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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명물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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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4-09-06 16:13:35
  • 수정 2024-02-02 1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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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연구소=이민주 소장]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는 미국 오마하 시내에 자리 잡은 미국 최대의 단일 가구 매장입니다. 이 가구 회사는 해마다 5월초가 되면 바빠집니다. 이 시기에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총회가 막을 올리면 참가자(주주)들이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이 매장을 앞다퉈 찾기 때문입니다.


미국 오마하에 있는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사진=버핏연구소]  

2007년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총회를 취재하면서 이 가구 매장에 들러봤습니다. 탁 트인 넓은 부지 - 나중에 확인해보니 넓이가 약 93만평이었습니다 - '미국 최대의 가구점'(The America's largest furniture store)라는 슬로건과 함께 가구 매장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더군요. 2007년 기준으로 이 가구 매장은 93만평의 부지에 1,500여명의 임직원을 고용해 가구, 바닥재, 전자제품, 가전기기 등을 판매해 연간 약 4억달러(약 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쇼파, 침대, 식탁 테이블, 책꽂이 등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품질은 높고, 가격은 저렴한 것이 이 가구 매장의 경쟁력입니다. 미국에는 네브라스카 퍼니처 말고도 애슐리, 바세트, 이케아 같은 가구 매장이 있지만 품목의 다양함과 품질의 우수성에서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에 견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 태생 로즈 블룸킨 여사가 창업 


이 가구점의 매장 곳곳에는 이 회사 창업자인 로즈 블룸킨(Rose Blumkin,1893~1998) 여사(사진)의 사업 철학이 내걸려 있습니다.


"싸게 팔고 진실대로 말한다"
(Sell cheap and tell the truth)


정직과 신의, 내일의 세상은 오늘의 그것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주의는 블룸킨 여사의 104년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정신입니다.


로즈 블룸킨 여사. [사진=위키피디아]

'B여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블룸킨여사는 한 인간이 낙관주의와 성실함으로 인생을 마주 대할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블룸킨 여사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단돈 66달러(약 7만원)를 손에 쥐고 미국으로 건너 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미국에서 가장 큰 가구매장을 만들어냅니다.


블룸키 여사는 몇가지 진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블룸킨 여사는 104세의 자연수명을 누리다 행복하게 임종했습니다. 1998년 8월 11일 블룸킨 여사는 4명의 딸, 12명의 손주, 21명의 증손주를 세상에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에는 1,000여명이 참석해 애도를 표시했습니다.


또, 블룸킨 여사의 장례식이 있던 날에도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는 정상 영업을 했습니다.

"어머니(로즈 블룸킨 여사)가 자신의 장례식이라고 해서 가구점 문을 닫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블룸킨 여사의 딸 프란시트 베트)


미국 오마하의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에서 어린이들이 제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버핏연구소]

블룸킨 여사는 타계하기 1년전인 103세까지 가구점 매장에서 일을 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녀는 전동장치가 부착된 카트를 타고 - 이 카트는 'The Rose B'라는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 매장 곳곳을 다니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직원에게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카트를 타고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러시아 코자크 기병이 된 기분이예요"(로즈 블룸킨)

블룸킨 여사는 1893년 12월 3일 러시아 민스크 근처의 유대인 마을에서 로즈 고렐릭(Rose Gorelick)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랍비였고 돈을 버는데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뜨개질과 구멍가게 수준의 잡화점을 운영하며 8남매를 키웁니다. 블룸킨 여사는 형제들과 함께 두칸 짜리 통나무집에서 지냈고, 짚으로 만든 매트리스에서 잤습니다.

어느날 한밤중에 로즈 블룸킨 여사가 눈을 떠보니 어머니가 졸린 눈을 부벼가며 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블룸킨 여사는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어 어머니를 편하게 모서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13세에 그녀는 고향을 떠납니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기차역까지 29킬로미터를 맨발로 걸어갑니다. 신발이 있었지만 밑창이 닮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깨에 걸쳤다고 합니다. 도심으로 온 그녀는 상점 25곳을 들른 끝에 어느 의류가게에 일자리를 얻습니다. 성실함과 근면함을 인정받은 그녀는 3년 후 남자 여섯명으로 이뤄진 가게 임직원 전체를 관리하게 됩니다.

1913년 20세에 그녀는 구두 판매원이던 이사도르 블룸킨(Idadore Blumkin)과 결혼합니다. 이듬해에 2차대전에 터지자 남편 이사도르는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해 미국에 정착합니다.


미국 오마하에 있는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사진=버핏연구소]  

◆미국 이민 초기에 영어 못해 고충  


1917년 블룸킨여사는 남편과 합류하기 위해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입국 비자도 없는 상태에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도착합니다.


