킨드 공저. 위대선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2016년 12월

전문직의미래

의사, 변호사로 대표되는 고소득 전문직이 사회적 존경과 지위를 누리던 1980년대 여름, 미국의 플로리다 해변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미국인 가족이 해변의 일광욕을 즐기다 아들이 실수로 물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그러나 어머니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서 이렇게 소리 질렀다고 한다.

"도와 주세요! 세상에! 의사인 내 아들이 물에 빠졌어요!"

전문직이 얼마나 당시 미국 사회에서 부모의 자랑거리였는지를 보여준다. 전문직 선호 현상은 미국에서만의 특징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판검사, 의사, 변호사, 기자는 일등 신랑감이자 사회적 성취의 상징이었다. 내가 중앙 일간지 기자가 되던 날,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했던가? 중앙 일간지 기자로 사회 구석구석을 취재하던 시기에 취재원들의 존경 어린 눈길과 어느 정도의 질투심 어린 시선에 나는 얼마나 우쭐했던가?
전문직에 도달하는 길도 험난했다.
영국에서 권위있는 신문사 논설위원의 절반 갸량은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학+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이 장악했고, 한국에서도 사법고시는 '극단적으로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의 상징이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학(4년)보다 2년이 더 걸리는 6년을 다녀야 한다. 
그런데 전문직은 앞으로도 이같은 인기와 권위를 유지할까? AI(인공지능)가 이미 의사, 기자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는데, 전문직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내가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발견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었다. 영국 작가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가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AI가 세상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이 세상에서 전문직의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이 보여주는 전문직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 책은 지금의 의사, 변호사, 교수, 기자 같은 지금의 '고소득 전문직'은 미래에는 설 자리를 잃고 '저소득 단순 노무직'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IBM의 슈퍼 컴퓨터 왓슨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될 미래의 병원 풍경을 이 책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미래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찰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될 것이다. 의사 역할은 AI가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진단 및 치료 계획 수립도구를 적절히 갖춘 간호사는 의료 전문성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이용해 살아남을 것이다. 다시 말해, AI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를 진찰하는 사람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보조 인력'이 될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 의사에 비해 폭이 좋은 의학 훈련을 받은 후 의료 체제에 소속된 새로운 의료 전문가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81 P)
'의사 없는 병원'이라니 충격적이지만 이미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이를 허황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미국에서는 이제 간호사도 간단한 수슬을 할 수 있고,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전문직 사망 진단서'는 이미 차곡차곡 발급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기업의 실적 관련 기사와 스포츠 기사를 작성할 때 AI 벤처기업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가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미국 LA타임스도 알고리즘을 이용해 
미국 지질조사연구소가 지진 경보를 발령하는지의 여부를 관찰하고, 정보가 발령되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 및 전송한다. 
기업 실적 기사, 스포츠 기사, 지진 기사는 정형화하기 쉬운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AI가 그 자리를 잠식한 것이다.  'AI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차이를 독자들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인간 기자'들이 북적대는 지금의 신문사 편집국 풍경은 미래에는 단순 편집 기능을 가진 기자 몇 사람이 지키는 침묵의 공간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아니, 단순 편집 기능조차도 'AI 기자'가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신문사 편집국은 생명체라는 찾아볼 수 없는 '신문 제조 공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미래의 전문직은 설자리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가 속속 출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전문직이 사라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결론짓고 있다(368 P). 미래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문직들, 다시 말해 병원에 있는 의사, 법정에 있는 변호사, 교실에 있는 교사를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실은 전문직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전문직을 접해왔기에 이 직업인이 태고 적부터 존재해왔다고 여기지만 실은 전문직은 1450년경 독일 인쇄업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탄생했다. 변호사, 교수, 의사 같은 전문직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법전, 전공 서적, 의학 서적같은 '인쇄물'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이 인쇄 기반에서 기술 기반으로 이행하면서 전문직은 500여년의 역사를 마감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고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이 내다보는 전문직의 미래는 암울함 그 자체다. 
"기계가 점점 유능해지면서 오늘날 인간이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지니는 우위를 잠식해갈 것이다. 가장 오래 남는 최정예 전문가들이 수행할 작업은 기계가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해서도 안되며, 인간이 계속 하는 편이 선호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업은 보수가 만족할만하거나 수많은 전문가를 고용할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395) 
"전통적 전문직은 해체되고 전문가들은 대부분(전부는 아니다) 전문성을 덜 갖춘 사람과 고성능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우리는 예상한다. 우리는 새로운 역할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역할 역시 결국 기계가 담당하게 될 것이므로 얼마나 오래 존재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411 P)
"시간이 흐르면 기술 혁신은 전문직에 실업을 초래할 것이다. 기계보다 사람이 우위를 지닌 전문가 작업의 양은 기존의 전문직 대부분을 완전히 고용할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394 P)
전문직의 종말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시대에 아!, 글쓰기라는 전문직을 가진 나는 지금 뭘 해야 할까? 
전문직으로서의 안온한 일상에 충격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정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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