이때 히브리 이민 원조협회와 미국 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이민 귀화국의 행정 절차를 무사히 통과합니다.가진 것이라고는 단돈 66달러가 전부였던 블룸킨 여사는 이때 히브리 이민 원조협회가 제공한 식사에 큰 감동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이 계기가 돼 훗날 사업가로 성공한 그녀는 150만달러를 오마하유대인협회에 요양원을 짓는데 써달라며 기탁했습니다.


미국 생활 초기에 블룸킨 여사는 영어를 할 줄 몰라 어려움을 겪습니다. 미국에서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아 고생해본 분이라면 블룸킨 여사의 고민이 이해될 것입니다.


이웃집의 여자가 블룸킨 여사에게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블룸킨 여사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웃 여자가 한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을 때 블룸킨 여사는 정말 창피했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블룸킨 부부는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1922년까지 러시아의 아버지, 어머니를 포함해 9명의 가족들을 모두 미국으로 데려옵니다.


1937년, 블룸킨여사는 돈을 벌자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동생으로부터 500달러를 빌려 남편의 옷가게 건너편에 있는 건물의 지하에 가구 판매점을 엽니다. 그녀의 나이 44세의 일이었습니다.


블룸킨 여사는 가구 제조 업자로부터 가구를 싸게 매입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은 오마하의 가구 판매상들의 압력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합니다. 오마하의 가구판매상들은 서로 담합해 가구를 소비자에게 턱없이 비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이들 가구판매상은 가구 제조업자에게 압력을 넣었습니다.


"블룸킨 여사에게 가구를 공급한다면 우리는 당신의 가구를 매입하지 않을 겁니다."


블룸킨 여사는 가구를 조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자동차를 몰고 꼬박 열두시간을 달려 시카고로 갑니다. 당시 시카고에는 가구상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블룸킨 여사는 일면식이 없는 시카고의 가구점에 불쑥 들어가 더듬거리는 영어로 흥정을 합니다.


"나는 오마하에서 왔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나에게는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믿어도 됩니다.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미국 오마하의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에서 손님들이 매장을 오가고 있다. [사진=버핏연구소]

시카고 가구상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몇차례의 거래를 마친 후 전폭적인 신뢰를 보냅니다.


"당신에게는 뭐든지 믿고 맡길 수 있겠군요."


이렇게 해서 그녀는 가구를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품질 좋은 가구를 원가의 10%를 붙여 판다"는 신문 광고를 낸 후 1937년 2월 7일 가구점 문을 열자 손님들이 밀려왔습니다.


그러자 오마하의 가구 판매상들이 그녀를 불공정 거래 혐의로 법원에 고소합니다. 적정 가격 이하로 가구를 덤핑 판매했다는 겁니다. 법정에 불려간 블룸킨 여사는 더듬 거리는 영어로 판사에게 말합니다.


"판사님, 나는 모든 것을 원가에 10퍼센트를 붙여 팝니다. 뭐가 문제죠?"


판사는 사건을 기각하고 다음날 네브라크카 퍼니처 마트에 와서 가구를 1,400달러 어치를 사갑니다.


◆워렌 버핏이 매입해 버크셔 해더웨이 계열사 편입


1983년 이 도시의 성공한 투자가였던 워렌 버핏은 블룸킨 여사로부터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를 6,000만달러에 매입합니다.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는 현재 버크셔 해더웨이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습니다.


"한가지 내가 기업을 감정할 때 자문해보는 것은 내게 풍부한 자본과 숙련된 인력이 있다고 할 때 나는 어떤 식으로 그 기업과 경쟁할까 하는 것이다. B여사와 그녀의 후계자들과 경쟁하느니 나는 차라리 회색곰과 씨름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훌륭하게 구매하고, 경쟁자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하며, 그렇게 절약한 것들의 대부분을 고객의 이익으로 돌린다. 이상적인 기업인 것이다."(워렌 버핏)


1984년 블룸킨 여사는 미 뉴욕대로부터 명예경영학박사(honorary doctorate in Commercial science) 학위를 받습니다. 뉴욕대가 여성에게 이 상을 수여하기로는 처음이었습니다.


블룸킨 여사는 박애주의자였습니다. 그녀는 억척스럽게 모은 150만달러를 오마하유대인협회에 요양원을 짓는데 써달라며 기탁했습니다.


그녀가 남긴 말을 요약해봅니다.


"나는 러시아에서 66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왔고, 회사를 차렸다. 나는 거짓말한 적이 없고, 다른 사람을 속인 적이 없으며, 거만하게 군 적이 없다"


"내가 성공한 까닭은 정직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객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나는 싸게 팔았다. 그리고 뭔가 잘못된 게 있다면 그것을 바로 잡았다."


"나는 먹고 자기 위해 집으로 온다. 그것이 전부다. 나는 집에 있으면 빨리 동이 터서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말할 수 없이 기다려진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I come home to eat and sleep, and that's about it. I can't wait it until it gets daylight so I can get back to the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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